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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 101년 7월 27일 수요마음공부방
강성조 교도님 <한방의 원리, 몸의 원리와 마음공부>
초벌 : 심하은 / 완성 : 윤성권
원기 101년 7월27일 수요마음공부방 초청강좌 28회 한방의 원리, 몸의 원리와 마음공부.hwp
의사는 환자가 아파야만 돈을 벌게 됩니다. 환자가 아프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즉 환자의 고통으로 의사가 먹고 사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으면 의사라는 직업은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TV에서 의사들이 나쁜 짓을 하거나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환자를 속여서 돈을 벌거나 제약회사를 통해 뇌물을 받아서 사용하는 것을 봤을 때, 인과를 생각한다면 저렇게 나쁜 마음으로 돈을 벌고 돈을 부정하게 사용할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을 정당하게 버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권리입니다. 정당하게 번 돈을 정당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고 정당하지 못한 곳에 사용하지 않고, 좋은 일에 사용하고 많은 사람들과 같이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병으로 고통 받는 것은 본인들의 업(業)입니다. 전생에 지었든, 이번 생에 지었든 본인들이 짓고 받는 결과인 것입니다. 환자의 고통은 환자 본인의 업인데 의사인 내가 어느 정도까지 관여를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을 받거나 거기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처럼 병을 고쳐주는 것은 환자의 업, 즉 잘못한 것을 그냥 넘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환자를 보면 병이 다 나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치료율이 30%만 넘어도 명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소승적인 생각을 했었습니다. 보살의 마음, 대승적인 생각을 했으면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도를 통하면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병을 잘 고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한의학은 도를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의 편작이나 화타 같은 분들은 사람을 보면 인체를 훤히 볼 수 있어서 어디에 병이 있고 어떻게 약을 쓰면 나을지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수행을 해서 도를 얻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한의학 공부를 하다보면 너무 어렴풋한 느낌, 또는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에서 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점을 이야기하겠지만, 양의학, 서양의학은 눈에 보이는 것,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만 믿고 거기에 맞게 치료를 합니다. 그런데 한의학은 눈에 보이지 않고 현대 의학적으로는 증명이 되지 않은 기(氣), 경락, 육경, 오장육부 등을 다룹니다. 과거 강증산 선생도 도를 얻은 후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었다고 합니다. 도를 통한다는 것이 신비한 능력으로 생각했습니다. 도를 얻는다는 것은 마음공부를 통해 마음의 자유를 얻는 것인데, 신비한 능력을 얻는 것으로 착각했었습니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차이
양의학은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인체의 기능이나 질병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병에 걸렸다는 것은 인체의 어떤 부위에 변화가 생겨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치료도 그 부위에 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병 이름에는 그 해부학적 부위의 이름이 붙게 되고 치료도 거기에 맞는 약을 처방합니다. 예를 들어 위장병, 심장병 등은 위장과 심장이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약도 그 부위에 작용하는 것을 사용합니다. 반면,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하고 각각의 장기와 조직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움직이는 것으로 봅니다. 아울러 질병이란 인체가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며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그 하나하나의 증상이 독립된 것이 아니고, 모두 긴밀한 연계를 가진다고 봅니다.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약인데, 이 약이 다른 곳에 효능이 좋아서 그쪽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또 어떤 환자는 다이어트약을 복용해도 전혀 살이 빠지지 않았는데 반대로 약을 먹고 난 이후 생리통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형태상의 변화나 검사 수치상의 변화가 없어도 자각 증상만으로 충분히 질병의 증후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 중에 양방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본인 자신은 무척 고통스럽고 힘든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럴 때 양방에서는 신경성질환으로 봅니다. 