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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구산악연맹
가맹단체 동계 합동훈련
1. 훈 련 개 요
1. 훈련대명 : 2007년 대구산악연맹 가맹단체 동계 합동훈련
2. 대 상 지 : 한라산(1,950M)일원
3. 훈련기간 : 2007년 1월31(수) ~ 2월4일(일) 4박5일.
4. 훈련목적 : 1) 동계훈련 등반을 통한 팀웍 및 리더쉽 배양
2) 동계 적설기 등반을 통한 설상훈련
3) 동계 장비 및 식량 연구
4) 믹스클라이밍을 통한 등반능력 배양
5. 대원구성 : 훈련대원 담당이사3명. 훈련대원11명
2. 대 원 명 단
1조 : 리더 윤두환 / 신장교, 김회병, 장영숙
2조 : 리더 차진철 / 이정열, 김석규, 배귀학
3조 : 리더 하찬수 / 박기진, 김진용, 박경애, 정윤찬, 최명화.
--> 2월1일 아침 윤두환 하산- 1,3조 합류, 최명화 2월3일 오후 합류.
3. 운 행 일 정 (2조)
일 차 |
일자 |
오 전 |
오 후 | ||
장소 |
훈련내용 |
장소 |
훈련내용 | ||
1 |
1월31 |
대구공항 |
대구공항집결 짐수송 |
용진각 |
용진각 베이스캠프 설치 |
2 |
2월1일 |
왕관릉 일원 |
용진각-왕관봉-용진각 (러쎌훈련) |
왕관릉 일원 |
용진각-왕관봉-용진각 (믹스클라이밍) |
3 |
2월2일 |
용진각 베이스 |
샘터 식수보충 장비정리 |
백록담 |
백록담정상 (비박) |
4 |
2월3일 |
백록담 |
비박 후 백록담에서 하산 |
장구목 일원 |
*용진각-장구목일원-제주산악회동판-장구목-개미등-삼각봉-용진각 (러쎌훈련, 한라산 지형익히기)
* 백록담정상 다시 밟기 (야등) |
5 |
2월4일 |
용진각 베이스 |
베이스 철수, 하산 |
제주공항 |
* 점심, 제주-대구 비행 * 대구공항 (저녁) |
4. 장 비 목 록 (생략)
5. 식 단 (2조)
일차 |
1일차 |
2일차 |
3일차 |
4일차 |
5일차 |
날짜 |
1월31 |
2월1일 |
2월2일 |
2월3일 |
2월4일 |
아침 |
/ |
콩나물 김치찌개 |
북어미역국 |
누룽지탕 |
꽁치찌개 |
점심 |
매식(해장국) |
짬뽕 떡라면 |
해물 떡라면 |
소시지 김치찌개 |
매식(회집) |
저녁 |
삼겹살(연맹지원) 김치찌개 |
된장찌개 |
참치찌개 |
오뎅탕(Y팀지원) 제육볶음(3조지원) |
/ |
6. 동계훈련 후기 (2조)
* 2조(4명) - 리더: 차진철 이사. 대원: 이정열, 김석규, 배귀학.
1월31일 수요일.
07:00 대구공항 집결
08:10 아시아나 출발
09:00 제주공항 도착-짐정리
09:26 공항출발(아시아나)
10:15 광양해장국집 - (제주 시청 뒤) 도착 아침식사.
10:35 관음사 매표소 도착 짐 배분 및 팩킹. 스트레칭
11:35 관음사 매표소 출발
13:10 탐라 대피소 도착 휴식, 관음사(3.2km). 용진각대피소(3.6km)
15:45 개미등 도착
16:10 용진각 대피소 도착 (선발15:40 후발17:30)
18:20~19:20 저녁
20:00~10:30 단합의 시간
2월1일 목요일.
07:00 기상
09:20 용진각 대피소 출발
11:30 왕관릉 도착(러쎌훈련)
12:10 용진각 대피소 도착
12:30~1:30 점심
14:00 용진각 대피소 출발
15:20 왕관봉 믹스클라이밍 등반
16:30 등반완료
17:00 용진각 대피소 도착
17:30~19:00 저녁
2월2일 금요일.
