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가유와 남편 변경이 집에 있을 때였다.
교회에서 구역 예배를 드리려고 속도원들이 집으로 왔다.
거실에서 불을 꺼놓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자고 있던 변경을 보면서
방으로 들어와 예배를 드리고 남편이 그렇게 하고 있었어 아무 것도
내놓지 못한 상태로 속도원들을 집에 보내려는데 갑자기 변경이
소리를 쳤다. "뭐하는 짓들이야?"
그 바람에 속회가 끝나 집으로 가려고 나섰던 속도원들이 놀라
무섭다고 문을 급하게 열고 나갔다. 그 바람에 인사도 못한 가유였다.
그 일이 교회에 소문이 났고 가유는 교회에서 가정이 원만하지 않은
속도원으로 낙인찍히고 좋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그 일을 본
김나영이라는 속도원이 전도사를 찾아가 가유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 가유는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남편이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그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면 평소에는 얼마나
더 심했겠냐, 그런 가정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일을 하겠냐 하며
가정도 잘 다스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회 일을 맡길 수 있겠냐, 또는
사업을 할 수 있게냐 했던 것이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속장으로 추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로 인해 감투라고 할 수 없는 직책까지 맡을 수
없게 되었다.
남편 변경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 가유는 교회에서나 어디서나 좋은 사람
똑똑한 여자라고 인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타격과 상처는 심했다.
변경이 교회 핑계로 생활비를 주지 않아도 친정에서 도움을 받으며
티를 내지 않았던 가유였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그 여파가 크지 않았을 테지만 동네에서
수십 년을 사는 동안 웬만한 사람은 이름만 대도 가유를 알았고 착한 이미지만
있었다.
그렇게 단 한 번도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속회 예배 드리던
그날 변경의 행동 하나로 인해 가유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것이다.
다른 날은 학교 선생님이 가유의 아들에게 책을 준다고 해서 문을 열었던 순간
변경이 거실에서 난장판으로 이불을 쓰고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낮이었기 때문에 남자가 그렇게 하고 있는 모습은 어느 누구에게도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모든 일들은 가유의 일상에서 만나는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되었고 가유는 어디를 가든 눈총을 받게 되었다.
여자가 얼마나 게으르면 남편이 자는 데 거실이 그렇겠느냐 또는 남편이 얼마나
속이 상하면 출근도 하지 않고 그렇게 행동하겠냐부터 모든 것이 여자인
가유의 잘못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런 일들은 가유에게서 자유의지든
자유로운 의사든 아이를 돌보는 일이든 그 어떤 자유로운 일상도 남기지 않고
전부 빼앗아 갔다. 아무 권한도 없는 교회에서 마치 법적 보호자라도 되는 듯
목사와 교인들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야는 종속된 위치로 전락했고 그렇지 않으면
교회에서 끌어내 교회가 원하는 일만 하게 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런 일이 가유에게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변경은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았다.
마치 "잘 되었다. 교회 다니면서 교회만 좋다고 하더니 꼴좋다." 그 가족들 역시
"시어머니가 무당 찾아가 부적 샀다고 싫어하더니 벌을 받았네." 하는 식이었다.
"그러게 시어머니 말씀을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했으면 그런 꼴 당하지 않았을 것 아냐?"
온갖 비아냥이 들려왔다. 하다못해 교회 다닌다는 동네 노인은 맞장구를 치면서
"그러게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교회만 다닌다고 다 되는 줄 아나 본데, 무당도 찾고
절에도 가고 그래야 신이 복을 주는 거지, 안그래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