잘 모르겠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눈에 병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눈에 병이 온 것은 증상이 엄청 많고 원인도 정말 많습니다. 눈의 구조와 질병은 복잡하고 치료도 힘들기 때문에 양방에서는 눈만 보는 안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눈의 해부학적 이상이라든지 기능적인 이상만 검사하고 치료를 합니다. 양방은 눈이 충혈되고, 눈이 시리고, 눈이 잘 안보이고, 눈꺼풀이 떨리고 등 이러한 증상에 대해서 눈만 검사를 합니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눈도 보지만 간도 보고, 신장을 보고, 폐를 보고, 눈 주위에 있는 경락을 보고 치료를 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추어 치료를 해주면 치료가 잘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욕탕에 다녀오거나 야외활동 후 눈이 충혈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경락을 이용해서 손가락과 발가락에 피를 빼주면 치료가 아주 잘 됩니다. 오히려 양약보다 더 빠른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잇몸에 염증이 생기거나 아프고 부었을 때도 손가락과 발가락에 침을 놓으면 치료가 빠릅니다. 치통은 한의학에서 위장과 대장의 열로 봅니다. 그래서 치통과 관련된 약을 쓰더라도 주로 위장의 열을 내려주는 약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한의학은 인체를 통일체로 보고 하나의 유기체로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른바 음양허실을 인체의 가장 기본적 생명현상으로 보고, 음양허실을 가려내는 것을 근본으로 합니다. 기침이 난다고 해도 같은 약을 주지 않으며, 음양허실의 차이에 따라 처방이 달라집니다. 기침을 오전에 하는지, 저녁에 하는지에 따라 다르고, 어린아이와 어른에 따라 다릅니다. 양방에서는 밤낮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지요. 또한 이 사람이 평소에 건강했는지, 몸에 열이 많았는지, 몸이 뚱뚱한지 등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것이 엄청 많습니다. 양방약은 기성복에 해당한다면 한의학은 맞춤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에 곰팡이가 생겼다고 생각해봅시다. 곰팡이가 생기면 제거하는 약을 뿌리거나 제습기를 사용할 것입니다. 양방에서는 어느 곳에 곰팡이가 생겼는 지 보고, 곰팡이를 분석해서 어떤 곰팡이인지 알아내어 거기에 맞는 약을 사용해서 제거할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곰팡이의 종류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곰팡이가 생긴 원인을 먼저 봅니다. 곰팡이는 주로 습기가 많은 곳에 생기므로 그 집이 습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먼저 환기를 시키고, 난방을 해주어 습기를 제거해줍니다. 그러면 곰팡이도 제거될 것으로 보는거지요. 약품을 사용하면 빨리 제거가 되지만 다시 다른 곳에 생길 수도 있고, 다른 종류의 곰팡이는 제거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환기를 시키고 난방을 하면 빨리 제거가 안 되더라도 좀 더 근본적으로 곰팡이를 제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도 몸에 습한 기운이 많으면 습을 제거하기 위해서 땀이나 소변으로 습을 빼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습을 말립니다.
추가로 곰팡이 이야기를 더 하겠습니다. 구한말에 한의사인 아버지와 양의사인 아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페니실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아들이 페니실린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침이 마르게 자랑을 했지요. 아버지는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몸이 습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곰팡이는 습한 곳에서 자라니 거기에서 만들어진 약도 습한 기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몸이 습한 사람들에게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한의학은 자연과 인간을 많이 연관시키고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 보면서 환자를 치료합니다.
동양의학 | 철학적, 종합적, 전체적, 증후학, 체질예방, 자각증 중시, 천연약재 |
서양의학 | 과학적, 분석적, 국부적, 병명학, 세균의학, 타각증 중시, 화학약품 |
기(氣)에 대하여
기는 어떻게 보면 도깨비 같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습니다. 한의학의 핵심개념은 기라고 설명해도 과언이 아니며, 한의학은 기의학이라고 하여도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기 야 말로 한의학의 논리적 체계를 구성하고 전개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학서로 알려진 “황제내경”에는 기 라는 용어를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황제내경에서 기에 대하여 언급한 횟수가 무려 3,029회나 됩니다. 내경에서 사용된 기의 개념은 어느 때, 어느 곳에나 항상 존재하고 운동한다고 합니다.
