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나 칼럼 II
소크라테스의 정신질환 증상?(중)
글 조성내 (법사, 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환청(幻聽)
“그래서 나는 아직도 돌아다니면서 이 나라 사람이건 다른 나라 사람이건, 적어도 나에게 지혜롭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으면, 신의 명령에 따라 그 사람을 찾아서 따져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혜가 없는 듯이 생각되면, 신을 도우면서 지혜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에 분주하기 때문에, 나는 나라 일이건 집안일이건, 이렇다 할 만한 일을 할 겨를도 없이, 매우 가난한 살림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신을 섬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23)
“왜 묻고 다니는가?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은, 신이 명하시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명심하시시 바랍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 30)
“내가 바삐 돌아다니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충고를 하면서 부질없는 참견을 하지만, --- 그러나 그 까닭은, 이미 여러분이 여러 번 여기저기서 내가 말하는 것을 자주 들은 적이 있는 바로 그것, 즉 나에게 자주 나타나는 일종의 신의 알림이라든가, 신령스런 것 때문입니다. --- 그것은 나에게 어려서부터 시작된 일로서 일종의 목소리로 나타납니다. 그것이 나타날 때는, 언제나 무엇이건 내가 하려는 것을 막고, 어떤 경우에도 결코 무엇을 하라고 권하지는 않습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32)
“어째서 사람들은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내기를 좋아합니까? 즉 그들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검토되고 있는 것을 듣기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로 말하면, 신으로부터 신탁이나 꿈을 통해서, 또 그밖에 신의 뜻으로 인간에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는 모든 전달의 방법을 통해서, 그렇게 하라고 명령을 받고 있다고 나는 주장합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33)
“내가 오늘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도, 여기 와서 이 법정으로 들어서려고 했을 때도, 또 변론에서 내가 무엇인가 말하려고 할 때도 신의 낌새는 나에게 반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경우에는 한참 얘기하고 있는 중에도 내 말을 중간에 자주 가로막곤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이 일에서는 행동에서나 말에서나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40)
위에서 보시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신의 목소리’를 어려서부터 들어왔다고 했다. 희극 <구름>이란 작품이 공연되기 훨씬 전부터 신의 소리를 들어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환청이다. “한참 얘기하고 있는 중에도 내 말을 중간에 자주 가로막곤 했다”고 했다. ‘신의 명령’에 따라, 이사람 저사람, 지혜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강박적으로 만나서 따지고 따졌던 것이다. 신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다 보니, 결국 돈벌이를 하지 못해 가난해졌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하고 있다. 신의 목소리, 즉 환청이 소크라테스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신의 목소리가 하라는 대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 따지고 따지다 보니,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 돈벌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들을 괴롭힘
“한가하고 부유한 집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나를 따라와서, 남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을 자못 흥겹게 들을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도 가끔 나를 본받아서 다른 사람들을 검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제 딴은 무엇인가 아는 듯이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실은 조금밖에 모르거나 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검토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나무라지는 않고, 오히려 내게 화를 내서, 소크라테스라는 매우 괘심한 자가 있는데, 그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있다고 말하게 된 것입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23)
소크라테스는 ‘지혜있다는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 군중 앞에서, 따졌는가 보다. 그리고 너희는,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 너희들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따졌는가 보다. 그러니 군중 앞에서 모욕을 당한 사람들이 분개했었을 것이다. 그러니 소크라테스한테 검토당한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고 비난했었고 그리고 그를 고소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지혜있다는 사람들을 만나 따지고 모욕주는 것이, ‘신이 하라’고 해서 했기에, 아테네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아네테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바로 망상인 것이다. 한편, 젊은이들은 소크라테스의 행동을 보고서, 젊은이들이 소크라테스가 하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따지고 괴롭게 굴었기에, 결국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고 고소를 당했던 것 같다.
과대망상증
“아테나이의 여러분,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변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나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여러분이 나를 벌함으로써, 신이 여러분에게 주신 선물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변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만약 나를 죽인다면,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 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 나라는 사람은 신이 이 나라에 붙여 놓은 것입니다. 이 나라는, 마치 덩치가 크고 혈통이 좋은 말과 같아서, 크기 때문에 좀 멍청하여, 깨어있으려면 무엇인가 따끔한 쇠파리 같은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온종일 어디서나 여러분들과 마주 앉아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깨우치고, 타이르고, 나무라기를 결코 그치지 않도록 신께서 나를 이 나라에 그 쇠파리처럼 붙여놓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만약 여러분이 나를 때려 잡아, 경솔하게 나를 사형시켜버리면, 신께서는 여러분을 위해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보내주시지 않는 한, 여러분들은 나머지 생애를 늘 졸면서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바로 신께서 이 나라에 보내진 사람이라는 것을 --- 즉 내가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여러 해 동안 집안일을 돌보지 않은 채로 내버려두고, 아무에게나 사사로이 다가가서, 마치 아버지나 형처럼 정신을 훌륭히 하기에 마음을 쓰도록 타이르면서, 언제나 여러분들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예사로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같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보수를 받지도 않았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31>
여기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자기 일과 자기 집안일을 집어치우고, 신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서, 신이 하라는 대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 법정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변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 와 계신 아테네 사람들을 위해서 변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뒤바뀐 생각이다. 이것도 망상이다. 멍청한 말(馬)을 깨어 있도록 해주는 쇠파리처럼, 아테네 사람들을 깨우치라고 일부러 신이 소크라테스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대망상이다. 소크라테스는 환청에다 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것은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