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노선 결정도 안된 서부경남 KTX, 뜬금없는 종착역 논란…왜?
국토부가 지난 8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 첨부된 ‘계획노선 위치도’. 국토부 제공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종착역이 들어설 경남 거제가 역사 입지를 놓고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의 노선 끝단이 특정 지역까지 이어진 것을 두고, 역사 부지가 결정됐다는 뜬소문으로 확대 재생산된 탓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일부 매체가 이를 단정하듯 기사화하고, 또 이를 반박하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8일 홈페이지에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게시했다. 논란의 단초는 그림으로 첨부된 ‘계획노선 위치도’와 ‘평가대상지역 설정도’다. 국토부는 설정도에 2가지 노선안과 이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범위를 명시해 놨다.
설정도에 나타난 거제지역 노선은 구 거제대교를 타고 사등면-거제면을 지나 상문동까지 이어진다. 거제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형태다. 특히 노선이 상문동에 닿기 직전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처럼 꺾이는 모양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표시돼 있다.
앞서 거제시는 KTX 역사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려 자체 공론화위원회를 발족, 주민 숙의 과정을 거쳐 사등면과 상문동 2곳을 최적지로 선정해 우선순위 없이 국토부에 추천했었다. 이번에 공개된 노선 계획대로라면 상문동이 낙점된 셈이다.
이에 한 지역 매체는 ‘거제 역사가 상문동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역세권 개발과 맞물린 민감한 사안인 탓에 관련 기사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거제시와 지역 정치권에는 진위를 따지는 민원이 잇따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 첨부된 평가대상지역 설정도. 2가지 노선안과 이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범위가 명시돼 있다. 설정도 상 거제지역 노선은 구 거제대교를 타고 사등면-거제면을 지나 상문동까지 이어진다. 거제를 동서로 관통하는 형태다. 특히 노선이 상문동에 닿기 위해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처럼 꺾이는 모양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표시돼 있다. 국토부 제공
그러자 또 다른 매체가 국토부 담당자 답변을 인용해 “상문동 단정 보도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정 내용을 오해한 데 따른 해프닝”이라고 반박했다. 첨부된 노선도는 단순한 개념도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산일보>와 통화에서도 “역사 입지와 관련해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첨부된 위치도는 전체적인 노선의 형태와 검토 중인 범위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며 “겨우 환경영향평가에서 어떤 항목을 다룰지를 결정한 마당에 (역사)입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이고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제시가 제안한 두 곳을 포함해 거제면까지 가능한 모든 지역을 대상에 놓고 검토 중”이라며 “11월 열릴 주민설명회에 압축된 안을 갖고 가겠지만, 이 역시 ‘결정’이나 ‘확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용역에는 철도 수송수요 예측과 공사 기간, 공사비·재원 조달계획, 환경 보전·관리 사항이 포함된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노선과 정거장(역사) 배치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기본·실시 설계에 착수한다. 국토부가 미리 역사 입지를 결정해도 관계 부처 간 협의·조율 과정에 바뀔 소지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적 요인이나 사업비 측면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확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착공 직전이다. 빨라야 3년 후”라고 귀띔했다.
거제시도 “의미를 둘 만한 내용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은 역사 문제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내달로 예정된 (주민)설명회를 기점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필요한 논쟁으로 확전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