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다 못해 저린다.
아들...
내 실존의 이유이고 내 영혼이나 다름없는 유일한 존재
그 아들이 지금 이혼의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다.
단 한번도 며느리 외에는 사귀어 본적도 없는 아들이라서
헤어짐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큰 모양이다.
고교를 졸업하고 엄마를 여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아들이 가장 외롭고 힘들 때
그녀를 만났다. 어언 12년이란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한국으로 불러 결혼을 시켰다.
아들은 늘 나에게
"아빠 저는 미셸과 천생연분이에요"라는 말을 팔불출처럼 하곤 했다.
그렇듯 아들은 끔찍이도 지 와이프를 사랑한다.
그런 며늘애가 이혼을 요구했단다.
중국계 싱가폴 출신인 며느리는 어렸을 때 이혼한 엄마를 따라 미국에서 자란
그야말로 전형적인 미국적 사고를 지닌 아이다.
아들이 사랑하고 장래를 같이 할거라는 여자애라 해서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해서
수년 전 며느리를 한국으로 불러 서강대 한국어 학당을 1년반 보냈다.
1년반 동안 집을 얻어주고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해줬다.
아직도 당시 생생한 기억
한국어학당에 다닌 지 6개월쯤 되었을까?
늘 나와 영어로 대화하던 아이가 카톡 한글로 문자가 왔다.
"아버님, 홍대앞으로 나오실래요. 저랑 막걸리나 한잔 합시다"
얼마나 귀엽고 우스웠는지 모른다.
자유분방하고 늘 밝고 착하기 이를 데 없는 심성의 여자 아이였다.
내가 준 용돈으로 가방을 하나 사고나서
아빠가 준 돈을 써버려 마음이 아프다며 한참을 훌쩍거렸다는 애
그러한데 어찌 내마음이 이혼에 처한 아들맘 못지 않을까...
몇달 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애들인데
아들이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산 지 3개월만에 사단이 난거다.
며늘애는 LA, 아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
LA와 샌프란시스코는 차로 7시간 거리
격주로 아들이 LA로 가서 며늘애를 만나곤 했다.
그리고 2월 중순이면 넓은 정원과 수영장이 있는 집을 사서 이사한다고 들떠 있던 아들이있는데
그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진 모양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며늘애는 자유분방하다.
술도 알콜중독자처럼 마신다.
오죽하면 결혼식 때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에게 인삿말을 하면서
자기는 냉장고에 맥주가 가득한 삶을 살고 싶다 했을까.
그래서 늘 불안했다.
언젠가 숨겨놓은 날개를 펴고 아들곁을 떠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저 자유분방한 아이를 지극히도 한국적 보수적 시각을 지닌 애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고...
며늘애가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가 그렇단다.
첫째, 아기를 결코 낳고 싶지 않다.
둘째, 부부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 구속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셋째, 아들의 스펙과 연봉차가 자신과는 너무 나서 아들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
넷째, LA에서 직장동료들과 스킨스쿠버 동호회 모임과 헤어지기 싫어 샌프란으로 이사가기 싫다.
생각하건데 그동안 아들이 며늘애에게
나이가 30중반이니 아이를 빨리 갖자고 보챗을 게 분명하고
샌프란으로 합쳐서 살자고 강요햇을거구
파티와 술에 젖어사는 며늘애에게 자주 충고를 했을 거구...
아들의 주장도 강하고 며늘애의 주장도 강하고
하나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한 헤어지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묻는 아들한테 어떤 답을, 조언을 줘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다.
아 그런데 아뿔사!!!
며늘애가 그렇게 핑개를 대고 이혼을 주장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단다.
남자 문제... 스킨스쿠버 동호회의 남자와의 사이 떄문일 거라는 아들의 추측....
몰래본 며늘애의 핸드폰 문자메시지에 그만....
부부보다 더 다정한 애정 가득한 문자라니....
아들은 그런 문자를 며늘에게서 받아본적이 없단다.
며늘애는 극구 부인하고 그남자도 부인하고
결국 아들이 자신을 의심해서 같이 살수없다고 한단다.
위의 네가지 이유에 더해 의심까지 받아서.
아들이 너무 고통스럽단다.
엄마를 잃었을 때보다 더 마음이 아프단다.
아니 아픈게 아니라 헤어진 후 어찌살까 공포스럽단다.
아빠는 엄마를 잃고 어찌 살았냐고 물었다.
아빠가 엄마를 잃고 날마다 울고 다닐 때 정신차리지 못한다고 아빠를 나무랐던 자신이 후회스럽다고도 했다.
밤새 고민을 하고
오늘 아침에 다시 전화를 해서 이야기 했다.
아들아!