기는 천지의 기, 인체의 기, 약식의 기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분류됩니다. 약식의 기는 사실상 천지의 기가 몸의 기에 작용하는 특수한 형식에 불과하므로 기는 천지의 기와 인체의 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천지자연을 이루는 기나 인체를 이루는 기나 구성요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같습니다. 인체도 천지자연의 한 부분이 되고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소우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분류는 체와 용의 관점에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구분은 기에 대한 이름을 짓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첫째는 부위에 따라 이름 짓는 것으로써 천기, 지기, 산천의 기, 각종 장부의 기, 형체의 기 등이 그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천지자연의 기나 인체의 기나 같은 부류이고, 다만 그 나타나는 양상이 다를 뿐 산천이 되기도 하고 인체나 혹은 각종 장부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기(氣)가 모여서 장기조직과 같은 형태를 이룬 것이 오장(五臟), 육부(六腑), 정(精), 혈(血), 진액(津液) 등과 같은 것입니다.
기(氣)를 이름 짓는 다른 하나의 방식은 성질이나 작용, 효과를 중시하여 표현하는 것으로써 음기(陰氣), 양기(陽氣), 원기(元氣), 종기(宗氣), 정기(正氣), 사기(邪氣), 영기(榮氣), 위기(衛氣)등이 그것입니다. 약식(藥食)의 기(氣)는 치유하거나 기(氣)를 보(補)하는 생리기능과 작용의 측면에 중점을 두고 분류하기 때문에 후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기(氣)의 특성에는 양적인 속성, 질적인 속성이 포함되어 있고 또한 형상(morphology)을 이루고 유지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기(氣)는 에너지적인 것으로 단순히 양적인 개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형상과 질에 대한 기능정보도 같이 실려 있는 특수한 것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기(氣)는 물질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을 다 다룹니다. 물질이나 정신을 모두 기의 흐름으로 파악합니다. 지금까지 한의학에 말하는 기(氣)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드렸는데요. 여러분들은 혹시 기를 느껴보셨나요? 저는 대학때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기숙사 법당에서 아침 6시에 기도와 좌선, 요가를 했었습니다. 좌선도 처음 해보고 요가도 하고 기도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아침일찍 간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교무님이 저녁에 와선도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저녁에 잘 때 곧바로 자지 말고 누워서 5~10분 정도 와선을 하다가 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와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자기 전에 누워서 10분 정도 와선을 했었습니다. 앉아서 하는 것보다는 편했지만 단전을 의식하면서 단전으로 호흡을 하려니 숨도 차고 가슴도 답답하였습니다. 저는 단전호흡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우리 교전에 나온 방법으로 했었습니다. 10일 정도 지났을 때 어느 날 아랫배가 뻥 뚫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막혔던 것이 뻥 뚫리더군요. 순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던 것이 사라졌습니다. 손등에 바람을 불어보세요. 그럼 손등에 바람이 느껴지시죠? 그 느낌이 배꼽 아래까지 쭉 느껴졌습니다. 순간 깜짝 놀랐고,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었죠. 호흡하는 것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도 안자고 호흡만 하고 싶었습니다. 아랫배를 정말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단전까지 공기가 쑥 들어갔습니다. 해부학적으로 단전까지 공기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기는 폐에만 도달하지 배꼽까지는 못가거든요. 그런데 단전까지 공기가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것은 기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기를 내 뱉는데 별로 내 뱉을 것이 없었습니다.
4. 육기(六氣), 육음(六陰)
한의학에서는 기후의 변화나 생활환경이 신체에 주는 영향을 매우 중시합니다. 인간은 자연의 변화를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의 6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고 그것을 우리 인간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는가를 관찰합니다. 동식물은 계절에 응해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도 합니다. 이와 같이 동식물의 생리활동을 촉진하고 적응하며 사는 범위 내에서의 기후 변화를 ‘육기(六氣)’라 하고, 적응 범위를 초월하여 신체 조화를 붕괴하는 요인을 ‘육음(六陰)’이라 부릅니다.