07:00 기상
07:30~08:30 아침
09:20 샘터 식수보충
09:40 점심
12:30 용진각 대피소 출발
14:30 백록담 정상. 4시쯤 개스 개이기 시작
16:50 백록담 비석(용암로 시작지점)
17:00 비박지 도착
17:30~20:30 저녁. 백록담 일원에서 비박.
2월3일 토요일.
06:00 기상 -Y팀 비박지 방문
07:30~08:00 아침
08:20 비박지 출발
09:30 용진각 대피소 도착
09:50 아침 겸 점심
11:30 용진각 대피소 출발
(용진각-장구목일대-제주산악회 동판-장구목-개미등-삼각봉-용진각)
12:20 장구목 (고상돈캐른 도착)
13:25 제주산악회 동판 도착
17:30 용진각 대피소 도착
18:00~20:00 저녁
20:30 용진각 대피소 출발 (늦게 합류한 명화를 위해 백록담 야간산행)
22:00 백록담 도착 (분화구 러쎌훈련)
23:30 용진각 대피소 도착
24:00 취침.
2월4일 일요일
06:30 기상
09:25 용진각 대피소 하산
12:00 관음사 매표소 도착
13:30 식당(점심 회)
16:00 제주공항 도착
17:30 제주공항 출발(아시아나)
18:25 대구공항 도착
19:00 저녁(순대국밥)
20:30 해산.
-----*** 1월31일 수요일.
직장인으로서 4박 5일 이라는 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핑곗거리가 없어서 솔직하게 한라산 동계훈련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나의 간절한 소망을 이해하고 바쁜 가운데 기꺼이 3일간의 휴가를 허락해주신 사무실 상사 분들이 너무 고맙다. 아무걱정 말고 잘 갔다 오라는 인사까지...
같은 팀원들에게는 그냥 가사일로 휴가 내는 걸로 말했지만 혼자 며칠 비우는 게 너무 미안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 전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혹 무슨 일이 생겨 못 가게 되면 어떡하나 싶어서~~~
다행히 정시에 퇴근을 하고 바쁘게 집으로 갔다. 이것저것 챙기려니 끝도 없다. 배낭에 넣는 것도 겨~~우 밟 아 넣고 나니 새벽2시다. 배낭 꾸리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다.
다음날 아침,
제대로 잠도 못잔 상태에서 공항에 도착하니 7시 집결인데 미리 도착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 시간에 회장님께서도 배웅 나오셨다. 단체사진을 찍고 짐 수송(픽켈, 바일, 스틱은 따로 묶어서 보냈다)을 하고 탑승.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앞뒤로 앉아서 들뜬 기분을 서로 나눈다.
이륙하고 어느새 구름위에 앉아 있는 나. 어린애 마냥 신기해하면서 구름 구경하다보니 금방 제주에 도착했다.
배낭을 카트에 싣고 나오는데 큰 배낭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쳐다본다.
같은 일정으로 도착한 Y팀과 합류, 우선 식당으로 이동해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난 평소에 안 먹는 음식이라 그냥 밥과 김치로 대신했다.
관음사 매표소로 다시 이동하는 동안 산을 보니 눈이 거의 없다. 훈련은 어쩌지?...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가스, 휘발유, 고기(제주 똥돼지 고기라 한다), 금귤과 남은 짐 배분을 다시 하고 차 이사님이 갖고 온 저울에 매달아 보니 무게가 30kg이다. 여자 대원들은 거의 30kg정도이지만 남자 대원들은 모두 그 이상이다. 혼자서는 메기도 힘들 지경이다.
도움을 받아 배낭을 메고 서서히 출발 한다. 산 초입부터는 눈이 조금씩 쌓여있다. 1시간도 채 가지 못하고 더워서 모두들 겉옷을 하나씩 벗었다. 탐라 대피소 가면서 있는 계단은 미끄러워서 아이젠 없이 걷는 게 힘들기만 하다.
페이스가 서로 다르니 띄엄띄엄 점점 거리가 벌어진다.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배낭을 보더니 여자가?... 와~~를 연발하면서 멋지다고, 힘내라고 말해준다.
대피소 하나를 지나고 개미등에 다다르자 Y팀 원정대원들은 벌써 용진각에 배낭을 벗어놓고 후미 지원하러 내려가고 있다. 삼각형 모양의 삼각봉은 제법 눈이 쌓여있어 사진 한 컷하고 마지막 힘을 내어 걸었다.
