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님께서 빌어주신 대로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 덕이기도 합니다.
10여년 전 고흥의 팔영산에 올랐다가 소록도에 들른 후 녹동마을에서 사다 심었습니다.
겨울마다 사경을 헤매다가 간신히 회생되곤 했기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분재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가엾기 그지 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여름부터 맺기 시작한 꽃봉들이 애쓴 보람 없이 굳어버리곤 해서 더욱 측은했는데
이렇게 나마 활짝 피었습니다.
동백나무 꽃은 조매화(鳥媒花)랍니다.
화분(花粉)을 벌이나 나비가 아닌 새가 옮겨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다는 것이지요.
열대지방의 크고 화려한 꽃들 중엔 조매화가 더러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동백나무가 유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동백꽃의 꿀을 먹고 사는 새는 공교롭게도 이름이 동박새.
동백꽃에는 꿀이 많으나 곤충의 활동기 이전에 개화하기 때문에 녹색, 황금색, 흰색 깃털이
아름다운 작은 동박새가 주로 그 임무를 맡는답니다.
동박새의 주식은 작은 곤충과 동백 꽃꿀 및 동백 열매라서 동백나무와는 불가분의 관계라지요.
상호 부조관계인 이 동백나무와 동박새에게는 한 전설이 있습니다.
왕위를 물려줄 후사가 없는 폭군이 동생의 두 아들을 죽이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조카가 계승하는 것이 싫어서 였지요.
눈치 챈 아우는 자기의 두 아들을 멀리 피신시키고 닮은 두 소년을 데려다가
아들인양 함께 지냈습니다.
이 사실을 알아 차린 왕은 두 조카를 잡아다가 아우로 하여금 직접 죽이도록 명령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차마 죽일 수 없는 동생은 자결을 하고 말았습니다.
붉은 피를 토하며 죽은 동생은 동백나무가 되었고 두 아들은 새로 변하여 멀리 날아갔습니다.
크게 자란 나무에는 두 마리의 새가 찾아와 둥지를 틀었는데 이 새가 동박새라구요.
첫댓글 그런 비극을 지니고 있다니... 애처로운 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