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장수
천둥을 동반한 번개가 먹구름을 가른다. 이내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게릴라 폭우라더니 실감이 난다. 베트남 전선에서 베트콩에게 당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격방법은 예측하기 힘들다. 측면인지 아니면 정, 후면인지 속수무책 당하기가
일쑤다. 예보에도 없던 게릴라성 폭우에 만리포해수욕장 그늘장수들 또한 당했다.
부랴부랴, 파라솔을 접고 배치해 놓았던 물놀이 기구도 모두 철수했다.
오늘의 그늘장수 제 3 호 작전은 완패다. 어디 그늘장수 뿐이겠나? 노점상들도 예외일 수 없다.
이미 폭우의 파편으로 후줄근해진 몸뚱이는 갈 곳은 딱 한곳이다. 다름 아닌,그늘장수
회원이 경영하는 횟집이다. “자연산에 목숨을 걸었다.” 라고 당당한 현수막을 내건
오래된 횟집이다.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눈깔이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우럭을 잡는다.
덩달아 그의 아내도 화가 났는지 탁! 하고 시퍼런 칼날로 우럭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으레 그렇듯이 술이 두어 순배(巡杯)돌면, 동네일은 물론 정치와 경제까지 안주로 곁들인다.
나는, 석 잔 맨 이란 별호처럼 딱, 석 잔만 마시고 일어났다. 합석이 길어질수록 말이 많아진다.
입을 많이 사용할수록 본전이 탈로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기분이 좋은 자리거나 나쁜 자리에도 오래 앉아있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하면, 거만하다 하고, 그것은 아니라고 말하면 잘난척한다고 한다.
특히, 그늘장수 회원은 모두 본토박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선배 아니면 후배다.
한 살 차이라도 어김없이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조상까지 시끄럽다.
폭우를 뚫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침까지도 못 보았던 정구지 꽃이 피었다.
곁에 핀 나팔꽃은 나처럼 후줄근하게 젖었지만, 녀석만은 달랐다.
날씬한 몸매를 곧추세우고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로 나를 맞이한다.
이왕에 젖은 몸뚱이 한참 동안 부추 꽃과 대화를 나눈 다음, 보일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에 숨어서 자신의 소리를 낸다.
따뜻한 물에 빗물을 씻어내고 기회는 이때다, 음향기기에 CD를 넣는다.
쇼팽의 Raindrop Prelude (빗방울 전주곡)은 창밖에서 연주하는 우악스러운 멜로디와는
사뭇 다르다.
*회원여러분, 그쪽도 게릴라의 습격을 받았는지요.
녀석들의 성정은 무지막지하니 수방 대책, 빈틈없이 하시기 바랍니다.
폭우의 틈새를 이용해 안부를 묻습니다. 올여름도 건강히 지내십시오.
첫댓글 저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어봐야겠습니다.^^ 천안에도 비가 내리고 열어 놓은 창밖으로 경부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들이 폭포 소리를 내며 바삐 지나갑니다. 호수가 보이는 데 팔려 고속도로를 못 보고 이사왔어요~ 건강한 여름철 보내세요~~
사무국장님 사는 곳은 도심과 자연이 마주하고 있어 좋아 보였습니다. 나즈막한 산과 공원, 호수도 있고,
맛집도 있고요. 곧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는 더 기승을 부리겠죠? 건강하십시오.
사진이 어찌나 절묘한지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비 오는 바닷가도 참 운치있을 것 같아요. 거기다 회까지라니요 ~~^^*
네, 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면 붓과 물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머리속으로 물감을 풀기도 합니다. 도심과 비교하면 장단점이 있지만 이제 여기에 익숙해 졌답니다.
장마가 물러가고 햇살이 찾아와야 그늘장수도 춤을 출 수 있을 텐데요.
곧 땡볕이 그늘을 찾게 할 것 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게릴라성 폭우의 기습 공격 덕분에 해헌선생님을 카페에서 다시 뵙게 되었네요. ㅎ ㅎ~ 세찬 빗줄기에 부추꽃이 온전할지 안쓰럽긴 합니다만 하얀 부추꽃과 떨어지는 빗줄기가 무척 조화로워 보입니다. 늘 평안하소서.^.*
ㅎㅎㅎ, 건강하셨죠? 가끔 그런 날이 있어야 독서도하고 글도 쓰죠. 올여름 피서지로 바닷가를 계획하셨다면
들리십시오. 저는 원조그늘을 드리고 아내는 시원하고 향긋한 꽃차로 피로 회복에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쇼팽이 낡고 허름한 집에서 빗소리를 듣고 작곡했다는 빗방울 전주곡을 다시 들어보니 가슴이 오그라지면서 먹먹합니다.
역시 음악은 장소와 시간을 건너뛰게 해주는 만능열쇄 이면서 신비스러운 마력이 있습니다.
이곳은 밤에 주로 비가 오고 무더워서 만리포 그늘장수가 무지 부럽습니다.
아무려나 날마다 햇살이 이글거려서 그늘장수 사업이 번창하시길 빕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회장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기 힘드실 때 훌쩍 떠나십시오. 만리포 아우가 있는 곳으로. 엄청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올해 그늘을 만들고 파는 장소는 가장 분주한 만리포 노래비 앞입니다. 오시면 얼른 알아보실 겁니다.
학실히 해헌의 예술가
사진이 참 멋지네
그렇게 살아가시구려
많은 사람 그늘막으로
요즘 그늘장수 때문에 퇴근하면 이내 잠에 빠진답니다. 나이는 속이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