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
"이주빈 시인의 첫 시집이자 어른의시간 시인선 다섯 번째 책이 출간됐다. 흑산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도시에서 학업과 기자 생활을 마친 뒤 섬문화 다양성과 태평양 기후 위기 대응 일을 하고 있는 시인이 바다, 섬, 그리움 그리고 어머니를 주제로 노래한다. 오지 않을 존재들을 기다리고, 유년의 한때를 회상하며, 세상의 모든 연약한 이들을 호명하는 시인의 노래 70편이 독자의 마음에서 철썩인다."
☆ 추천사
류근 (시인)
울음이 노래가 되고 노래가 다시 울음이 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음성으로 말하였으되 불현듯 오래된 악기가 불러 주는 음유가 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경지를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시인이 나고 살았다는 흑산도가 전생의 섬인지 이승의 섬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산 자들의 울음과 노래가 이토록 철썩이는 시의 몸매를 다 입었으니 남도의 뭍과섬들에게 이제 무슨 가락이 있어 더 돌아갈 능청이 있을 것인가. 생래적 시인이란 이런 것이다.
박남준 (시인)
시집을 펼치면 징글징글하다. 지독하다. … 스스로를 유배시키듯 태어난 섬으로 도망치듯 돌아간 그가 … 해무에 갇혀 썼을 것이다. 악을 쓰며 검은 바다, 그 파도 앞에 썼을 것이다. 몽환처럼 뱃고동 소리에 끌려 바닷가 선착장으로 달려가며 썼을 것이다. 아무도 그 숨 가쁜 기다림 끝에 보이지 않네. 돌아오는 길가에 앉아 넋을 놓아 썼을 것이다. 이주빈의 시집이 그러하다.
강제윤 (시인)
흑산도는 홍어의 섬 이전에 고래의 섬이었다. 어느 해 겨울, 흑산도 사람 몇이 서쪽 난바다에서 조업 중 돌풍을 만나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불현듯 고래 한 마리가 다가오는가 싶더니 뒤집힐 뻔했던 어선이 바로 섰다. 고래가 그 너른 등판에다 실어 주었기 때문이다. 고래는 그대로 헤엄쳐 가 흑산도 사리마을 해변에 어선을 살포시 내려놓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고래가 사람들 목숨을 구해 준 전설이 아니다. 흑산도 박씨 집안 족보에 기록된 백 년 전의 실화다. 그래서 흑산도 사람 이주빈이 “섬 아기들은 고래 등에 올라 피리를 분다”고 노래하는 것은 은유가 아니다. 섬의 신화적 일상이다. 지금은 잃어버린 신화와 일상이 공존하던 시대, 한없이 외롭고 애잔하고 따뜻했던 섬의 이야기들이 그의 시 속에서 섬의 신원을 확인해 줄 지문처럼 되살아난다. 이주빈의 시는 섬의 지문이다. “한때 내가 너의지문이었듯”.
홍성식 (시인)
그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시인의 성정으로 세상과 인간을 대해왔을 수도 있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그 깨달음의 근거가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다.
첫댓글 추천사 하나하나가 다 시네요
오래된 악기가 불러 주는 음유같은 이주빈 시인의 시를 읽어 보고 싶어 집니다
또 난파된 배를 등판으로 올려서 뭍에깢, 데려다 주었다는 고래이야기가 엄청 신비롭게 들려 옵니다
뱃고동 소리에 선착장으로 달려갔으나 그 사람이 오지않고 또 기다리면서 쓴 시는 어떨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