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는 제 마음이 시장님의 가슴에도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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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시장에게 전하는 편지 |
이 편지를 쓰기에 앞서 서울의 모든 업무처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 분께서 과연 읽어보실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이토록 애끓는 제 마음이 시장님의 가슴에도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올립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그러하듯, 저 또한 대출을 받아서 지금의 이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가게지만, 저는 땀 흘리며 열심히 일했고, 이제야 그 빚을 겨우 다 갚았습니다.
시장님, 지금과 같은 무모하고 대책 없는 재개발이 과연 축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갑자기 빈손으로 거리로 내몰릴 순 없습니다. 제가 지금 땀 흘리며 서 있는 이 자리에 꽃과 나무들이 심어지고, 벤치가 놓여 진다고 합니다. 공원이요. 물론, 그 자체로선 좋을지 모릅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 그렇다면 이 때문에 갈 곳 없어진 우리의 몸과 마음은 대체 어디에 두어야 한단 말입니까!!
지금 이대로의 막개발이 지속되어 공원이 들어선다면, 그곳에 깔리는 붉은 흙은 우리의 끓는 피요, 공원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는 우리의 통곡소리 일 것입니다. 우린 그저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선량한 서울 시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잔인하게 짓밟혀 멍든 우리들의 가슴에도 잃어버린 봄이 다시 찾아오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부디 도와주세요.
"용산참사의 세입자분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2011년 2월부터 시작하였으며 개업 당시 재개발 관련하여 걱정되는 마음에 중구청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몇 십 년 전부터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는 말에 확신을 갖고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2011년 6월부터 명동구역 재개발이 갑자기 시작되어 알고 보니, 몇 년 전 부터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용산참사의 세입자분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과 아내를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무런 세입자 대책 없이 한 가정을 거리로 내쫓는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노랗고 삶의 희망도 없어집니다. 부디 저를 포함한 명동구역 재개발에 해당되는 세입자분들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서 장사를 계속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요?"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며, 그 지역에 상권을 이루고,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잘못된 짓인가요? 메뚜기처럼, 가게주가가 올라가면 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요?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몇 십 년 동안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휴가도 없이, 상권을 이루었는데, 가시적이고 형식적인 감정평가로 영업권과 생존권을 몰살시키고 있습니다.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용역이라는 이름의 깡패들이 시민을 폭행하고 있습니다.
명동에서 태어났고, 남산 아래서 자란 저는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하고 싶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서 장사를 계속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요? 여러 가지 시정사항으로 바쁘시겠지만, 한 시민의 작은 소망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항상, 낮은 곳의 시민을 배려하는 시장님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