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한국문학, 작가론
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
방승호 지음|현대문학연구총서 58|160×230×21mm(하드커버)|296쪽
29,000원|ISBN 979-11-308-2132-0 93800 | 2024.2.5
■ 도서 소개
한국 서정시의 커다란 흐름을 이어온 김남조 시인의 문학적 가치를 조명하다
문학평론가 방승호의 『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이 푸른사상사의 <현대문학연구총서 58>로 출간되었다. 독자적인 서정의 길을 구축하며 시를 통해 희망을 전했던 시인 김남조의 문학에 주목한 연구서이다. 정동 이론과 상상의 개념을 통해 김남조 문학을 이해하고, 상상의 힘과 시에 대한 진정성을 논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시론의 본질을 탐색한다. 이 책은 세대를 넘어 문단 원로와 젊은 평론가 사이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방승호는 주체 권력을 타파하고 모든 존재가 공존하고 상생하기를 희망하는 탈주체적 사유가 김남조 시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 저자 소개
방승호
대전 출생.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2022년 『시작』에 발표한 「지옥에서 남겨진 시체-허수경 유고시론」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디아스포라 및 정동 이론, 신유물론에 관심이 많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김남조 시의 정동
시인의 사랑과 상상 ― 연구 목적과 체계를 대신하여
1. 서정, 사랑의 시학
2. 정동 이론과 상상
3. 연구사 검토
4. 시기 구분 문제
한국전쟁과 분노, 그리고 멜랑콜리
1. 서론:한국전쟁과 김남조
2. 담대한 분노와 ‘감정노동’의 승화
3. 반복되는 슬픔과 천문학적 멜랑콜리
4. 결론
성찰적 주체와 비재현적 사유
1. 서론
2. 주체의 성찰성과 메타적 사유
3. 비재현적 사유와 ‘탈-주체’의 가능성
4. 결론
타자에 대한 축복과 희망 ― 후기시의 몇 가지 주제들
1. 평안, 사랑, 축복
2. 노년의 자각과 수용
3. 희망의 화두:희망을 희망하기
4. 경계 너머, 시간에게
제2부 수평적 상상력과 진정성
수평적 상상력과 신유물론적 사유
1. 서론
2. 수평적 상상력과 물질적 전회의 가능성
3. ‘사막’의 ‘비동일성’과 역사성
4. 결론
김남조의 시쓰기와 진정성 ―‘외부’의 가능성과 메시아주의를 중심으로
1. 서론
2. 시적 진실성과 성찰적 시쓰기
3. 메타적 사유와 외부 언어의 가능성
4. 행간의 시학과 메시아주의
5. 결론
시간 의식과 영원성의 문제
1. 서론
2. 자연의 순환과 영속성
3. 존재의 유한성과 초월 의지
4. 결론
겨울의 상징성 연구 ― 내면의식 변모 양상을 중심으로
1. 서론
2. 존재의 고독과 슬픔
3. 개아의 성찰과 성숙
4. 내면의 정화와 사랑
5. 결론
제3부 질서와 무질서
리듬과 앙장브망
1. 서론
2. 율격의 계승과 변주
3. 반복의 형식:시행 차원의 리듬
4. 일탈의 형식:앙장브망
5. 결론
김남조 시의 이미지
1. 서론
2. 발산과 울림의 감각
3. 영속과 포용의 이미지
4. 결론
꽃의 은유, 자연의 직유
1. 서론
2. ‘꽃’의 은유와 생명력
3. ‘자연’의 직유와 유사성
4. 결론
시인의 상상은 계속된다 ― 문학사적 의의를 대신하여
■ 참고문헌
■ 수록 글 발표지면
■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문학은 뒤를 밝힌다. 문학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뒤를 밝혀 보인다. 이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밝힘으로 미래를 엿보고, 은폐된 존재를 감각의 층위로 끌어올려 생명을 부여한다. 김남조 시인이 말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것만 보려고 하지 않고, 어떠한 현상이나 존재의 뒤를 돌아보라는 말. 그렇게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호명하고 그들의 부재를 역설적 현존으로 다시 회복시키는 일 말이다. 이것이 시인과 나의 약속이었던 셈이다. 이것은 또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서라도 그 약속을, 시인에 관한 연구로 가장 먼저 지키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키워드는 정동과 상상이다. 정동 이론은 시인의 사랑이 펼쳐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했다. 시인의 사랑은 정서라는 단어로 파악하기에는 그 과정이 길고도 깊었다. 그 과정을 사후적으로 ‘사랑’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선험적으로 정해진 길을 답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마주침에 의해 일어나는 과정적 차원의 정서적 움직임을 밝히고자 정동이라는 개념을 선택했다. 논의 과정에서 스파노자, 들뢰즈, 마수미, 누스바움, 벤야민의 이론을 참조했다.
상상은 시인의 사랑이 펼쳐지는 방식을 말할 때 필요한 개념이다. 시인의 상상은 천문학적 상상력에서 시작하여 인간과 비인간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수평적 상상력으로 발전한다. 시인이 외쳤던 사랑의 역동 역시 수직에서 수평으로 움직여 나간다. 이러한 시인의 사랑, 다시 말해 상상의 힘은 무엇보다 시에 대한 진정성과 맞물려 더 깊이 있게 펼쳐진다. 그러므로 상상을 말하기 위해서는 시인으로서 김남조의 진정성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김남조 시인께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은 문단의 양 끝에 있던 두 사람의 약속이면서 모두를 향한 새로운 약속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 책을 기점으로 시인의 논의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시인은 늘 상상했다. 그 상상은 거대한 질서보다는 작은 존재를 밝혔고, 풍요로운 미래를 말하기 전에 먼저 어둠 속 작은 빛을 찾으려 했다. 이러한 변증의 역학에서 김남조의 언어는 움직이고 시인의 사랑은 피어난다. 우리에게 선물한 시인의 사랑. 이제는 그 사랑에 보답할 차례다.
