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학이 사는 마을, 상서로운 기운이 감도는 지리산은 선비 서당교육과 효, 예절교육으로 국내에서 잘 알려져 듣기만 해도 마음이 힐링되는 곳이다. 이런 정신적인 수련장이 우리 고장 대룡이 살고 있는 마을 뒤편에 있어 반가웠다. 지난주 강원수필 봄맞이 행사로 30여명의 회원과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느랏재 서당을 견학했다. 지난해에 정식 도교육청 인가를 받아 첫걸음이지만 곳곳에 서린 서당의 분위기는 결코 낯설지 않았다.
분지 봄내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899m의 대룡산은 예전에는 글자 그대로 오지였지만 잼버리 대회로 시원히 뚫려 시내버스가 다니는 상걸리가 됐다. 느랏재 터널을 지나면 내리막길 끝이 예전 춘천을 넘나들던 유일한 감툰 초입새다. 감툰 고개는 대룡산 가장 낮은 능선이다. 이곳을 넘어 두태자루를 메고 진선고개로 내달리던 산골 사람들의 함성을 그려 본다. 그 마을 상걸리에 느랏재 서당이 반긴다. 인근 지역이지만 생경한 회원들이 많았다. 험준한 산들이 뿜어내는 상서로운 기운이 분위기부터 달랐다. 아이들 목소리가 사라진 옛 명성초교는 백암(柏巖)이란 훈장 내외분의 노력으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삶의 지표를 안겨 주고, 고전을 통해 심신을 정화시켜 주는 수련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느랏재 서당은 유치원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의해 입소를 받는다고 한다. 천자문과 서예를 가르친다. 정신 일도(一到)하여 예절교육은 물론 다도(茶道), 캐리커처, 민속놀이 등을 통해 인성교육에 앞장선다. 강원 수필가들은 이 날 학생이 돼 동양철학의 귀재이신 백암님께 한시 조삼모사를 배운 게 기억이 생생하다. 강 건너 불 보기였던 민속놀이 투호(投壺)도 체험하고 삼행시도 지은 값진 하루였다.
화전을 하며 살아가던 상걸리는 한때 100여명이 살아가던 터전이다. 훈장님은 봄내 사회교육에도 출강해 논어, 맹자, 주역, 시경, 손자병법을 벌써 몇 년째 교육하고 있다. 근자(近者)에 공무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도 나가고, 고전의 맛을 특히 젊은 대학생에게 아낌없이 베푸신다고 한다.
특강이 끝나고 마을을 둘러봤다. 산촌마을은 다시 찾은 귀농인들로 새롭게 수혈하며 기지개를 켠다. 추사가 노래한 소창다명(小窓多明) 사아구좌(使我久坐)란 시구가 떠오른다. “작은 창으로 많은 별들이 빛나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있게 한다.” 상걸리의 느랏재 서당. 밝은 빛으로 시민들을 불러 영혼의 안식처가 돼 오래 앉아 힐링할 명소로 거듭나리라. 지난해 도시민들이 수시로 다녀가며 이곳을 낙원이라고 자주 들른다고 한다. 돌아올 무렵, 주말이라 마당에는 벌써 여기저기 텐트를 펼치며 가족들이 교교히 흐르는 대룡의 정기와 고전의 맛에 취하려 한다.
자유학기제 등 교육계에 새바람이 불며 느랏재 서당도 한 몫을 하리라 여겨진다. 강원은 물론 전국 어느 기관이나 사원들 결속을 위해 프로그램에 넣어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