여자들은 마음이 떠나면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다른 남자에게 맘을 품은 여자와 어찌 너의 목표와 희망까지 다 포기하고 살려고 하니?
아빠도 엄마를 잃고 1년을 울고 다녔다만
세월이 약이더라. 현재의 고통은 결코 머물지 않고 과거가 된다.
너의 스펙과 너의 직장과 너의 정직함이면 세상의 여자는 얼마든지 많다.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면 옛날의 여자는 기억도 없이 사라지더라.
세상에 없는 너의 엄마에게는 무정한 말이지만
아빠가 이리 살고 있지 않더냐?
생각해보라.
너의 이혼으로 인한 아픔이 1년이라면
너의 앞으로 남은 인생은 60년이다.
이미 마음이 떠난 너의 와이프를 잡기 위해 너가 그리도 갖고싶어하는 아이를 포기하고
박사들이면 누구도 선망하는 세계 최고의 직장도 포기하고
그렇다고 미래도 약속받지 못하는 혼인을 계속할만큼 너의 혼인 지속이 가치가 있는 걸까?
너가 지금까지 성공하려고 했던 그 목표를 포기할 수 있을까?
아빠는 너를 너무도 잘알지
학교 다닐 때 조금이라도 성적이 떨어지면 울면서 잠도 자지 않던 아들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을 못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주변의 평가에 너무나 민감한 성격이라는 거
그러면서도 자식을 낳고
가장 평범한 가정을 갖고 싶어하는 아들이
어찌 너의 모든 꿈과 미래를 접고 오직 한 여자에게만 메달려 살려고 하니?
'
아마도 네가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하고 너의 와이프를 달래고 얼리고
와이프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용서하고 같이 산다면
과연 행복할까?
그 행복이 진정한 것일까?
결국 곪고 곪아서 터지면 너희 둘은 원수가 될 거다.
정말로 네가 외이프를 사랑한다면 실수까지 용서하고 물러나라.
잊지 못하겠거든 친구로 지내라.
신이 인간에게 준 가증 큰 선물이 뭔지 아니?
체념과 망각이란다.
금방 잊힐 거다.
복수라도 할냥 빨리 새로운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너가 원하는 평범한 거정을 꾸려라
.
.
.
이렇게 말을 했지만
어찌 내 말이 아들의 그 고통스런 가슴팍에 한 방울인들 스며들 수 있겠는가
단단한 빗장 속에 핏물이 고일 것이다.
아들...
내 존재의 모든 것
내가 살아온 힘이기도 했고 또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는 내 생명의 담보
정직하고 선하고 유능하고 잘 생긴 아들...
그 아들이 아침 통화 이후, 오후내내... 그리고 아직 껏 전화가 없다.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
만나면 헤어짐을 예비하는 것인데 인연이라는게 무언지...
며늘애에 대한 인연도 아프고
아들에 대한 연민도 아프다
겨울밤 푸른 바람이 칼날을 물고 밤깊은 들녘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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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송촌동 들녘 언저리 사택에서
숲...
첫댓글 한국식 여필종부의 덕목을 일장훈시 한번 며느리에게 한번해보시죠.이미기울었다고 포기만 하지마시고.
이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에 희망을 가질수밖에요
자식 일이니 며느리 일이니 참으로 힘들고 난감 하시겠네요
그래도 힘 내세요
아드님에게도 위로가 필요하겠네요~
This, too, shall pass away
Time solves it ^^*
이 또한 지나 가겠지요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본 뒤에
아드님은
그때 친구같은 인생의 선배로
좋은 말을 해준 아빠가 계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고백할거 같습니다
아!
신뢰가 희미해질때
고통은 선명하고
많은시간이 지나서야
소중했던 마음을 깨닫지요.
진솔한글에 숙연해집니다. 우리아이들도 언젠가
한번쯤
겪게 될 이야기입니다.
왜 결혼을 시켰나요?
이미 파탄의 싹이 보였는데...
요즈음은 1년 정도 동거해보고
맞으면 결혼을 하더라구요.
혼전동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혼을 줄이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인 듯 싶습니다.
아들이 순정파인가 봅니다.
아드님의 사랑을 존중하여 며느리감의 자유분방함도 감싸안아주신 단풍나무숲님이실텐데 그 파탄을 지켜보는 마음이 어떠설런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그동안 긴 시간 마음 쏟아온 사랑이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흘러간 강물을 제 자리에 다시 갖다놓을 수 없듯이 떠난 마음도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현명한 아드님이시니 이 시련도 잘 이겨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버님이 곁에서 힘이 되어주실꺼구요.