계곡의 샘터쯤에서 용진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몇 몇 텐트도 보인다.
용진각 대피소에 도착하니 선두와 30분 차이...그리고 또 우리 후미도 1시간 뒤에...
그렇게 모두 도착하고 텐트부터 설치했다.
1일차 저녁은 연맹에서 지원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고기가 정말 맛있다. 물론 산위에서 먹는 거라 그 맛이 더 했겠지만... 저녁식사 후 전체가 모여 다시 인사를 나누고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 2월1일 목요일.
새벽에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같은 게 아침에 보니 눈이었다. 제법 내린 눈은 텐트를 조여와 좁게 만들어서 어쩐지 복잡하다 했다. 먼저 나온 팀원들이 눈을 제거하고 안에서는 발로 눈을 밀어서 밖에 나와 보니 30cm는 온 것 같다. 제주에 도착해서도 눈이 적어 걱정했는데 하루사이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선배님들의 말을 빌리자면 신설은 훈련하기 별로 좋은 눈이 아니라는 것. 그래도 쌓인 눈을 보니 좋다.
아침 식사를 하고 훈련에 돌입했다. 1조의 두환 선배님이 집안일로 아침에 내려가시는 바람에 1조가 3조에 합류하고 우리 조는 따로 움직였다. 용진각을 출발하여 아래쪽 화장실 뒤로해서 왕관릉을 한 바퀴 도는 코스다. 용진각 좌측 능선으로 올라 길이 없는 곳으로 2조 팀원인 석규씨가 먼저 러쎌을 하면서 앞장섰다. 무릎까지 빠지는 깊이는 보통이다. 긴 다리가 빠진 곳을 디디고 가려니 사이즈가 맞지 않아 뒤에도 마찬가지로 러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왕관봉 봉우리를 오른쪽에 두고 돌아서 정상에 섰다. 바람이 불어서 날리는 눈발은 얼굴을 스치는데 얼마나 차가운지 볼이 따갑고 얼 것 같다. 둔한 장갑을 벗어 얼굴을 닦고 싶지만 그것마저도 쉬운 게 아니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데 개스가 차 있어 어느 쪽이 하산 길인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능선 길 외에는 모두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모두 더 신중하게 길을 찾았다.
한 참 헤매다 겨우 빨간 깃발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사실 대피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든든한 팀원들이 있고 조금만 벗어나면 분명 능선길인데도 잠시 동안 걱정이 되었었다.
비상식량, 렌턴 가져왔죠? 하면서 물을 때는 이러다가 저녁까지 못 내려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내려오는 길은 오히려 편했다. 눈썰매도 타면서 무릎에 충격도 없이 잘 내려왔다.
하산 길 계단을 보니 쌓인 눈 길이를 가늠하게 한다.
용진각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그 왕관봉으로 다시 출발.
오후 훈련은 믹스클라이밍이다.
오전에 갔던 그 길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어느새 묻혀 버리고 다시 러쎌... 바위아래 도착해 석규씨가 픽스로프와 바일을 들고 선등. 나머지 후등 세 명은 쥬마로 오르기로 했다. 옆 설상에서 훈련하던 Y팀이 날씨도 별로 좋지 않은데 위험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출발은 했다.
먼저 차진철 이사님이 오르면서 한 사람이 끝까지 가면 시간이 걸린다고 중간에 픽스를 두 번 하고 지나갔다.
다음에 내가 오르면서 첫 번째 픽스에서 쥬마를 옮겨놓고 출발하는데 움직이지 않는다. 확인을 해보니 쥬마줄이 픽스 줄과 꼬여있다. 이런~~~~. “대기”를 외친다.
두꺼운 장갑에도 손이 얼얼한데 쥬마를 열려니 열리지가 않는다. 밑에서 정열형님은 걱정되시는지 몇 번이나 확보부터 하고... 외치신다. 왜 그렇지 빠지지 않는지 매달려 낑낑거렸다.
대구에서 출발 전날 무거운 것 들다가 손목을 약간 틀었는데 아직 아프다. 어제는 약 바르고 파스도 붙이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많이 아파서 더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먼저 올라간 사람들은 기다리느라 얼마나 더 추울까 생각하니 미안했다. 정상에 올라가니 오전과 같이 바람은 여전하고 바위 구석에 자리를 마련해놓고 빨리 들어가라고 한다. 추운거야 마찬가지지만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정열형님 올라오시고 장비를 수거 하려는데 Y팀도 이쪽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간식을 먹고 픽스 줄을 그대로 두고 가려는데 벌써 Y팀의 윤철호가 올라온다.
