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도전' 이방원 役 안재모]
야욕 강한 '늑대' 느낌의 이방원, 대사마다 냉철한 이미지 나타나
'용의 눈물' 세종 역할로 사극 시작… 수염 붙이기 싫어 내시 役 맡기도
밤, 대궐 안 중궁전에 이방원이 찾아든다. "소자를 도와주시옵소서." 이성계의 아내 강씨에게 자신의 세자 책봉을 간청한다. "아버님이 창업한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선 소자가 적임이옵니다." 27일 경기 수원에 있는 KBS 드라마 '정도전' 세트장. 리허설일 뿐인데 눈에서 불이 튄다. 정오, 조명이 내려간 세트장 구석에서 배우 안재모(35)가 대본을 꽉 쥐었다.
39회에 고려 충신 정몽주가 철퇴에 맞아 죽었고, 41회에 이성계가 태조 자리에 오른다. 50부작인 드라마는 이제 조선 개국 이후를 숨 가쁘게 훑는다. 이방원 시대가 서막을 여는 것이다. "과거 급제하고 하급 관직부터 시작해 손에 피까지 묻혀가며 왕이 된 인물이에요. 세상 돌아가는 게 손바닥 안에 있는 거죠."
39회에 고려 충신 정몽주가 철퇴에 맞아 죽었고, 41회에 이성계가 태조 자리에 오른다. 50부작인 드라마는 이제 조선 개국 이후를 숨 가쁘게 훑는다. 이방원 시대가 서막을 여는 것이다. "과거 급제하고 하급 관직부터 시작해 손에 피까지 묻혀가며 왕이 된 인물이에요. 세상 돌아가는 게 손바닥 안에 있는 거죠."
- 27일 경기도 수원 KBS드라마제작센터 출연자 대기실에서 안재모가 거울을 바라본다. “겉은 차분해도 속은 칼로 번뜩이는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그는 이방원의 첫 등장 얘길 꺼냈다. "고려 도공 황천복을 왜구로 오해해 화살을 쏴 맞힌 뒤 다가가 단도를 심장에 내리꽂아요. 그러곤 '고통 없이 가도록 끝내준 것이다'라고 말하죠. 앞으로 있을 사건을 암시하는 것 같아 섬뜩했어요." 이성계의 역성(易姓)혁명을 '반역'이라 규정한 정몽주를 제거할 때에도 이방원은 선언한다. "소생은 아버님과 다릅니다. 단칼에 잘라낼 것이옵니다." 이성계는 "내가 짐승 새끼보다 못한 놈을 키웠다"고 절규하지만 이방원은 이후 왕자의 난을 일으켜 개국공신 정도전마저 제거한다. "연산군과 비슷하긴 한데, 연산군을 움직인 동력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고 이방원은 야욕이죠. 목표를 위해 모든 가지를 쳐버리잖아요. 참으로 철두철미한 인간 같아요."
- KBS ‘정도전’에서 이방원을 연기하는 안재모. /KBS
그는 12년째 카레이싱을 한다. "시합 10분 전부턴 맥박이 극도로 뛰죠. 그럴 땐 눈을 감고 주행 순서를 떠올려요. 신호등 빨간불 5개가 모두 꺼지면 그때 스타트하거든요." '야인시대' 김두한을 털어내는 데 10년이 걸렸다. 연이은 드라마 실패와 사기까지 겪었다. "우여곡절을 거치니 이젠 여유가 남네요. 예전엔 섭외가 오면 주인공인지 아닌지부터 물었는데, 이젠 배역을 보게 돼요." 오후 2시, 녹화가 시작됐다. 조명이 다시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