육기(六氣)가 육음(六陰)으로 변화하는 데에는 사람에 따라 달라서 신체의 정기(正氣(저항력))가 왕성할 때에는 육기(六氣)의 범위에서 받아들이지만, 정기(正氣)가 허약하면 육음(六陰)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육음에는 계절성과 함께 거주하는 곳과 환경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반지하에 사는 분들은 어떤가요? 햇볕도 안 들고 습하잖아요. 그리고 춘천에는 뭐가 많죠? 댐이 많습니다. 그러니 안개가 많죠. 그래서 춘천 근처는 습한 기운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지역보다 관절질환 환자가 좀 더 많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습한 기운은 관절이나 근육을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거주하는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현대 의학으로 봤을 때 육음중에는 바이러스나 세균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며 신체의 외부에서 입이나 코, 피부를 통하여 침입합니다.
(1)풍(風)
봄에 많으나 연중 발생합니다. ‘풍’은 ‘목기(木氣)’와 상응하여 ‘간(肝)’으로 통하는 것으로 봄을 풍목(風木)의 계절로도 부릅니다. 음에서 양으로 변화하는 봄은 기후의 변화도 크고 신체 조화를 붕괴하기 쉽습니다.
⓵풍은 위로, 밖으로 향하는 성질이 강합니다. 인체의 상부(上部)나 피부를 침범하기 쉽고 장소도 여기저기 왔다갔다 합니다.(풍진, 담마진 등).
⓶풍(風)은 백벽의 근원이 됩니다. 풍은 외감(外感)병의 선도역할을 하며 한, 습, 조, 열 등의 ‘사(邪)’와 결부되어 인체에 침입하기 쉽습니다. 한(寒)과 결부되면 ‘풍한(風寒)’이 되고 콧물이 나오는 유형의 감기로 되며, 열(熱)과 결부되면 발열하여 인후가 아픈 ‘풍열(風熱)’의 감기로 됩니다.
⓷바람이 불면 나무가 어떻게 되나요? 흔들리지요? 그리고 나무가 죽으면 마르게 됩니다. 나뭇가지가 앙상하게 변합니다. 이런 모습을 인체에 그대로 대입하면 어떤 가요? 중풍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몸이 떨리거나 어지럽고 한쪽 손발을 못 쓰게 되면 그쪽이 마르게 됩니다. 또한 현대의 파킨슨병도 한의학에서는 넓은 의미에서 풍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방에서는 중풍을 심계내과에서 보는데 한의학에서는 간과 관련해서 봅니다.
(2)한(寒)
겨울에 많이 발생합니다. 한(寒)은 수기(水氣)이며 신(腎)과 상응하는 것으로 겨울을 ‘한수(寒水)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⓵한냉(寒冷), 통증, 위축
‘한(寒)’은 가장 인체의 양기를 빼앗는 것으로 냉한 증산이 나타납니다. 기혈(氣血)의 순환이 나쁘게 되고 통증이 생깁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많이 틀다보니 냉방병이 생기게 됩니다. 냉방병은 예전에는 없는 병이었습니다. 여름에는 당연히 더워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몸도 그렇게 느껴야하는데 찬기운을 계속 쏘이니 병이 생깁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에어컨을 얼굴 쪽에 장시간 쏘이면 구안와사 즉 얼굴이 삐뚤어지는 병이 생깁니다. 얼굴 근육이 이완과 수축을 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생긴 병입니다.
⓶신체를 따뜻하게 하는 힘이 부족하여 한(寒)이 내부(內部)에서 발생하면 수족이나 허리의 냉증, 소변량이 엷고 양이 증가하는 등의 한(寒)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런 사람들은 여름에도 두꺼운 이불을 덮어야 하고 양말을 신어야 잠을 잡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차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데 운동이나 약, 뜸을 통해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3)서(暑)
‘서(暑)’는 하지에서 입추사이에 많이 발생합니다. 여름에 더위를 먹었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것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⓵염열(炎熱), 상승(上昇), 발산(發散)
여름에 더위가 침입하면 체온이 상승하고 대량의 땀을 흘려 체내의 진액을 땀으로 배설해 버리고 이 때 비타민이나 미네랄도 배설해 버립니다. 이것을 “땀과 함께 기(氣)도 소모한다.”라고 한의학에서는 표현합니다. 그래서 한약을 여름에 먹으면 땀으로 다 소모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땀이 나고 기운이 없을수록 한약을 더 많이 먹어야합니다. 여름에 한의학에서는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넣은 생맥산이라는 약을 씁니다. 거기에 향유나 백편두를 더 집어넣으면 효과가 좋죠. 여름에 땀 많이 나고 야외에서 일을 많이 해서 더위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약입니다.