먼저 출발하면서 오전에 왔던 그 길은 찾는데 눈이 쌓여 또 없다. 다시 능선 길을 겨우 찾아 등산로로 들어섰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등산로를 다시 내려온다. 계단길 눈은 이제 60cm는 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왕관봉을 두 번이나 오르고 내려온 걸로 훈련을 마쳤다.
저녁은 석규씨가 준비해온 된장찌개로 개운하게 잘 먹었다.
-----*** 2월2일 금요일.
사람들 소리에 눈을 뜬다. 좋은 침낭에 좋은 우모복에 그래도 한기를 느끼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어서 잠이 쏟아지지만 일어나야만 한다.
어제부터 내린 눈은 오늘도 텐트 밖을 감싸고 있었다. 밖에 빠져나오니 이른 시간에 일어난 사람들이 많다.
아침을 먹고 나서 샘터에 식수보충을 하러 가야한다. 나도 한 번은 가야겠기에 혼자서 우리 조 수통과 수낭, 부탁받은 다른 조 수통과 수낭까지 더해서 퀵도르에 여러 개 걸고 200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샘터로 갔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작은 물줄기에서 받은 물로 수통과 수낭에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데 수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태환선배님에게 수낭 하나를 맡기고) 여러 번 쉬면서 쌕쌕거리며 갔다 왔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느긋하게 다시 점심도 먹고 난 뒤 오후 훈련에 들어갔다.
오늘은 백록담으로 가서 비박예정이다.
오후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사진도 찍고 설경도 구경하면서 백록담으로 갔다. 정상에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발을 옮길 때 마다 휘청거린다. 앞도 보이지 않은 정상에서 기록 사진을 남기고 비박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분화구(출입금지구역)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흐린 날씨에 분화형태는 보이지도 않고 가야할 길도 어딘지 분간이 안 된다. 중간쯤에서 다른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되돌아 갈 것인지, 다른 코스로 갈 것인지 의논하는데 해가 잠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럼 기다려보자... 그러는 사이 저 멀리서 사람소리만 들린다.
관광객이 올라왔나?... 이런 날씨에 관음사에서 통제를 할 텐데 어느 팀이지?...
그러더니 정말 잠시 후 환하게 햇살이 내려 쬐더니 분화구가 보인다. 제주 시내 쪽과 윗새오름 쪽에는 발아래 구름이다. 멋진 장관을 연출하더니 다시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다가 드디어 분화구 쪽의 개스는 완전히 걷히기 시작한다. 눈 내린 분화구를 온전히 본 순간 감동의 탄성을 지른다.
올라 올 때는 앞도 안 보이는데 날씨 좋은날 백록담 코스 가면 안 되냐고 애원했었는데...
제주까지 와서 그것도 백록담은 처음인 나. 분화구를 꼭 보고 싶었다. 드디어 그 분화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이런 걸 감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쪽에 내려서면 용암이 흘러내리는 발원지 표지석을 볼 수 있다. 그 아래는 북벽이다. 결국 한 바퀴 다 돌아서 마지막 지점에 비박지가 정해지고 배낭을 내린다. 한동안 산과 눈, 그리고 구름을 감상했다.
이내 어두워져 저녁을 간단히 먹고 나니 이젠 보름달이 휘영청 떴다.
별도 하나 둘 보이면서 달은 밝고 주위는 대낮같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정열형님이 사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보니 다른 쪽으로 들어온 Y팀이다. 기봉씨 한 사람만 우리 있는 곳에 비박지 확인 차 들렀다가 마땅치 않아 다시 내려갔다. Y팀은 우리 쪽에서도 보이는 멀지 않은 아래쪽에 자리를 마련했다.
그때서야 알았지만 낮에 반대쪽에서의 사람들이 그 팀이었다고 한다. 눈바람 속에서 계속 발토로~~~ 하면서 외쳤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들리기를 하나 사람이 보이나... 그 팀은 날이 개이는 걸 확인하고 내려갔다가 다시 비박에 들어왔다고 한다.
