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의 가장 큰 덕목은 배짱이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한 자신감과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LG 마무리 이상훈은 전날(12일) 더블헤더 1차전 9회말에 현대 용병 프랭클린에게 동점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더욱이 팀이 연패 중이었던 상황이라 이상훈은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상훈은 하루 만에 다시 구원등판했다. 9회말 스코어는 2-1 한 점차였다. 그는 1사후 볼넷을 내준 뒤 전날 자신에게 적시타와 홈런을 뽑아낸 박종호 프랭클린과 다시 맞섰다. 아무리 배짱 좋은 투수라도 흔들릴 법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상훈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칠 테면 쳐보라’는 식의 배짱으로 이들과 재차 정면승부를 걸었다. 특히 프랭클린에게 초구와 2구를 모두 143㎞ 직구로 승부,경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급 투수로서 이상훈의 자질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광환 LG 감독이 전날 실패에 개의치 않고 이상훈에게 변함 없이 두터운 신뢰를 보낸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선수는 감독의 신뢰와 칭찬을 먹고 산다는데 이감독의 믿음이 이상훈의 기를 살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른다’고 했다. 오늘의 이상훈을 만든 것은 강인한 정신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