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아이디어 거치면 돌멩이도 '반짝'
"원석이 지닌 최고의 빛 찾아내죠"
"제 디자인으로 누군가를 예쁘고 아름답게 꾸며주고 싶다는 마음? 혹은 내가 해주고 싶은 선물을 만든다는 기분? 그런 태도로 보석을 디자인하죠.”
보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보여주듯 오색으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나석(원석을 깎은 상태의 보석)을 조심스레 만지는 손길이 유난히 조심스럽다. 그는 국내 유명 보석 브랜드 골든듀 디자인팀의 최윤호(37세) 디자이너.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골든듀 본사에서 최씨를 만나 보석 디자이너의 세계에 대해 파헤쳐 봤다.
◇창조성을 갖고 세밀하게 보석 디자인하는 직업
그의 일은 원석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디자인하는 것. 최씨가 수작업으로 그려낸 평면 도안을 세공연구소에 넘기면 그곳에서 3D 입체도면을 제작한다. 그 도면을 바탕으로 공방에서는 반지와 목걸이·팔찌 등 실제품으로 만들어낸다. 패션 분야처럼 보석 디자인도 매 시즌 유행이 바뀐다. 지난해 비교적 클래식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놨던 그는 올핸 파격적으로 유연성이 느껴지는‘웨이브’가 들어간 제품을 디자인했다.
최윤호 디자이너가 가장 애착을 갖는 제품인 ‘스윗봉봉' 을 들고 있다. / 사진=남정탁 기자jungtak2@chosun.com
“끝없이 변화하는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압박감이 무척 심해요. 하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직업이기도 하죠. 길에서 마주 오는 여성분이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착용하고 있을 때 말할 수없이 뿌듯해요. 그런 순간마다 보석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골든듀 디자이너 다섯 명 가운데 유일한 남자인 최씨. 이 회사뿐만 아니라 아직은 보석 디자인 분야에서 여자가 대다수다.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남자라서 여자 디자이너가 미처 못 보는 부분을 볼 수 있죠. 예컨대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디자인은 제가 더 잘 알죠. (웃음) 또 남자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나라면 이런 주얼리를 하겠다’ 라고 생각하는 건 여자분들보다 유리하죠. 물론 남자이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도 있겠지만요. 여자 어린이든 남자 어린이든 아름다운 보석을 사랑한다면 성별 구별 없이 보석 디자이너가 될 수 있어요.”
원래 그는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해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가 그려내던 물품은 공기청정기·전자레인지·TV와 같은 가전제품군. 좀처럼 일에 흥미를 갖지 못하던 그의 눈길을 잡아끈 건 보석이었다. “ 아름다운 것과 늘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퍽 매력적이었어요. 섬세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점이 꼼꼼한 제 성격과도 잘 맞을 것 같았죠.”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하면서 최씨는 2005년 서른 살의 나이에 이탈리아 로마로 날아갔다.“ 2년 유학하고, 2년은 밀라노 로컬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귀국 후 그는 2010년부터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 일하고 있다.
스윗봉봉을 비롯해 최윤호씨가 디자인한 각양각색의 보석 작품들./ 사진=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진정한 디자이너라면 미적 감각은 필수
그는“보석 디자이너에게‘미적 감각’은 기본이자 필수”라고 강조했다. “ 미적 감각은 보석 디자이너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디자인을 다루는 직업이니까요.” 그렇다면 미적 감각을 기르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고쳐 매며 말을 이었다. “ 정답이 없습니다. 관련 서적과 패션 잡지·주얼리 잡지를 계속 보면서 스스로 연구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을 익힐 수 있을 거예요.”
이어 그가 말한 보석 디자이너의 자질은 ‘고집’. “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지켜낼 수 있는 고집이 있어야 해요. 보석의 디자인과 가치는 단 1㎜ 차이의 세공으로도 완전히 달라져요. 이 부분을 끝까지 지켜내야 애초에 본인이 원했던 디자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지난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내놓은 ‘스윗봉봉’ 이라는 제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작품을 디자인할 때 주안점을 둔 건 ‘입체감’ 이었는데요. 손으로 그린 디자인을 실물로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여야 했죠.” 설명하다 말고 그가 스윗봉봉을 손바닥위에서 굴리니 제품은 세 조각으로 분해됐다. “ 이것 보세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이루어진 제품이죠. 작업이 단순치 않았어요. 하지만 결국 제가 상상하던 그대로 제품이 나와서 유달리 애착 가는 제품이에요.”
그는 “현재 국내 보석 시장은 해외와 비교하면 그리 큰 규모는아니다” 라고 했다. “ 하지만 장신구가 사치품으로만 여겨지던 옛날과 달리 지금 주얼리는 패션과 생활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죠. 보석은 점점 대중화되고 있어요. 보석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그만큼 유망하다고 봅니다.”
보석 디자이너 꿈꾼다면? 최윤호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TIP!
문화생활을 많이 하세요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미적 센스입니다. 관련 잡지를 보는 것은 물론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을 가는 것도 큰 공부가 된답니다.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해마다 해외 쇼 같은 출장을 자주 가요. 디자인 분야는 점점 글로벌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은 더 중요하죠.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언어도 공부하는 게 좋아요.
드로잉 연습을 하세요 디자이너에게 스케치는 정말 중요한 능력이죠. 평소에 그림을 자주 그려보세요. 연습과 반복만이 드로잉 실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