함께 자리를 만들지는 못하고 다른 날 보다 일찍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바람도 잔잔해 비박하기에 너무나 좋은 날이었다. 누워서 수많은 별과 순백의 백록담을 보며 잠이 들었다.
-----*** 2월3일 토요일.
새벽같이 정열형님이 또 깨우신다.“귀학아 일어나라. Y팀 늦게 잔 것 같은데 깨우러가자” 시며...
한 마디로 훼방 놓으러 가자는 것이다.ㅋㅋ
네~ 하고 일어나 차 한 잔 마시고 이중화 신고 나니 한 시간이나 지났다. 스틱을 짚고 비박지에 내려가니 정신없이 모두 자고 있다. 정열형님은 봐주는 것 없이 모두 깨워 일으킨다. 눈 비비며 일어난 팀들과 쪼그리고 앉아 얘기하다가 아침밥 먹으로 다시 우리 비박지로 돌아오니 우리 팀 두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식수가 부족해 저녁에 눈을 녹여 마련해둔 물(맛이 영~~~)로 누룽지를 끓였다.
반찬하나 없이 누룽지만 먹고 용진각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부실한 아침에 모두 배가 고파 일찍 점심을 다시 먹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장비착용하고 장구목으로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길로 올라(내려오는 Y팀과 만남) 능선에 섰을 때 넓은 장구목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흰 눈만 보이는 능선.
(해발1,813m 장구목 정상.
백록담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최고지대의 오름이다. 지형이 장구모양으로 이루어진 길목이란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왕관봉에서 보면 장구모양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우리가 왕관봉 정상에 두 번이나 섰을 때는 항상 눈보라가 몰아쳐서 앞도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고상돈 캐른에 도착했다. 개스가 가득한날 방향을 알 수 있는 돌무덤 사이에 또 하나의 돌. 뾰족한 부분이 향하는 곳이 북벽으로 가는 길이다.
북벽으로 올라서면 아래로 용진각대피소가 조그맣게 보이고 사람들의 모습이 개미가 줄지어 지나가는 것만 같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너무 눈부신 설원이다. 북벽 뒤로 돌아서 제주연맹 동판 있는 곳 까지 같다.
윗새오름 대피소가 보이고 영실코스와 어리목코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윗새오름 대피소는 더 이상 산행을 할 수없는 통재구간이다. 우리도 대피소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생각하면 내려갈 수가 없다. 설경을 찍기 위해 어려운 코스로 올라온 한 사진작가의 모습이 진지해 보인다.
우리는 다시 다른 코스로 장구목으로 돌아왔다. 자칫하면 저 아래 계곡 끝까지 굴러 떨어지는 아찔한 길로 횡단했다. 장구목 일대를 지나고 개미등을 지나 삼각봉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길이 아닌 길로 가다보니 허벅지 까지 빠지는 눈을 지나고 낭떠러지 길에 결국 픽스로프로 하강까지 하며 계곡을 빠져나왔다. 삼각봉을 눈앞에 두고도 너무 많은 눈이 쌓여 헤쳐 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등반할 것도 아닌데 장비는 왜 착용하지 했는데 적설기운행이 이런 생각지도 않은 일이 눈앞에 펼쳐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평소에 장비 장비... 하는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비상용으로 하네스에 달아둔 테이프슬링도 개인적으로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되었는지 모른다. 픽켈에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될 수 있다고 해서(물론 장점이 더 많다) 난 손목걸이를 해놓지 않았는데 슬링으로 임시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피겔을 놓치지 않아서 픽켈을 나무에 걸어서 지탱하며 픽스 로프 지점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삼각봉에 도착하니 까마귀가 하늘위로 날아다닌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베이스로 돌아오니 웅성 웅성이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오전에 우리가 올라간 그 길 바로 옆에 눈사태가 났다고 한다. 순간 놀란 우리는 사고소식을 듣느라 배고픔도 잊어버렸다.
실버 원정대팀 10여명이 러쎌로 개척하며 가던 길이 쩡~~ 하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 버린 것이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Y원정대 팀이 사고를 목격하고 바로 내려와서 얼굴만 보이는 사람, 눈 속에 묻힌 사람 등등.. 6명이나 눈을 치우고 끌어냈다고 한다.
