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어린이집 40% ‘0세반’ 없어… 낳은 아이 방치하며 출산 권하나
입력 2023-03-20 00:00업데이트 2023-03-20 08:53
게티이미지뱅크
전국 어린이집 10곳 중 4곳은 0세반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만여 곳의 어린이집 중 0세반이 없는 곳은 1만3060곳으로 42%에 이른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생후 2년 미만부터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어린이집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어린이집이 0세반을 운영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예산 부담 때문이다.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0세의 경우 현행법상 아동 3명당 보육교사 1명이 원칙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적정 정원이 적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운영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가 0세반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의 민간 어린이집 상당수는 현재 보육료 지원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속속 문을 닫으면서 부족해진 0세반 공급이 아직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0세는 양육자의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시기이자 아동의 성장, 발달에 중요한 첫 단계다. 출산 공백기를 딛고 사회생활로 복귀하려는 부모의 심적 부담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때다. 잠시나마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 공부나 여가에 시간을 쓰려는 부모도 늘고 있다. 이 시점의 보육 문제를 해결해줄 0세반 어린이집이 모자라다 보니 조부모 등 주변에 의존하거나 높은 비용을 감수해가며 베이비시터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100번이 넘는 순번표를 받아든 채 “출생신고를 하자마자 어린이집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도 여태껏 소식이 없다”며 애태우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OECD 회원국 중 최저라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졌다. 이대로는 국가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우려 속에 정부가 지금까지 투입한 저출산 예산은 280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다니 예산 배분과 집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본적인 돌봄 시스템조차 깔아주지 못하면서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준다”는 식으로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시간제 보육 프로그램 확대, 국비 지원 등 실질적인 해법 마련을 통해 0세 육아 부담부터 덜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