■ 출판사 리뷰
김남조 시인의 문학적 가치 재조명
시인과 젊은 평론가의 세대를 초월한 약속
시인이 작고하기 전 꼭 받아보고 싶었던 책
“이 논문이 방 박사와 나 사이에 가장 큰 사건입니다”(김남조)
이 책은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흐름을 이어온 김남조 시인의 시 세계를 주목한다. 김남조는 노천명과 모윤숙으로 대표되는 여성 시인들과 이후 세대를 잇는 서정 시인이다. 김남조는 해방기의 혼란 속에서 기도와 구원의 자세로 정념의 세계를 탐구하며 여성 주체의 정서적 깊이를 심화했다. 김남조는 섬세한 감각으로 사랑과 애상의 정서를 형상화하며 우리나라의 전통적 흐름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천주교 신자로서 체득한 신앙적 사유를 속죄와 기도의 자세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방승호는 기존 연구에서 그간 주목되지 못했던 김남조 시의 문학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정동 이론과 상상의 개념을 통해 김남조 문학을 이해하고, 상상의 힘과 시에 대한 진정성을 논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시론의 본질을 탐색하고자 했다. 자신만의 서정의 길을 걸어오며 희망을 전달했던 김남조의 긍정과 사랑의 시학을 이해하는 일은 혼란스러운 작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김남조 시에 관한 기존 연구를 검토한다. 나아가 시인의 사랑이 펼쳐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정서적 움직임을 밝히고자 ‘정동’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한국전쟁을 겪은 여성 주체로서 시인이 느꼈던 감정을 분노와 멜랑콜리를 중심으로 탐색하고, 분노의 표출과 해소의 과정 등을 분석했다. 2부에서는 시인의 상상을 다룬다. 시인의 생태학적 사유를 신유물론의 시각에서 재해석했으며, 시쓰기에 몰입했던 시인의 열정을 살펴보고 이를 진정성의 개념에서 풀이했다. 3부에는 시의 형식을 조명했다. 시의 리듬을 율격과 시행 차원에서 다루었다. 특히 김남조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겨울 바다」의 본래 형식과 개정된 형식을 비교 분석하여, 이러한 구조주의적 차이를 앙장브망의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아울러 김남조 시에 나타난 감각 이미지와 비유 이미지의 형상화 양상을 살펴보았으며, 은유와 직유가 적용되고 변형되는 형상을 서술했다.
■ 책 속으로
김남조 시인(1927~2023)은 한국 현대 시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시력 70여 년간 총 열아홉 권의 정규 시집을 발표한 김남조는 가톨릭적 세계관에 입각한 기도의 자세로 삶의 본질을 탐구한 서정시인이다. 시인은 늘 겸허한 자세로 시에 천착하였다. 김남조는 천여 편이 넘는 시를 발표하면서 한순간도 시 앞에서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시인 아니다/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다”(「나의 시에게 4」)라고 말하며 시를 쓰는 사람으로 겸손을 잃지 않았다. 시인은 가늠할 수 없는 생의 끝자락까지 문학의 본질에 닿기 위해 오로지 시쓰기에 몰입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그가 남긴 시는 누구보다 문학에 열정적이었던 주체의 진정성 있는 텍스트라 할 수 있다. (15쪽)
김남조 시는 주체의 긍정적 가치관과 존재의 상처를 정화하는 서정적 자아의 사랑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이 드러나는 이유는 단지 사랑과 종교적 차원의 힘으로 현실을 극복해내는 메시아적 사유가 그의 시에 존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특징은 절대자를 향한 기원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수직적 상상력이 아닌, 모든 사물과 생명체를 동일한 존재로 보려는 수평적 사고에서 기인하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이 수평적으로 관계하고, 비인간 물질의 능동성이 발휘되는 물질적 상상력은 그의 시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텍스트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이렇듯 김남조 시는 기존의 종 차별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중심적 인식 바깥의 사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110쪽)
먼저 김남조는 삶의 본질적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시인이다. 시인의 노력은 성찰에서 출발한다. 그가 구축한 사랑의 시학은 치열한 자기 인식과 성찰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다. 누구보다도 치열했던 신에 대한 구도와 자기반성은 김남조의 시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삶은 언제나/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설일(雪日)」) 라는 구절은 삶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시인의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신에 대한 기도와 구원의 형식은 삶의 본질 탐구에 임하는 간절함과 진지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 시인의 메타적 사유와 성찰성은 신을 향한 구도와 어우러져 윤리적 주체의 진정성을 더욱 배가시킨다. 그러므로 고독과 절망, 부끄러움, 기원, 축복, 긍정 등의 태도는 독자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면모는 분명 현대시사의 모범적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김남조 시인의 고백은 독자에게 더욱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77쪽)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시인의 상상은 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인이 남긴 70여 년의 시력은 지금도 우리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전달하기 충분하다. 특히 주체 권력을 타파하고 모든 존재가 공존하고 상생하기를 희망하는 탈주체적 가치관은 그의 시에 잠재한 서정의 본질이기도 하다. 은폐된 것을 감각의 층위로 끌어올려 포용하고자 했던 시인의 사랑. 마지막까지 시적인 것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시인의 열정. 이 모든 것은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의 상상은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이다. 아니, 이것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맞이해야 할, 미래다. (2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