다행히 사망사고는 없었지만 얼굴에 많은 찰과상을 당했다고 한다. 눈 사태 상황을 목격하고 눈 속에 묻힌 지점을 정확하게 봤기 때문에 구조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갖고 있던 픽겔과 선글라스는 이때 모두 눈 속에 사라져버렸다. 이제 훈련 시작인데 남은 일정동안 중요한 장비 2개씩 잃어버려서 훈련을 어떻게 할지... 구조 얘기를 듣고 있는데 옆에 다른 사람과 실버팀이 말하는 게 들린다.
“선배님 픽켈에 손목걸이는 왜 안 걸어 놓으셨어요. 훈련해야 되는데 어떡해요.
전 내일 내려가니 제거 빌려 드릴까요?”
실버원정대 “이 사람아 손목걸이 해 놓았으면 손목이나 팔이 부러졌거나 다른 추가 사고가 났을 거야”
. . .
오늘은 우리조도 위험한 구간을 만나서 유난히 힘든 하루였다.
대피소 안에 들어가니 Y팀에서 만들은 오뎅탕을 먹어보라며 성권이가 숟가락에 한입씩 넣어준다.
매콤한게 국물 맛도 너무 맛있다. 그러더니 아예 작은 코헬 째로 먹으라고 내준다. 저녁준비를 해야 되는 우리팀은 반가울 수 밖에... 밥만해서 먹으면 되겠다 했는데 또 밥은 명화가 준단다.
오후 1시30분에 명화가 대피소에 도착해서 1,3조 팀원들의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팀이 저녁을 하려고 하니 어짜피 그 팀은 늦게 들어오니 다시하면 된다고 먼저 같이 먹자고 한다.
덕분에 두팀의 지원 받은 것으로 푸짐하게 저녁을 마쳤다.
오늘이 동계훈련 마지막 저녁인데 훈련팀들과 얘기도 하고 밤늦도록 편하게 있어보려 했는데 찬수팀이 늦게 들어와 저녁을 마치더니 "카라코람 내 밑으로 집합"을 외친다. 엥? 이건 또 뭔 일?
집합하니, 명화가 한라산에 오늘 들어왔는데 백록담에는 가보고 내려가야 하지 않겠냐며 함께 야간산행을 하잔다. 찬수, 회병형님, 나, 명화 넷이서 다시 백록담에 오른다.
훤한 달이 있어 랜턴 없이도 갈 수 있었다. 바람은 차갑고 세차게 불고 있다.
백록담에 도착해서 분화구 가까이에 가니 또 저 아래로 내려갔다 가잔다. 내려가고 싶지만 올라올 것을 생각하면 이 시간에는 별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위킹만 하고 내려 갈 거라고 하의 오버트로우져는 벗고 왔는데...
하지만 리더인 찬수의 말에 그냥 눈썰매를 타며 쭈~~욱 내려갔다.
눈이 바람에 날려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기념사진 하나 찍고 다시 러쎌로 분화구를 올라왔다.
그래도 덕분에 분화구까지 내려가 보고 한라산을 내려가게 되었다.
다시 빠르게 하산을 해서 대피소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은 잠들어 있다.
마지막날인데 아쉽다...
돌아오자마자 텐트에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팀원들이 다른 텐트에서 기다리며 한 잔 하자 했지만 너무 피곤하다. 그대로 침낭에 들어가 누워버렸다. 머리가 아프다.
며칠 동안 계속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마음은 일어나 잠시나마 함께 하고 싶은데 몸은 천근만근이다.
벌써 4박5일이 끝나가고 있다. 몸은 힘이 들었지만 마음만은 평화 그 자체였다.
동계훈련동안 아쉬운 점은,
합동으로 갔지만 정작 조별로 따로따로 행동했었다는 것.
훈련팀원들이 모두 모여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 .
동계훈련의 기본인(물론 우리 카라코람은 자체적으로 배웠지만) 기초훈련을 하지 않은 것.
훈련일정대로 해보지 못했다는 것.(설동은 신설이라 어려웠고, 크레바스 구조훈련은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가는 날 저녁부터 눈이 많이 내려 한라산의 설경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연합팀이 가면서 다른 팀에게서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느끼게 된 점.
운 좋게 날이 개어서 한라산 백록담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행운이었다.
-----*** 2월4일 일요일.
