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 1위 오티스 주디 막스 사장 겸 CEO
내 얼굴 인식해 목적지까지 안내…미래 엘리베이터는 `IoT 플랫폼`
[현대도시 틀 세운 기업]
롯데월드타워·부르즈 칼리파 등
세계 10대 마천루 중 8곳에 설치
에펠탑·예수상에도 `오티스`
[모빌리티 혁신으로 도약]
인도서 현지 스타트업과 협력
머신러닝·인공지능 등 개발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선
실현 가능성 초월해 도전해야
`모빌리티의 미래`란 화두를 듣고 사람들은 대체로 자율주행차, 전기차, 드론 택시, 승차 공유 등을 떠올린다. 미래 모빌리티의 구체적인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미 전 세계 20억명은 매일 IoT가 적용된 디지털 모빌리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엘리베이터기업 오티스엘리베이터 또한 이 같은 인류 생활의 변화를 이끄는 기업 중 하나다.오늘날 오티스 엘리베이터는 단순히 저층과 고층을 오가는 기계장치를 넘어섰다. 고장이 발생하기 전 미리 엔지니어들이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고장이 발생하면 수리기사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고장 원인부터 수리방법까지 알려준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량, 날씨 등 각종 변수에 따른 상태 예측까지 가능해 유지 보수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승객을 나를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 장착된 여러 센서들이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보내고, 이를 분석해 더 나은 서비스와 고객경험,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있다.
1853년 창업주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가 세운 오티스는 세계 최초로 견인 로프가 끊어져도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정지하는 안전 엘리베이터를 발명한 미국 기업이다. 창립된 지 165년이 넘은 오래된 기업이지만 오티스는 줄곧 세계 엘리베이터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해 왔다. 복층구조인 `더블데크`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 두 대가 위아래로 연결돼 한 승강로에서 동시에 움직임)를 처음 개발했고, 주차타워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용 화재 탈출 슬리브 등을 최초로 선보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업계 최초로 원격 엘리베이터 모니터링(Remote Elevator Monitoring) 시스템을 출시해 제품 성능 개선 작업에 데이터 예측 분석을 적용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시장 1위 기업은 오티스(123억달러)이다. 그다음은 미쓰비시(115억달러), Kone(110억달러), 쉰들러(106억달러), 티센크루프(94억달러) 순이다.
올해 6월부터 오티스는 인천 송도에 준공한 `오티스 코리아 생산 및 연구개발 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IoT 커넥티드 엘리베이터` 개발, 설계, 테스트를 통합한 아태 지역 거점으로 키울 예정이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최근 송도 센터 준공을 기념해 방한한 주디 막스 오티스 사장 겸 CEO를 만나 디지털 전환과 모빌리티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이하는 그와 일문일답.
―엘리베이터 1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매일 20억명이 오티스 제품으로 이동한다. 세계 최초로 엘리베이터 사업을 시작했고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한 기반 지식과 전문성이 차별화 요인이다. 오티스는 원격으로 30년 넘게 엘리베이터 성능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이를 통해 빌딩 내부 트래픽 패턴을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을 더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를 50% 이상 늘렸고, 그 결과 신제품 출시도 기존 대비 3배 증가했다. IoT 플랫폼 `오티스 원(Otis One)` 같은 혁신으로 지능형 빌딩에 대한 고객 수요를 충족하고 승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예측 유지·보수를 위한 사전 데이터 분석 서비스 솔루션, 다양한 승객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고급 영상 분석 및 승강기 배치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향후 엘리베이터 산업의 성장 전망은.
▷요즘은 도시가 계속 성장하는 흥미로운 시기다. 세계적으로 도시화와 중산층의 성장은 신규 엘리베이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핵심 시장인 빌딩과 인프라스트럭처 확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200m 이상 고층 건물은 4배나 증가했고 대도시마다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약 1600만대의 엘리베이터가 있고, 오티스는 매년 약 90만대를 신규 공급하고 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신규 엘리베이터 시장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비례한다. 다만 유지·관리 등 서비스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오티스에서 서비스 사업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신규 시장과 유지·보수 서비스 시장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하는 엘리베이터 산업의 미래 화두는 IoT다. 브루킹스연구소, 맥킨지앤드컴퍼니 등의 연구를 종합하면 2025년까지 전 세계 600대 도시가 세계 GDP의 60%를 차지할 것이다. IoT 디바이스는 750억개로 늘고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지금보다 10배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스마트시티에서 사람들은 IoT를 통해 주변의 모든 것과 연결된다. 동시에 사람들은 더 빠르고, 개인화되고, 디지털화된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오티스는 어떻게 디지털 전환을 실천하고 있는가.
