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단상 노트]"문화예술 지원사업명, 외국어를 사용해야 품격이 올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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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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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어지러운 외국어 문화예술 지원사업명, 차고도 넘친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 공모사업에 목마른 예술가들이나 문화기획자들이나 지망생들을 위하여 문화예술기관 주관의 공모사업이나 취업을 위한 공모사업이나 직원 채용 정보를 퍼와 페북에 공유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문화예술계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나로서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공모사업 명칭에 당혹스러울 때가 자주 있다. 이것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공모 공지에 들어가 보자. 공모사업명이 이해될 듯 말 듯 알쏭달쏭하다. 사업 명칭이 이해되기는커녕 어지러울 지경이다. 서울문화재단을 예로 들어서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분들에게 대단히 미안하다. 다른 감정은 전혀 없다.

‘포르쉐 두드림 <사이채움> 시즌3 공모’, ‘포르쉐 드리머스 온(Dreamers. On) - 서울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시티 해커스> 작품공모’, ‘포르쉐 드리머스 온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Unfold X 공모, Unfold X 기획자캠프 전문기획자 양성과정’, ‘예술청 공연예술분야 1인 플레이어(실연자) 지원 <1 Stage for 1 Player> 공모’, ‘삼일로창고극장 기획사업 <창고개방> [리서치 프로젝트 : 극장활용법] 공모’, ‘Unfold X 기획자캠프 전문기획자 양성과정 공모’, ‘공성장형 예술실험지원 <링크(LINK)> 참여예술가 모집’, ‘서울예술교육센터 예술교육 Practice Academy <아뜰리에로의 초대> 공모’, ‘<서울예술교육TA(Teaching Artist)> 공모’ ‘CREATE YOUR BEAUTY_친환경아트공모전’, ‘서커스 유망예술인 양성과정 '서커스 펌핑업' 참가자 공모’, ‘BENXT(비넥스트) 공모’

여러분들은 선뜻 이해하시겠는가? 이런 현상이 어디 서울문화재단의 공모 명칭의 경우에만 그러하겠는가? 정부 산하 문화예술지원 기관이나 타 광역문화재단, 지역문화재단의 사업 공모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비교적 익숙한 영어 단어일지라도 우리말로 대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굳이 사업 명칭을 영어로 할 필요가 있을까? 언어는 우리의 문화와 개인의 생각을 지배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우리말로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공모사업 이름만으로도 사업의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도 친절한 우리말로 바꿔 쓰면 얼마나 좋을까?

외국어를 써야 시대를 앞서가고 품격이 올라가나

문화예술 관련 기관 공모사업뿐만이 아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축제 명도 마찬가지이다. ‘서울뷰티먼스’, ‘서울뷰티트래블위크’, ‘서울뮤직페스티벌’, ‘서울드럼페스티벌’, ‘서울스테이지11’,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벌’, ‘인천페타포트음악축제’, ‘완주와일드푸드축제’,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충주다이브페스티벌’, ‘삼척비치썸페스티벌’ ‘댄싱노원 거리페스티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전국에 산재한 지역문예회관의 명칭 또한 그러하다, 00 문예회관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속속 00 아트센터라는 이름으로 갈아타고 있다. 영문 명칭을 써야 문예회관의 품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문화 관련 영역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 사회 각 영역에 외국어 사용 남발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그 선두에는 언어문화를 주도하는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등의 방송 등 언론이 앞장서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각종 매체의 뉴스는 물론 TV 홈쇼핑 제품 판매방송부터 방송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명칭 및 내용 등에서 충분히 우리말로 표현 가능한데도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마치 외국어를 사용해야 튀어 보이거나, 유식해 보인다거나, 시대를 앞서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어기본법만 지켜도 외국어 남발은 억제될 수 있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가용하는 모든 사업명은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국어기본법’이 있다. 국어기본법에는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법을 제정한 취지를 밝히고 있다.

국어기본법은 2005년 1월 27일 ‘국어의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국어 관련 법률이다. 국어기본법 제10조에는 ‘공공기관 등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또는 직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의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특별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광역시장ㆍ도지사ㆍ특별자치도지사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관할 시ㆍ도지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소속 국어책임관이 추진한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의 실적과 이에 대한 자체평가 결과를 매년 1회 통보’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이렇게 ‘국어책임관’의 임무와 책무가 명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어책임관’제를 실효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제도가 있음에도 우리말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자고 앞장서야 할 행정기관이 생각 없이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만일 국어기본법만 잘 준수하였다면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법이 있으면 무엇하나? 정부나 지자체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지속할 수 있는 국어 감수 체제를 통해 올바른 공공언어의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재작년 제576돌 한글날을 맞아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공공기관, 언론과 함께, 공공언어에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나가겠다"라고 밝히며 "변화하는 언어환경에 맞춰 우리의 말과 글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말 말씀대로 그래 주셨으면 고맙겠다.

문화에술 지원기관부터 선도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하자

서울시도 재작년 ‘10월부터 시와 산하 출연 기관을 대상으로 정책사업명 실태조사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국어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연구기관이 지난해 말까지 홈페이지와 시정 홍보자료 등에 사용된 정책사업과 행사 명칭을 검토한 뒤 외국어 남용 등으로 순화가 필요한 표현을 선별할 것’이라 덧붙였는데 실천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당시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그간 서울시가 일부 정책사업명에 불필요한 외국어를 사용해 언론의 지적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한글날을 맞아 공문서나 정책사업명에 외국어를 남용한 사례가 없는지 되돌아보고 자체 점검 및 사전 감수 절차를 강화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이러한 공언이 말 잔치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최근 세계화(Global) 경쟁 시대를 맞이해 각종 정부 시책은 물론 지역을 알리기 위한 상징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외래어를 지나치게 사용하여 우리말의 사용을 외면하고 있다. 한 사회에 어떤 언어와 글이 유행했는가를 보면 그 사회의 건강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한글의 심각한 파괴는 민족성과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제 며칠 지나면 제578돌 한글날이다. 매년 한글날만 되면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나가겠다’라는 반복되는 말의 잔치는 무성했다.

문화예술 지원 관련 산하기관들은 문화예술의 최후의 보루이자 문화기관으로서 그 어느 기관보다도 더 우리 한글을 사랑해야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 지원 관련 산하기관들은 국어기본법을 선도적으로 준수하여 공모사업명, 각종 보도자료, 공문서, 정책 용어 등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공공언어에서부터 솔선수범해주길 바라며, 먼저 지원사업 이름부터 우리 한글 이름으로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문화 자유기고가 김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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