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50 년 전쯤 고생물학자들은 몽골에서 이상하게 생긴 긴 앞다리 화석 두개를 발견했습니다. 이 거대한 팔 화석은 기괴하게 생긴 무서운 손이라는 뜻의 Deinocheirus mirificus 라고 명명되었는데 그 후 누구도 이 공룡의 나머지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전시되었죠. 그 모습은 공룡 전시가 아니라 현대 미술 조각같은 기괴한 모습이었습니다.
대략 7000 만년전 백악기 말을 활보하던 데이노케이루스는 불행히도 다른 근연종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고생물학자들은 진짜 양팔과 양손 이외에는 아무것도 복원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화석들은 일부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복원은 다른 과나 속에 속하는 근연종의 골격을 참조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공룡은 어디에 속하는지 조차 미스테리였죠. 심지어 초기에는 이 공룡이 육식 공룡인지 초식 공룡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4 년 마침내 이 공룡의 나머지 부분이 발견되어 복원이 가능해 졌습니다. 그 결과는 더 기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마치 만화나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장난스런 모습을 한 거대 초식 공룡이었기 때문입니다. 키 5 미터에 몸길이 11 미터, 7 톤 정도 되는 데이노케이루스는 타조 공룡이라고 불리는 오르니토미모사우리아 Ornithomimosauria 에 속하는 공룡이었습니다. 복원도에 대해서 연구자들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스타워즈에 나오는 익살스럽게 생긴 외계인 자자빈크스를 닮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적어도 얼굴은 말이죠.
(새로운 복원도 Deinocheirus mirificus Credit: Michael Skrepnick )
(자자빈크스 Jar Jar Binks in Star Wars Episode II: Attack of the Clones)
이 공룡의 주둥이에는 이빨 대신 부리가 달려서 고기가 아니라 식물들을 먹는데 적합했던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 공룡의 위 내용물 화석에서는 물고기 뼈도 같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호수와 강가에서 긴 주둥이를 이용해서 흡입하는 방식으로 식물 뿐 아니라 물고기도 같이 섭취했던 것 같습니다. (즉 잡식 공룡) 수각류에 속하는 잡식 공룡 가운데서는 가장 대형 축에 (거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급) 속하는 데이노케이루스는 오르니토미모사우리아 가운데서 독특한 방향으로 진화한 공룡이었습니다.
다른 타조 공룡들이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진화한 반면 데이노케이루스는 육중한 몸매와 천천히 움직이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이 공룡은 다른 오르니토미무스과 (즉 타조 공룡) 들과 백악기 초에 분리되어 진화해서 데이노케이루스과라는 독립된 과로 진화했습니다. 아마도 이 공룡이 살았던 당시의 환경이 이와 같은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독특한 부분은 이렇게 큰 수각류 공룡인데도 몸의 일부가 깃털로 덮혀 있다는 것입니다. 공룡의 크기와 덮은 면적을 고려할 때 아마도 이 깃털은 보온의 목적보다는 장식이나 짝짓기를 위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등 부분에 있는 돛 같은 튀어나온 부분의 용도는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이 공룡의 외형을 더 기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 연구진이 참여해서 국내 고생물학 연구로는 처음으로 네이처에 실린 연구이기도 합니다. 연구의 리더인 이융남 (Yuong-Nam Lee, director of the Geological Museum in Daejeon, South Korea) 은 이 공룡이 전체적으로 초식이지만 위 내용물로 봐서는 어류도 섭취하는 균형잡힌 식단을 가진 잡식 공룡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향후 연구를 통해서 더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겠지만 아무튼 앞다리 만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었던 기묘한 공룡의 모습이 이제 우리앞에 상세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더 외계인스럽게 생긴 공룡들이 지금도 지층 어딘가에서 발굴을 기다리고 있겠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흥미로운 연구 소식이 자주 들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