(4)습(濕)
비가 많은 장마철에 발생하기 쉬운 것이나, 다른 계절에도 습기가 많은 환경이나 비에 젖는다거나 하면 연중 발생합니다. 비 맞고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⓵‘습(濕)’은 물이 변화한 것으로 무겁습니다. 습이 피부 표면에 침입하면 신체나 수족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또,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 같이 습도 인체의 아랫부분을 침입하기 쉽습니다. 밤에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수지나 바닷가의 안개에 장시간 노출되면 몸에 습한 기운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낚시 갔다 온 이후 몸이 안 좋아진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가 올 것 같으면 어르신들이 귀신같이 알지요. 우리 몸에 관절증상이나 근육통 같은 병은 거의 습기운 때문에 옵니다.
⓶몸이 차고 습이 많은 사람 중에 수영이 안 맞는 사람이 많습니다. 수영을 하게 되면 오히려 병이 더 생기거나 심해집니다. 남자들은 양이고 여자들은 음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습에 관련된 질환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무릎 통증을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아요.
(5)조(燥)
공기가 건조한 가을에 많이 발생합니다.
⓵폐(肺)와 진액을 손상합니다. 코와 입을 통하여 침입한 건조한 기운은 맨 먼저 폐를 습격합니다. 폐는 윤택한 것을 좋아하는 예민한 장기로 건조에 취약합니다. 기침, 담이 생기고 천식 등의 증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⓶고열이 난 후에나 출혈, 많은 땀, 노화 현상 등으로 신체의 혈액이나 진액이 부족하게 되면 발생하기 쉽습니다. 폐 이외에도 피부나 머리카락의 건조, 변비 등 진액 소모 증상이 나타납니다. 폐섬유화증, 폐결핵, 탈모도 해당됩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 입이 마르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진액이 부족해집니다.
(6)화(火[열(熱)])
‘화(火)’는 여름의 가장 더운 시기에 잘 발생합니다. 화(火)와 열(熱)과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로 열(熱)보다 화(火)쪽이 더 강합니다.
⓵염상(炎上), 연소(燃燒), 진액의 소모
화(火)는 위쪽으로 타올라 가는 성질을 가져 인체의 상부를 침입하기 쉬운 것으로서 두통이나 눈의 충혈, 구내염을 일으킵니다. 또, 화열(火熱)에 따라서 진액이 소모되면 입이나 혀의 건조나 변비, 초조, 종기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쉽게 됩니다.
⓶안에서 생긴 화(火)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내장 기능의 혼란에 의하여 생기기 쉽고 정신 상태를 불안정하게 합니다.
자연계에서는 뜨거운 것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갑니다. 우리가 버스나 전철을 타면 에어컨은 위에서 나오고 온열기의 따뜻한 바람은 의자밑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해야 잘 순환이 되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말한 차가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려하고 뜨거운 기운은 위로 올라가려 합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이것을 잘 순환을 시킵니다. 그런데 이런 순환이 잘 안되면 병이 옵니다. 위는 뜨겁고 아래는 찬 증상이 오는 것을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좌선법에 보면 화기를 내리고 수기를 올린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러면 입안에 맑은침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좌선을 하면 수승화강이 잘 되어서 정신건강과 육체 건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됩니다.
