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가은
플라타너스 외
- 근욕의 향
저 바람 따라
우듬지는 중력을 딛고 하늘을 우러른다
지근 발심을 꿈이라 할까
저기요, 하는 순간 멀어질 수도
여기요, 하면서 붙들 수도 있으니
꿈은 하찮은 나의 것도 웅숭깊은 너의 것도 풀풀이 유효하다
육체미를 자랑하며 풍성한 그늘을 주는 끝없는 가로수 길
한숨 더위를 식히는 고즈넉한 무음 벤치
누군들 하얀 속내음 풍기는 애련한 백치미의
우아한 향을 기억하지 않으리
태곳적 신에게 받쳐진 신성한 나무*의 모태
Yellow popuiar
한 번의 강산이 변해야 꽃을 피우는 신의 꽃
짙푸른 오 손에 사뿐히 앉아 있는 품새라니
하늘꽃 새털구름 벗 삼고
추락의 황금빛 날개 허울 거린 그 벤치
무음을 조각조각 기우는
그리운 형상 하나, 둘
* 그리스 신화,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을 떠나기 전 제물로 바친 신성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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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꽃
상현달을 품고 응결하는 성에
맑은 꽃을 피웠네
알알이 무수한 사연을 품은 채 대지의 휴지기는 시작되고
무서리 치는 야성의 밤
농도 깊은 기억을 피웠네
끝내 닿지 못할 망망함
사라지면서 빛나는 흔적
방랑은 겨울을 순례하는 기착지
숨죽여 떠돌았던 기억의 행간
심미적 아름다움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허전한 가벼움이고
뒤돌아보는 쓸쓸함이고
삭막한 날의 한 움큼 그리움이네
공회전 없는 짧은 생
군더더기 없는 또 다른 내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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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2021년 《시와사람》 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봄, 바람에 기울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