아침 일찍 기상을 해서 밥을 먹고, 짧게만 느껴지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철수 준비를 했다.
텐트를 철거하고 배낭을 다시 꾸리고... 어제 학생연맹팀이 가면서 주고 간 부식이 남았는데 받은 사람이 들고 내려가라 해서 다시 내 배낭에 들어가고 무게는 올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단체사진 기록을 남기고 09:25분 대피소를 출발했다.
한 참 내려오다 크렘폰이 엉키면서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배낭 무게 때문에 꼼짝을 못하겠다. 뒤에서 엉킨 발을 해제해주고 배낭을 받아들고 난 뒤 겨우 일어났다.
가파른 경사길 이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넘어져서도 다치지 않아서 인지 웃음이 나온다....
주위 사람들이 더 놀랬다. 지나가던 등산객 아주머니가 내 배낭을 들어본다. 얼마나 무거운가 하면서...
그러나 바닥에서 들지도 못한다.^^* 사실 나도 막내 윤찬이가 휴식 때마다 배낭을 내리고 멜 때 항상 도와주지 않았다면 잠시 배낭 내려놓고 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들 기다려 주면서 잠시 옹기종기 둘러앉아 간식도 먹고 여유를 찾는다. 하산을 거의 다해서는 서서히 발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양쪽 발 안쪽에 물집이 생겼는데 자꾸 스치니까 너무 아프다. 관음사 몇 백 미터 지점까지 와서 크렘폰을 벗고 천천히 걸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신발부터 벗어 던졌다. 이중화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양발도 벗고 맨발로 걸어 다녔다. 시원하다.
식당으로 이동해야 할 차가 오면서 기사분이 제주산 막걸리와 안주로 김치를 가져왔다.
막걸리로 건배제의를 했다. 낮에는 술을 안 먹지만 너무 맛있고 시원한 맛에 3잔이나 마셨더니 어느새 얼굴이 볼그래진다. 장비를 다시 따로 챙기고 배낭은 트럭위에, 팀원들은 15인승 차에 타고 회집으로 이동했다.
싱싱한 회와 여러 맛있는 먹거리를 내 놓는데 굴, 전복, 등등 푸짐하게 차려진 상에는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배부르고 나니 나른하게 잠도 오고...
후식으로 차 이사님 친구 분이 가져온 한라봉까지 먹고서야 공항으로 이동했다. 4박5일 동안 세수 한 번 못했는데 목욕탕 갈 시간도 없다. 공항 화장실에서 여자들은 옷을 갈아입고 세수도 했다.
세수만 했는데도 개운하다. 시간은 벌써 비행기 탈 시간이다.
그런데 리더 두 명이 보이지 않아 찾는다고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비행 이륙시간이 임박해졌다. 공항 기내방송에선 우리들 명단이 소개되면서 빨리 탑승하라고 하고, 내 폰으로는 아시아나 항공이라면 탑승 안하냐고 전화오고 난리다... 알아서 타겠지 하면서 우리들은 헐레벌떡 티켓팅 통과를 하고 리무진을 타니 얼굴이 새까만 한 사람이 타고 있다.
헉~~ 찬수다. 모두 계속 입구에서 기다렸는데 혼자 어디로 들어왔는지... ㅋㅋ
마지막으로 또 한사람 차 이사님이 보이지 않는다. 근데 한 술 더 떠서 차이사님은 이미 비행기에 자리해서 앉아 계신다.
우째 이런 일이...ㅎㅎ 리더 두 사람이 팀원들에게 말도 없이 가버려서 찾게 해놓고, 먼저 와서 자리하고 계시니...
우리를 기다린 비행기는 이륙을 하고 모두 피곤한지 이내 잠이 든다. 음료수를 갖고 스튜어디스가 왔을 때 음료수 두 잔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이내 대구공항에 도착한다.
짐 가득 실은 카트기를 끌고 나오니 회장님, 현수형님, 학인형님, 진현이 그리고 윤두환 선배님과 권혁만 연맹이사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인사를 하고 몇 분은 그냥 가시고 나머지는 모두 공항 맞은편 순대집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고 해산했다.
* 동계훈련에 함께 참석한 형님들과 훈련리더로서 참석한 찬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 가지로 관심을 가져주신 회장님 이하 회원님들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