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일기 아무개 씨 편지요! 내미는 우체부 손길에, 분홍빛 봉투. 그녀가 보내온 답장 분홍빛이라 분홍빛 사연, 그 색깔의 뜻을 아는지라 떨리는 마음에 감히 열지를 못하고, 읽고 있던 책갈피에 넣었지요. 그렇게 그렇게 만났답니다 우리는.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중년의 문턱을 넘어선 여인의 우울증 그녀의 갱년기에. 그날따라 더불어 우울해진 나, 우연히 펼친 그 책에서 분홍빛 그 편지를 발견했지요. 아내를 데리고 간 중앙공원 옆 아늑한 찻집에서 그녀에게 건냈지 요. 열고 펼친 그 글을 보고 방긋 웃는 그녀의 미소.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 가더이다. 나는 보았지요. 젊은 그녀의 마음을 또다시. 당신에게 "당신의 맑은 눈을 바라보는 호강을 언제까지라도 누리고 싶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그 눈. 눈을 보는데도 떨리는 것은 마음, 이 몸 안엔 장작불이 타고 한겨울에도 추운 줄 모르겠어요. 심장에서는 모루를 내리치는 쇠메 소리가 나구요. 나의 마음은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얼룩져있어요. 당신의 사랑으로 이 얼룩을 닦아주세요. 지금 밖엔 흰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어 요. 내 사랑 첫경험의 행복한 고통을 함께 하려는 듯." 글을 다 읽고난 나의 아내!! 우울증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처녀처럼 붉히네요 얼굴을. 011919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