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醉客(증취객)
이매창(李梅窓:1573~1610)
조선 선조 때의 부안 출신 기생이다.
본명은 향금(香今), 자는 천향(天香), 호는 매창(梅窓) · 계랑(桂娘) · 계랑(癸娘)이다.
시 · 음률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그녀는 수 백편의 작품이 있었으나, 오랜 세월 잊혔지고
시조 58수가 전해진다.
1573년 전북 부아현의 아전 이양종과 관비의 딸로 태어났다.
광해군 2년(1610) 여름 이매창은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전북 부안읍 오리현(五里峴) 매창뜸에 그녀의 유언대로 그녀가 아꼈던 거문고와 함께 묻혔다.
1668년 부안에 아전들이 당시까지 전해졌던 한시 58편을 모아 개암사(開巖寺)에서 『매창집(梅窓集)을 간행하였다.
1983년 이매창 묘역을 중심으로 지방기념물 제65호의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그 묘역을 중심으로 매창공원이 만들어졌다.
2015년에는 이매창의 묘역을 중심으로, 넓이 7400평 규모의 매창 사랑의 테마 공원으로 확장되었다.
술 취한 손님이 비단 적삼을 잡아당겨
醉客挽羅衫 취객만라삼
비단 적삼이 거친 손길에 찢어졌네
羅衫隨手裂 나삼수수렬
한낫 비단 적삼이야 아깝지는 않지만
不惜一羅衫 불석일라삼
다만 은애 하는 마음까지 끊어질까 두렵네
但恐恩情絶 단공은정절
*
예전에 매향의 묘에 갔을 때는
쓸쓸하고 고적하고 한갓진 공동묘지 무덤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화려하고 번잡하게 공원으로 탈바꿈되어 매향의 생애와 시를 알리고 있다
매창 공원에 있는
송수권 시인의 시비에 적혀있는 시를 옮겨 적는다
이매창 李梅窓의 무덤 앞에서
송수권
이 세상 뜻있는 남자라면 변산에 와서
하룻밤 유숙하고 갈 만하다
허름한 민박집도 많지만
그러나 정작 들러야 할 민박집은 한 군데
지금도 가얏고 소리 끊이지 않고
큰 머리 옥비녀 꽂았는데
머리 풀기를 기다리는 여인
서해 뻘밭을 끓이는 아아 후끈 이는 갯내음
변산 해수욕장을 조금만 비껴 오르면
부안읍 서림공원 그 아랫마을 공동묘지
바다우렁이 속 같은 고둥껍질 속에
한숨 같은 그녀의 등불이 걸려 있다
온몸의 근질근질한 피는 서해 노을 속에 뿌리고
서너 물발 간드러진 물살에
창창하게 피는 낚싯줄
이 세상 남자라면 변산에 와서
하룻밤 그녀의 집에 들러 불 끄고 갈 만하다
‘이화우 흩날릴 제 제 울며 잡고 이별하던 님’
뻘 속에 코를 처박고 싶은 여름날
아아,
이 후끈 이는 갯마음
(이 시는 시비에 적혀있는 시를 옮겨 적음. 시집에 실려있는 작품과는 약간의 行이 다름)
이 시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고하신 송수권시인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매창을 기리는 ‘매창공원’에 이 시비가 타당한지를 묻고 싶다.
시의 전반에 흐르는 내용이
매창은 ‘기녀(妓女)’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특히 이 구절을 보면
“큰 머리 옥비녀 꽂았는데
머리 풀기를 기다리는 여인.”
“바다우렁이 속 같은 고둥껍질 속에
한숨 같은 그녀의 등불이 걸려 있다.”
“이 세상 남자라면 변산에 와서
하룻밤 그녀의 집에 들러 불 끄고 갈 만하다.”
“뻘 속에 코를 처박고 싶은 여름날
아아,
이 후끈 이는 갯마음.”
이 구절을 젊은 학생들이 읽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각설하고
누구든지 이 시를 읽고 난 뒤에
이매창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이 무섭고 두려울 뿐이다
또다시 저어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