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비 지급 회피 꼼수… 차수계약 중도해지 막는다

[황사 人-박준호]

행안부 지방계약예규 개선

선금 사용내역서 의무 제출도

계약이행 문제 없을 때 면제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 A기업은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장기 계속 1차 공사가 중단돼 공기 연장에 따른 손실을 떠안게 됐다. 발주기관이 해당 차수 공사를 중도 해지한 게 발단이 됐다. 공사 중단에 따른 현장관리비용 등 간접비는 결국 A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 C지자체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D기업은 선금을 지급받은 뒤 목적에 맞춰 사용하고, 계약도 성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C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선금 사용 내역서 작성 등에 시간과 인력을 할애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만 했다.

정부가 기업 입장에서 불합리한 지방계약예규 제도개선에 팔을 걷었다. 장기계속 공사에서 간접비 지급 회피 등을 염두해 발주처가 해당 차수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없도록 하고, 계약 이행에 문제가 없을 때에는 선금 사용 내역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과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계약상대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규제요소와 불합리한 관행을 ‘공정ㆍ형평’하게 개선하는 방안이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지방계약예규 개정안을 25일 발표했다. /자료 : 행정안전부

개정안에 따르면 계약상대자의 선금 사용내역서 제출 의무가 폐지된다. 계약 이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만 선금 사용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행 규정에는 자치단체로부터 선금을 받은 업체는 계약을 적정하게 수행하더라도 선금 사용내역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해 증빙서류 준비 등 지역 영세업체 부담이 컸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는 발주처의 책임으로 계약기간 연장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발주기관 책임으로 자재공급 등이 지연되고, 공기를 연장했을 때에는 계약업체에 현장관리비용와 같은 간접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해당 차수 계약을 해지한 뒤 다음 차수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계약상대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장기계속공사계약서에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계약기관 연장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차수 계약을 중도 해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 입찰자에 대한 적격심사 때 비영리법인은 ‘신용평가 등급’만으로 경영상태를 평가하고, 영리법인은 ‘재무비율’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바꾼다.

평가 요소 및 범위 등의 차이에 따른 평가를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학술연구용역 특성을 고려해 영리ㆍ비영리 법인 모두 ‘신용평가 등급’으로 경영상태를 평가토록 해 형평성을 맞추도록 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복잡한 지방계약 예규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7개의 예규를 2개로 통폐합하고 계약목적물(공사, 용역, 물품)별로 중복 규정된 내용과 서식 등을 대폭 정비하고 간소화했다.

자료 : 행정안전부 제공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방계약예규 개정을 통해 지역업체의 공공입찰 참여가 활성화되고, 계약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부담도 완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형용기자 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