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니까... 보자보자... 약 13년이 지났군요...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자동차 번호판들을 경남 * ****에서 울산 * ****으로 바꿔야 했을 무렵 마침 고1 여름 방학 때
계속되던 자율학습과 보충 수업에서 탈출 하고자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던 중 자동차 등록 사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
하더군요...
아침에 학교 간다고 뻥치고 가방 들고 나서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일주일 동안 일당 6만원을 받아서
가진돈 조금 더 보태 46만원 주고 마련한 헬멧입니다...
13년 전 46만원이면 지금으로 치면 100만원대 RR5와 같다고 비교해야 하나요?
일주일 뒤 학교를 가니 장갑끼고 햇볕 아래에서 일해선지 손만 하얗고 팔목부턴 까맣게 타있던 것이 신기했는지 아이들이
"시골가서 농사짓다 왔냐?"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헬멧만 덩그러니 사놓고선 2년간을 닦고 써보고를 반복하다 수능을 치르고 난 뒤 다시 시작한 주유소 아르바이트 끝에 마련한
100만원으로 주유소 앞에 잇던 오토바이 가게에서 계약금 50만원을 걸고 빨간색 엑시브 RR을 게약하고선 딱 한 번 헬멧을 본
목적으로 사용한 뒤 바로 아버지께 걸렸죠... 아직도 어떻게 아셨는지 진짜 궁금합니다... 아버지께서 계약금 50만원을 그대로
받아오시고 다시 저한테 주시면서 하시던 말씀... "절대 오토바이는 안된다..."
한 일주일 간을 밥도 제대로 안먹고 내 방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방에 콕 쳐박혀 있다 무슨 심정이었는지 은행에가서 만원짜리
100장을 내려놓으면서 100만원짜리 수표로 바꿔 달라 했습니다...
파랗더군요... 100만원짜리 수표는...
아버지께 아무말 없이 드렸죠... 그러고선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017 핸드폰... PCS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 70만원짜리 핸드폰
선물은 그야말로 아버지가 큰맘 먹고 해주신 거였죠... 물론 내돈 이었겠지만...-.-
그 뒤로도 군대 갔다오고 동생(귀걸13개라나 뭐라나...) 꼬드겨 동생 명의로 산 엑시브 SP를 타기전까지 내 침대 머리맡에서
헬멧 자루에 씌워져 있던 녀석이었습니다...
몇개월간 동생 녀석에게 빌려줬다가 돌려 받으니 마우스 덕트 부분에 큼지막한 흉터와 함께 투명하디 투명했던 쉴드에 이리저리
긁힌 자욱...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ㅠ.ㅠ
여태 13년을 같이 해오면서 코마개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마우스 덕트의 먼지 필터도 어디로 사라져 버렸지만 이 녀석을
팔거나 버리지는 못하겠더라구요...
헬멧 내부가 경화되면서 몇년이 흐르면 헬멧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된다고 일찌기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돈
때문이 아닌 정 때문에 이 녀석을 버리진 못하게 됐네요...
그래서 며칠 전 이 녀석에게 새로운 눈을 달아주자해서 온 인터넷을 뒤져서 구형 귀마개 떼어내는 방법을 익히고 드디어 오늘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품 쉴드로 교체했습니다...
난반사 없이 잘보이는 내 눈도 시원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녀석이 시원하지 싶어요...
조만간 코마개도 다시 주문해서 꽂고 차에 실려있는 흠집제거용 룩센 왁스로도 닦아줘야겠습니다... 물론 쉴드는 빼구요... ^^;
똑딱이도 예전 쉴드에서 빼서 달아야겠네요... 나사가 무지 작아서 나중에 센터에 가서 소형 드라이버를 빌려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몇년을 같이 할런진 모르겠지만 가급적 상처나지 않게 소중히 어디든 들고다니는 두한이게 할께요...
첫댓글 멋집니다!! ㅎㅎ
대단하십니다,,,
100만원대 RR4 아니죠~ RR5 맞습니다~
아항~ 넴 알겠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밤마다 Star TV에서 난리도 아녔죠...NSR500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능...-.- 아아... 나도 이제 서른이 넘었구나... -ㅁ-;
서른이 넘었다고 푸념하시는데 마흔 넘은 난 어찌할꼬..
굽신굽신...
멋지세요...^^
ㄳㅇ ㅎㅎ
ㅋㅋㅋㅋㅋㅋ 저랑 나이때까 비슷하시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