▷오티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자체를 재정의하고, 가치를 높이고 있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승강기 유지보수를 예측 가능하게 했다. 잠재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원인을 해결할 수 있고, 고장으로 인한 가동 중단을 최소화한다. 고객사는 필요한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다. IoT 기반 새로운 서비스 솔루션 `오티스 원`은 IoT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분석과 예측 유지보수를 제공하는 통합 디지털 패키지다. 스마트 센서로 개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머신러닝을 통해 수십만대에 달하는 `커넥티드 엘리베이터`의 움직임 분석 등 성능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승강기에 부착된 IoT 센서로 승객, 건물 관리자, 유지보수 실무자 모두 언제든지 원하는 데이터를 터치 하나로 조회할 수 있다. 오티스 서비스 엔지니어들도 현장에 없어도 원격으로 문제를 진단해 조치하거나, 해결책을 미리 파악한 채 현장에 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오티스 원은 완성된 솔루션이라기보다는 계속 `진화하는` 솔루션이다. 고객사와 탑승객 피드백을 반영해 탄생했고, 앞으로도 고객사와 탑승객 피드백, 산업·기술 트렌드 등을 반영해 신기능을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미래 도시와 빌딩에서 엘리베이터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오티스는 단지 공간, 에너지, 유지관리, 모빌리티 서비스 차원의 효율성을 넘어 항상 탑승자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래 엘리베이터는 당신이 버튼을 누르거나 출입카드를 대지 않아도 어느 층을 가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스마트폰, 영상 분석, 얼굴 인식 등을 이용해 탑승자를 인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엘리베이터 안에 서면 멀티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실내온도와 조명이 도착 순간에 맞춰서 조정된다. 이게 오티스가 그리는 미래 지능형 통합 엘리베이터 시스템의 한 모습이다. 이미 오티스는 승강기 내 엔터테인먼트 `eView`, 스마트폰 엘리베이터 호출 `eCall`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해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곧 출시된다. 목적지 할당 시스템 `Compass`, 혼잡 해소 기술 `Optisense`는 국내서도 이미 찾아볼 수 있다.
―오티스는 최초의 엘리베이터 안전장치부터 시작해 엘리베이터 산업 내 여러 부문에서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최초`를 두고 하는 경쟁이 아직 유효한가. 아니면 다른 경쟁 패러다임이 필요한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부터 서울 `롯데월드타워`까지 오티스는 전 세계 초고층 마천루 곳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이 밖에 파리 `에펠탑`,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등 세계적으로 상징성 있는 구조물에도 오티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회사는 세상에 많지만, 세상을 바꾸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티스는 세상을 바꾼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안전한 엘리베이터를 발명했고, 더 높은 건물과 현대 도시를 위한 기반을 제공했다.
나는 지멘스, 록히드마틴을 거쳐 2017년부터 오티스 사장을 맡았다. 일생 동안 기술혁명을 목도했고, 내가 이끄는 오티스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신선한 도전과 우수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내게 큰 자극을 준다. 그러나 모빌리티 혁신은 오늘날 실현 가능한 것을 초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새로운 기술, 사고방식, 협업을 필요로 한다. 오티스는 미래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의 일부가 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면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새로운 역량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최초` 타이틀에 얽매이기보단 승객의 삶을 더 효율적이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게 우선순위다. 현실과 가상이 통합된 이동경로상에서 승객 경험을 차별화하려고 한다. 오티스는 업계에서 이를 가장 잘 실행할 규모, 재원, 전문성, 서비스 팀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일례로 오티스는 서비스 디지털화의 일환으로 전 세계 3만3000여 명 서비스 엔지니어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하고 오티스 앱을 사용하게 했다. 이를 통해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오티스에는 이제 막 수련을 마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 엔지니어부터 오랜 경험을 가진 장년층 기술자도 있다. 대다수 엔지니어가 스마트폰으로 플랫폼과 연결돼 안전성을 높이고 고객 경험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 밖에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채널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변화 관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모든 직원이 변화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오티스가 보는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의 특징과 중요도는 어떠한가.
▷한국은 높은 도심지 인구밀도와 높아진 소득수준으로 인해 주택 시장의 고층화·고급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노후 건물 승강기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리모델링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나 고층 빌딩 외에도 5층 이하 저층 건물에서도 건물주와 세입자들이 승강기 설치를 선호해, 이 방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엘리베이터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한국 시장은 당분간 중요한 엘리베이터 시장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올해 6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인천 송도 `오티스 코리아 생산 및 연구개발(R&D)센터`의 목표는 무엇인가.
▷오티스는 한국 시장에서 신규 설치와 서비스 양쪽 사업 부문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보여줬다. 송도에 센터를 열고 중요한 지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한국 고객의 늘어나는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특히 송도의 연구개발 센터는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미래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고객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혁신하게 하기 위한 R&D 투자도 단행된다. 다른 글로벌 R&D 센터와 협력해 제품과 서비스 포트폴리오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기존 한국 내 분산된 R&D 조직을 송도에 하나로 통합하고, 첨단 생산시설과 한 공간에 있게 해 기술·제품 개발 업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품 센터와 품질 테스트 센터 역시 한 공간에 조성돼 한국 고객들에게 신속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오티스는 인도 벵갈루루 일대에서 현지 스타트업과 협력해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인공지능 신경망, 얼굴 인식 시스템 등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협업을 할 계획이 있는가.
▷혁신의 유산이 오티스 기업 역사 곳곳에 서려 있다. 오티스의 혁신은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한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사업을 운영하려면 혁신적인 솔루션뿐 아니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공급업체와 파트너사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AT&T 같은 대기업 외에도 스타트업 인수 계획도 존재한다.
▶▶주디 막스 사장 겸 CEO는…
지난 6월 오티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주디 막스 오티스 사장은 2017년 10월부터 오티스 사장으로 일하며 조직을 이끌어 오고 있다. 취임 직후 첫 100일간 직접 직원들과 만나면서 오티스의 장단점을 파악한 현장형 리더다. 전 세계 오티스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협업 툴·소셜 미디어 `야머(Yammer)`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했다. 막스 사장은 글로벌 기업 IBM, 록히드마틴, 지멘스AG 등 3곳에서 고위 간부직을 맡았다. 오티스 사장으로 선임되기 이전에는 지멘스 미국 법인 및 지멘스의 계열사 드레서랜드의 CEO를 역임했다. 그는 글로벌 고객과 정부기관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스스로를 열렬한 기술 신봉자라 지칭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