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하는 여자 - 박숙경
맞은편 유리창 속 나 같은 여자 하나 구겨진 종이 가방 무릎 사이 세워 놓고 안뜨기 바깥뜨기로 남은 오후 짜 늘이네
실마리 움켜잡고 내달리는 두 개의 손 바늘 끝 시선까지 한 코씩 엮어내면 상상을 더하지 않아도 이미 따뜻한 겨울
살다 보면 가끔씩 그럴 때 있기도 해 덜컹 덜컥 흔들리다 저절로 아귀 맞는
까무륵 졸다 깨보니 한 뼘이나 자란 오후
- 2025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기간이라고 올해 신춘문예 기사가 뜸하더니 어제부터 기지개를 펴고 언론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학카페에서 가끔 마주하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갑고 놀라운 마음으로 신춘당선 시조를 읽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춥고 시린 겨울맞이였지만, 뜨개질하는 여자는 이미 따뜻합니다 요즘처럼 공산품이 지천인 세상살이에서 코바늘로 안뜨기 바깥뜨기하며 지인의 겨울나기를 바라지하는 마음이 얼마나 따사로운지 모르겟습니다 다만 마지막 수 첫 음보가 '까무룩'이 아니어서 조금 낯설기는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