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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다리
“오빠 거짓말이지?”
우아영의 콕 찌르는 당돌한 말에 도치씨, 어깨와 목을 흠칫했다. 도치씨는 생각했다. 세금쟁이가 세금 받으러 와도 우기는 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데 시작한 거짓말 일단 밀고 나가는 수밖에.
“아 아니야 맞아 후쿠시마 맞아! 내가 뭐 죄지었냐? 거짓말하게?”
“아무래도 수상한데?”
“쓸데없는 의심은 죄악이다 너! 그러다 벼락 맞는다!”
“요즈음 넥타이들은 돌아서지도 않고 거짓말하잖아? 점잖던 변호사도 그렇고 유식해보이던 정치가도 그렇고. 티내던 교수도 그렇고.”
“난 변호사도 아니고 정치가처럼 어깨도 없잖여? 게다가 머리도 풍선인데? 나 같이 털어 먼지 안 나는 놈이 어딨냐?”
어떻게 보면 푸념 같고, 어찌 보면 자랑 같은 도치씨의 말에 우아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돌변했다. 천둥번개 치고 난 다음 끝에 남는 꼬리여운 같았다.
“도치오빠. 오빠는 그따위들과 질적으로 틀리지잉? 그렇지 으엉?”
“말하면 잔소리. 나 거짓말 못하는 거 너 잘 알면서? 그리고.”
“뭐야? 얼릉 말해!”
“응, 뭐냐면 말이다. 야, 오늘은 왠지 아영이가 더 보고 싶다. 미치겠다야. 왜 이럴까? 이런 적은 없었는데. 아마 여기도 외국이라고 외로움 타나봐. 이런 걸 향수병이래지? 아마?”
“도치오빠!”
“으응? 너도 나 보고 싶구나!”
도치씨는 가능한 우아영이 말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전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마구 내 뱉었다. 그러나 우아영의 반응은 의외였다. 도치씨 머리로는 도저히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가더니 왜 말이 그렇게 많아졌어?”
원래 치고 빠지고, 찌르고 빼며, 들었다 놓기를 잘하는 우아영이지만 핑크빛 단어엔 무척 약한 우아영이다. 그래서 핑크빛보다 조금 더 채도를 올렸다. 그러나 이 체리핑크작전에 걸려들기는커녕 오히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나타냈다. 도치씨는 후닥닥 놀라 선수에서 벌떡 일어섰다.
허지만 도치씨가 스프링처럼 일어날 정도로 놀란 것은 예리하게 찔러보는 우아영의 반응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등 뒤에서 들린 혜림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뭐해? 도치?”
도둑놈이 제 발 저리다더니.
말이 많아졌다는 우아영의 기습적인 말에 찔끔한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 전까지 열심히 고패질에 여념 없던 혜림이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나 자신을 불렀을 때. 그 순간 도치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무너지는 절벽더미에 깔리는 기분이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심장발작으로 복상사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도치씨가 어물쩡 대답을 못하자 혜림이 다시 물었다.
“누구하고 통화하는데?”
도치씨가 대답하기 전에 배가 한번 기우뚱했다.
혜림이 휘청하더니 도치씨의 허리끈을 잡았다.
파고 1m 내외라지만 물때가 바뀌면서 조류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흐르던 배가 소용돌이 탔던 것이다.
다른 때 같으면 분명 휘청거리는 혜림을 얼씨구 끌어안을 텐데 오늘은 배부른 똥개처럼 두 눈만 멀뚱거렸다. 이상한 도치씨의 행동은 또 있었다. 자신의 앞으로 쏠려 오는 혜림을 피해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도치씨 판단에 혜림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빼앗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도치씨의 이런 민첩한 행동은 전형적인 양다리 걸치기남男에서 발견되는 유형이다.
허긴 그렇다.
남자가 양다리 걸치면 매사에 조심하고 민첩해야 한다.
도치씨의 경우는 양다리가 아니다. 삼각다리다. 카메라 다리처럼 고정력이 우수한 삼각다리가 아니다. 항상 불안정하게 걸친 삼각다리다.
사정이 사정인 만큼.
아무리 간이 코끼리만하다 해도, 기세고 다혈질이며 도도하고 중량 있고 눈치 빠르고 여시 뺨치게 간교에 능한 세 여자 사이에 걸쳐 무사하려면 첫째도 비밀이고, 둘째도 베일에 싸여 안개처럼 살아야 하거나 하노이베트남수도 수상인형극조종사처럼 정교하게 살아야한다.
다행이 오늘은 우아영의 통화와 혜림의 실존인물 사이에 끼었으니 크게 경계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허지만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지킬 것은 지키고 감출 것은 철저하게 숨겨야한다.
네 작은 실수가 나중에 크게 일어나리라.
이것은 예술적인 삼각다리의 본능이고 습성이며 교본이다.
아차 방심하면 페이스face에 분계선 설치는 기본이고, 절벽아래 간신히 매달린 봉우리에 콘크리트 깁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봉우리는 재단가위에 제일 약하니까.
도치씨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갑자기 이상한 음악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혜림과 도치씨는 동시에 도치씨가 하늘 높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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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양다리 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안군요~~ㅎㅎ
이렇게 배우고 깨우쳐가다보면 기술자입니다...ㅋ
거짓말 하기가 얼마나 힘든다는것 잘알겠슴니다.
거짓말 한번도 안해 보셨군요....보기드문 악당이시네요...ㅋ
ㅎㅎ
젊은 날의 추억이 생각 나게 합니다.
특히 여자한테 양다리 거짓말 하기란
얼굴이 붉으락 화끈 달아오르기도 할걸요~
제미있게 잘앍었슴니다.
이제 슬슬 실토하시군요....ㅋㅋㅋㅋ
양다리치는 사람 도치씨 잘걸렸슴니다.
양다리 걸치기는 고도의 숙련공이 합니다..함 배워 보실래요?...ㅋ.
김진희님에겐 무료강습 가능합니다....오늘도 행복한 날되세요
우아영이 집요한 질문끝에 도치 거짓이 들통 날까 우려됩니다.
글쎄요 도치씨의 장래를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산통깨도 도치씨 책임이고 잘 버텨도 도치씨 기술인걸요...ㅋㅋㅋㅋ
잘 보았슴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네 천일염님도 편한 밤되세요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안녕 하세요..
남여의 사귐은 거짓없고 꾸밈 없는 신뢰 받는 사귐이어야 하는데
우아영과 도치의 만남은 그리 순탄틀 못할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좋은글 흥미있게 잘보았슴니다.
초혼님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었나요?...ㅎ
만나 반갑습니다
오늘밤도 편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