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문장부터 당신을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책!” 201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파친코》를 추천하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첫 문장이 어떤 내용이기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기대 못지않게 강렬하고 낙천적이다.
[2]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과 강인한 생명력이 복합된 내용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잘 전달하는 문장이 또 있을까. 부정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으나, 동시에 긍정적인 마무리를 암시하고 있는 이 책은 강렬하고도 희망적인 첫 문장과 함께 이미 성공을 예고했었다.
피폐하고 힘들었던 일제강점기에도 꽃은 피고 생명은 태어났다. 불가항력적으로 낯선 땅으로 끌려간 이들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들이 또 자식을 낳았다.
[3] 남의 땅에서 멸시 천대 받으며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생지옥 같은 곳에서도 우리네 조상들은 강인한 정신으로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생계를 꾸려왔다. 어떤 고난과 핍박이 있었어도 절대 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조선의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과 누나들이 있었다.
항상 백성들을 다스리는 지도자나 정치꾼들이 문제였다.
[4] 남의 나라를 침략하여 국민 주권을 찬탈하여 노예처럼 부려먹고 괴롭혀온 일본인도 나쁘지만, 과거 선조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통해 조금도 배우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양 진영으로 나뉘어 정파 싸움에만 몰두하다 나라를 빼앗긴 우리네 조상들이 더 밉다.
2022년을 살아가는 지금에도 과거 선조들의 나쁜 본보기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않고 사는 현 정치 지도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5] 언제까지 동과 서, 여야 야로 갈라져서 싸움박질해야 하는지 속상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그래도 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은, 비록 국가 지도자들의 문제로 나라가 망하고 남의 나라에 지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책에 언급되지 않은 평범한 민초들이 생의 의지를 갖고 땀 흘리고 노력해서 지금까지 버텨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친코》의 저자 이민진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표현한 것이다.
[6] 소설 《파친코》는 일본으로 이민을 간 선자의 4대 가족이 1900년대 초부터 1989년까지 타국, 그것도 조국을 침략했던 원수같은 국가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끌어안고 살아가던 삶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극히 평범한 한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지만,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관동대지진과 같이 쓰라린 역사의 상흔을 가진 모든 한민족의 이야기다.
[7] 2017년 출간 이후, 당해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에 오르고, 뉴욕타임즈, USA 투데이, BBC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미국과 세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글로벌 OTT인 애플TV에서 1천억을 들여 《파친코》를 각색해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를 제작해서 흥행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낯선 역사를 다룬 내용이 이토록 조명 받은 이유는 물론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열풍(한류)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8] 무엇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였던 한국의 일제강점기와 이민자를 글로벌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들을 일본인 새끼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어도 더러운 조선인 소리를 듣고 대체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일본에서 태어난 선자의 둘째 아들 모자수의 말이다.
[9]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포함해서 지금도 소외감, 상실감, 설움, 차별화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영국 EPL에서 지난 시즌 득점왕에 등극했던 우리의 영웅 손흥민 역시 남의 땅에서 차별화를 여전히 경험하고 있음을 본다.
때문에 소설 속 선자의 삶은 시대의 아픈 추억을 발판 삼아 탄탄하게 이겨내어 성공한 전 세계 모든 어머니와 할머니로 대변된다.
[10]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의 연출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이 작품을 “한국 역사를 다루긴 했지만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그렇다. 흙수저 인생으로 태어나 매일 멸시 천대받고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생존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우리 모두도 이민자나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파친코》는 지난 과거 선조들의 이야기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되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11] 아무리 그래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이민자들의 아픔을 우리는 다 이해하거나 알지 못한다. “죽어버려, 못생긴 조선인.” “보조비 챙길 생각하지 마. 너희 조선인들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어.” “방귀 냄새나는 가난한 인간들.” “네가 자살하면 내년에는 우리 학교에서 더러운 조선인 한 명이 줄어들 거야.” “마늘 냄새.” “할 수만 있다면 네 머리를 직접 베어 버리고 싶지만 내 칼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이민진, 『파친코』 (서울: 한국문학, 2018), 213)
[12] 평생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이 처참한 소리들을 우리 선조들은 날마다 들어왔다. 이런 저주스런 악담과 언사들을 밥 먹듯이 들어온 그들의 아픔과 고통과 좌절이 얼마나 컸을지는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도 처절하게 살아남은 우리 선조들의 삶의 기개와 이상이 너무도 존경스럽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도전과 교훈은 무엇일까?
[13] 그 어떤 형편 속에서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낙심해서 생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그분의 자녀들임을 자각하고, 소외되고 멸시 당하고 천대받는 이웃들을 형제 이상으로 영접하고 기쁘게 섬기라는 것이다.
“주님, 오늘도 나로 인해 실족케 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도록 하시고, 나를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는 역사만 일어나게 하옵소서! 아멘!”
첫댓글 아픔과 고통과 좌절속에서도 처절하게 살아남은 우리 선조들의 삶~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그분의 자녀입니다~♡ 우리의 이웃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임을 기억하고~♡
드라마 파친코.. 감명깊게 봤어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