5.칠정(七情), 칠기(七氣)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要因)을 사(邪)라고 합니다. 질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몸 안팎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황제내경의 <소문:조경론>에 “사(邪)는 때로는 陰(인체내부)에서 발생하고 때로는 陽(인체외부)에서 발생한다. 양에서 발생한 경우는 풍(風), 우(雨), 한(寒), 서(暑) 등 육음(六陰)의 邪氣가 침입한 것이고 음에서 발생한 경우는 음식 및 기거(起居)가 적절하지 못하거나 방사(房事)가 과도하거나 혹은 지나친 기쁨이나 슬픔 등의 요인 때문이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질병이 이른바 ‘사기(邪氣)’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지적한 말입니다. 한의학을 일명 기(氣)를 조절하는 의학 또는 마음(정신)을 다스리는 의학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질병의 원인 중에 심리(心理)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마음의 움직임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음의 움직임은 감정으로 나타나며 한의학에서는 감정을 일곱 가지 즉, 노(怒), 희(喜), 사(思), 우(憂), 비(悲), 공(恐), 경(驚)으로 나누어 칠정이라 하고 이 칠정이 각기 신체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봅니다. 사람의 정서가 정상이면 질병에 이르는 일도 없고 오장육부의 기능 활동에도 유익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쁨(喜)은 심장에 작용하여 정상적인 경우 혈기를 잘 통하게 하고 영위(榮衛)를 강하게 하며 기분을 너그럽게 만듭니다. 노여움(怒)은 간에 작용하여 어떤 상황 아래서는 기를 발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또 폐기(肺氣)가 소통해서 몸의 구석구석까지 가서 닿게 합니다. 그러나 만약 정도를 지나친 정서가 격렬하게 또는 길게 계속되면 오장육부는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게 됩니다. <소문:음양웅상대론>에서 “노여움은 간을 손상하고, 기쁨은 심장을 손상하며, 생각은 비장을 손상하고, 걱정은 폐를 손상하며, 두려움은 신장을 손상한다”고 하였고, <소문:거통론>에서는 “성을 내면 기가오르고, 기뻐하면 기가 이완되며, 슬퍼하면 기가 소모되고, 두려워하면 기가 아래로 내려가며, 놀라면 기가 흐트러지고, 생각하면 기가 엉긴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정서의 변화가 생리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설명한 것입니다.
칠정(七情) :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칠정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
칠기(七氣) : 감정적 요인(stressor)으로 인체내서 병리적(病因)으로 작용
(1)희(喜), 희즉기완(喜卽氣緩 : 기뻐하면 기가 느슨해진다), 희상심
즐거우면 기의 순행이 화평해지니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피의 순환도 잘 되어 신체 내에 울체되는 것이 없어지므로 이런 상태를 기가 완해진 것이라 합니다. 즉 모든 마음의 불만이나 생리기능의 불균형 상태가 해소된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희락도 지나치면 신기가 소모 분산되어 올바른 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며 오장 중 신을 간직한 심의 기능마저 상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기쁨은 심기가 이완된 채 평정상태로 되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이 산산이 흩어져 바보스런 웃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게 됩니다. 아니면 나사가 반쯤 풀린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한계를 벗어난 기쁨은 심신을 흩어지게 하므로 심한 경우 죽게 됩니다. 임상에서 심장병 환자가 갑작스럽게 너무 기뻐하다가 급기야 사망하는 케이스를 가끔 보게 됩니다. 예전에 축구경기를 보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기사를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팀이 지다가 갑자기 골을 넣어서 이기는 경기였는데 경기를 보다가 너무 기쁜 나머지 심장마비가 온 것입니다.
(2)노, 노즉기상(성내면 기가 오른다), 노상간
화를 내면 기가 위로 오르게 됩니다. 즉 화를 낸다는 것은 기와 혈이 모두 역상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성을 자주 내든가 심한 감정의 흥분은 오장 중 혈을 저장하고 있는 간을 상하게 합니다. 짧은 시간의 가벼운 노기는 억압된 정서 또는 간기의 소설에 유리하지만, 지나치게 화를 내면 간기의 발산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집니다. 간기의 상승, 발산이 지나치면 현기증이나 두통이 생기고, 나아가 간이 피를 간직할 수 없게 되며, 기를 따라 피가 역행하면 피를 토하게 됩니다. 또 기와 혈이 함께 머리로 오르면 기절이나 뇌졸중에 이르기도 합니다.
