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올해도 풀과의 싸움이 힘겹기만 합니다. 지난주에 외발 관리기로 중경제초를 해 주었는데도 일주일 만에 풀이 사정없이 자랐습니다. 이쯤 되면 기냥 항복 선언하는 편이 낫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는데 까지 해보자 싶어 호미 한 자루 들고 옥수수밭 밭고랑에 주저앉아 끈질기게 호미질을 해봅니다.
하지만 역시 잡초가 무성한 밭의 김매기는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허덕허덕 김을 매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래도 단정하고 포실포실하게 매만져진 밭고랑이 그나마 위안을 줍니다. 그 덕에 다시 용기를 내서 더디고 힘들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봅니다.
쓸데없이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전진하라고 흔히들 말하곤 합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앞을 보고, 미래를 보고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커다란 문제나 시련에 가로 막혀 한 발자욱도 내딛기 힘든 순간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 때에는 호흡을 가다듬고 당장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난제에서 잠시 마음을 떼어 놓고 뒤를, 과거를 돌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여기까지 나를 오게 한, 나를 존재하게 만들어 준, 고맙고 감사한 사람들... 밝고 아름다운 지난날의 푸르른 이야기들을 살포시 떠올리다 보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힘이라도 생겨날 것이고 그래서 새롭게 용기와 소망을 힘입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좋으신 우리 주님은 언제나 늘 함께 계셔서 그렇게 지나온 시간동안 변함없이 우리를 귀하게 여겨 주시고 소망의 길을 만드시고 인도해 주셨습니다. 지금만 나를 귀한 존재로 여겨 주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어떤 모습, 어떤 순간에도 우리를 향하신 그 신비하고 온전한 사랑이 흔들리신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고 능력이며 소망입니다.
살아오며, 살아가며... 이런저런 어려움을 만난다 해도 용기를 잃지 않고 보배로운 믿음의 고백과 더불어 다시 푸르른 희망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