너무 많이, 너무 오래 힘들어하지않고 이겨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12년 이나 서로 사귀었는데
결혼 3개월만에 이혼 하겠다니 며느리를 이해하기 힘들겠습니다
하지만, 쓰신 글로 보아서는
봉합하고 없던 일인것 처럼 하는 것이 바람직 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스펙이나 연봉이 걸림돌이라는 며느리의 의견은
요즈음 미국 젊은 사람의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특이하고 낯설어 이해 할수가 없군요
12년이라는 시간이 며느리에게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혼이 아직은 낯설은 우리세대,
특히 아버지로써 쉽진 않겠지만
아들이 성인이니, 그들의 결정을 지켜보심이 ...
아드님의 마음이 중요할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기 싫다면
모든 걸 품고 가고...
아이를 갖고싶은 욕망이 더 크면
이번 기회에 헤어지고
여러 가지 조건에 맞는 여자를
다시 찾아보고...
아무튼 단풍나무숲님과 아드님 마음에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새벽에 잠깨어 읽었던 글
다시 읽어도 마음이 아픕니다.
시간이 지나야 좀 옅어질텐데
멀리 떨어져있는 아드님이라서
그 심정이 더 할것 같습니다
걱정하는 아버지나
현실에 처한 아드님이나
힘내셔서 현명하게 잘 해내실겁니다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네요
인연도 그렇고 연민도 그러시다니 이쪽저쪽 다 아픔이네요.
우선 아들에게 위로의 말을 잘하셨어요.
단풍나무 숲님의 글이 아주 세세하고
지금의 상황이 타인이 읽어도 환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결정은 아들 몫이겠지만,
사람은 바뀌기 힘든것이지요.
이혼하지 않으려고
평생을 자유분방한 아내를 따르다가
자기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원수가 되고, 자신이 피폐해 지는 것보다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젊으니까요.
저는 원래는 이혼 반대주의자 입니다.
숲님 글을 기다렸는데
그간 마음에 풍랑이 일어나셨네요.
자식 아픔을 지켜 보면서 부모가
그 백배 아프지만 침착히 마음 가다듬어
자식보다 의연하게 잘 해결 되어
가볍게 이겨 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제 자식들 혼인 문제를 놓고
많은 갈등을 하고 있는 중이라서
깊이 헤아림이 오네요.
무엇 보다 제 생각으로
여성이 너무 자유분방하고 외적 활동성이
강하다면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해하고 보듬어 살아 가면 상처가 더 깊어저서
마음에 치유가 어렵겠지요.
그간 시간적 흐름으로 보아서
냉정한 결단이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아드님을 많이 위로하시고
더 많이 사랑하시고 용기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힘을 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아버지의
눈동자 같았을 아들
그 아들의 눈물
이 일을
어쩌나요!
아들의 목소리에가 힘이 없는 듯만
하여도
가슴 철렁한 일인 걸 ᆢ
이별이게
아주 이별은 아니게
그냥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런 와중에도 감정을 섞지않고 담담히 사실만 써내려가신 숲님의 인품으로 보아 아드님도 이 상황을, 많이 힘들겠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기네요.
아드님도 며느님도 각자 독립적인 객체이고 각자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또한 스스로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봅니다.
아드님의 내공은 깊을 것으로 생각되니 숲님의 찢어지는 마음이 아드님께 위로와 응원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면부지인 제가 그런 느낌을 받게되네요.
부디 힘내시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시길 바랍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으면서
긴 한숨을 내쉽니다.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지 않을까요.
차라리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유분방한 사고는 배우자를
너무 힘들게 하지요.
긴 세월을 함께 가야 하는데
아드님이 그 세월을 어찌 감당하겠어요.
아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같은 과의
여자아이를 사귀더군요.
입대후 몇번 면회를 다니더니 다른 남자
만나서 사귀더라구요.
아들은 성격이 단호해서 얼른 마음을
추스리더군요.
제대 후 다시 사귀자는 전 여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다른 여자를 사귀더라구요.
그렇게 몇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이번 토요일에 결혼을 합니다.
단풍나무숲 님, 아드님 잘 다독여 주세요.
아드님 못잖게 많이 아프시겠지만요~
자세하게 설명을 하신 문제점과 그 대안점을 잘 읽어 보았는바
가슴 아프지만 아버님 의견을 아드님이 따라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당장은 힘들겠지만 전후 사정을 볼 때 그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드님 위로와 설득을 잘 하시어
마무리가 잘 되기 바랍니다. 어수선한 세월 빨리 지나가고
가정의 평화가 다시 오기 바립니다. 건강하세요.
중고 대학 절친과 해외여행을 해보면
몰랐던 부분이 보이고 의견이 달라
원수가되어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동서 문화가 다른 남녀의 결혼이니 더 어렵겠지요
그렇다고
복수하듯 하는 재혼은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뜻이 맞는 좋은사람이 어딘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