드라마 같은 데 보면 자식이 아버지를 화나게 하면 아버지는 뒷목을 잡고 쓰러집니다. 순간 노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뒷목이 뻣뻣해지고 잘못하면 뇌출혈이 생깁니다. 평소에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얼굴이 붉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혈은 반드시 기가 가야 혈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가 위로 올라가면 즉 상역하면 기를 따라서 혈도 올라가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잘못하면 뇌출혈도 생기지요. 기가 상역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요가나 헌배, 참선이 아주 좋습니다.
간기가 옆으로 역류하여 비장을 범하면 만성 설사를 일으키고, 위를 범하면 위염이나 위궤양을 일으키며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간이나 담의 기능이 이상 흥분되면 행동이 동적이며 용감해지고,(간땡이가 부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감정적으로는 성을 잘 내고 흥분되기 쉬우며, 반대로 간담이 약해지면 겁이 많아져서 불안해하고 결단력이 없어 우유부단해집니다.
(3) 사, 사즉기결(생각이 과도하면 기가 울결된다.), 사상비
한 가지 일을 골똘히 생각하게 되면 기가 순행하지 못하고 한 곳에 맺힌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장 중 소화기능을 주관하는 비를 상한다고 하였습니다.
<여씨춘추>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옵니다. 제나라 민왕이 고뇌를 한 나머지 비장과 위의 기능이 손상되고, 그것 때문에 소화불량이 되었는데 오랫동안 낫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지라는 명의가 임금을 격노시켜 기를 발산하게 했더니 구토를 하고 나서 소화 불량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는 노승사(노여움은 사려를 이기고)의 치법을 응용한 예로, 의사가 교묘하게 언어로써 제왕의 정서에 어긋나게 하고 행위로써 암시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병이 갑자기 낫도록 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참선으로 화두선을 합니다. 이 화두선은 한 가지 의문을 계속 생각하는데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예전에 절에서 생활할 때 새벽 2시 반쯤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법당에 올라가서 절을 시작합니다. 세수하기 전에 먼저 화장실도 갔었는데요. 하루는 어느 날 새벽에 화장실을 갔는데 웬 노숙자 같은 사람이 화장실에 있었습니다. 머리는 산발하고, 옷은 누더기고, 저를 쳐다보는데 엄청 놀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원래 스님이었는데 10여 년간 화두참선을 열심히 했었고, 어느 순간 정신이상이 왔다고 합니다.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웃고... 화두를 들다가 잘못하면 상기, 기결이 잘 됩니다. 실제로 8개월 동안 절에 있으면서 스님들을 치료해봤는데 상기증상과 기결증상, 그리고 냉증이 많았습니다. 추운 곳에서 수행을 하다 보니 몸에 찬 기운이 많이 들어와서 냉증이 많더군요. 스님들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한 가지 생각을 너무 오래하면 머리가 돌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까 기를 느껴봤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나중에 단전호흡도 했습니다. 어디 가서 배워서 한 것이 아니고 그냥 때때로 시간 날 때 의자에 앉은 상태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상기 증상과 기체 증상이 생겼습니다. 위장의 통증이 심해지고 제대로 앉아있지 못 했습니다. 나중에 병원에 가서 위내시경까지 했는데 위장은 아주 깨끗했고 아무 이상이 없지만 저는 고통이 심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한약도 먹고 했는데 조금 나아졌지만 그 이후 조금만 단전호흡을 해도 통증이 심해지고 상기증상이 도졌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는데, 이겨낸 방법이 헌배와 침 덕분에 어느 정도 나아졌습니다.
(4)우, 우즉기폐색(근심하면 기가 막힌다), 우상폐
근심과 걱정은 기의 순행을 막아서 폐색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기가 폐색되면 폐와 비를 상한다고 하였으니 근심, 걱정 등의 감정적 갈등은 호흡 기능과 소화기능을 해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불안과 불면증상이 오고 위장병도 오게 됩니다.
현대인 중에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습니다. 가만히 보면 끊임없이 계속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우울한 마음은 소화불량을 생기게 하고 위염이나 역류식도염도 생기게 합니다. 위산이 넘어오는 식도염은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도 있고 목이 따끔따끔하며 기침도 나옵니다. 이런 우울증을 이기려면 어떻게 할까요?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즉 바쁘면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출가한 스님들은 처음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만 한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딴 생각, 잡생각, 망상을 못하게 하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도 안하고 모든 것이 귀찮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운동도 하거나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것도 좋고 또는 바쁘게 일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앞에서 말한 헌배가 좋습니다. 헌배는 운동도 되고 기도도 됩니다. 그러면서 한약이나 양약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5)비, 비즉기소(슬퍼하면 기가 소진된다.), 비상폐
슬픈 감정은 기가 가슴속에 막혀 흩어지지 못하게 하고 열기로 변하게 하여 소실되면서 폐와 심장의 두 장기를 모두 상하게 합니다. 슬픔은 희망이나 목적을 상실했을 때 생기며, 그 정도는 상실한 것의 가치와 관련됩니다. 자신에게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슬픔은 더 크게 됩니다.
슬픔이 너무 크면 눈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식을 잃은 부모님 중에는 장님이 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제가 예전에 서당에서 논어를 배울 때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입니다. 西河之痛은 서하에서의 아픔이란 말로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서하에 있을 때 자식을 잃고 너무 슬피 운 나머지 눈이 멀었다는 고사에서 딴 말입니다. 상명지통이라고도 합니다. 공자의 뛰어난 제자 공문십철의 한 사람인 자하는 논어에도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로 학문이 깊었습니다. 자하가 자식의 상을 당한 뒤 너무 슬퍼하다가 그만 시력을 잃었습니다. 공자의 제자 증자가 문상하러 갔습니다. 그때 자하가 울며 하늘에게 죄가 없다고 하자 증자가 꾸짖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공자로 생각도 가만있었고, 부모가 가셨을 때보다 더 애통해했고, 아들 죽었다고 시력까지 잃었으니 큰 죄를 지었다는 것입니다.
(6)공, 공즉기하(두려워하면 기가 내려간다), 공상신
두려운 마음이 있으면 기가 아래로 처져 갇히게 되고 위로 오르지 못하게 됩니다. 두려운 감정은 오장 중 생식기와 내분비기능을 주관하는 신장을 상하게 합니다. 또 두려움은 심장을 상한다고 하였으며, 신이 상하면 역시 두려움이 떠나지 않는 다고 하였고, 혈이 부족하거나 간이 긴장하여도 두려움이 그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공포는 도망갈 수 없는 경우를 빠져나오려고 하는 심리상태이며, 또 정신이 극도로 긴장하여 겁을 내고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황제내경>에 “공포를 제거하지 않으면 정이 손상된다. 정이 손상되면 뼈가 약해져 자주 유정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개들을 보면 긴장하거나 두려움에 떨면 오줌을 싸거나 대변을 보는 경우를 봅니다. 어릴 적 생각해 보면 무서운 꿈을 꾸거나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면 이불에 오줌을 싼 경험을 있을 것입니다. 지나친 공포는 장기를 해쳐 정력을 약하게 만듭니다. 신장은 뼈를 맡고 있고 정을 간직하므로, 공포로 신장이 손상되면 당연히 뼈가 약해지고 자주 유정을 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갑자기 위협을 받아 공포를 느끼게 되면 정신이상이나 유정, 음위, 야뇨증, 설사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을 임상에서 흔히 보게 됩니다.
(7)경, 경즉기란(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진다.), 경상신
크게 놀라면 기는 흩어져서 순행의 질서가 무너지며 심장도 의지할 바를 잃고 산란해져 올바른 판단이나 생각을 못하게 되므로 온몸의 힘이 쑥 빠지며 심신이 모두 혼란해 지는 것입니다. 놀람의 감정은 오장 중 신장이 주관하므로, 과도하게 놀라거나 하면 역시 신장에 병변을 초래합니다. 놀람은 뜻밖의 비상사태를 만나 정신이 극도로 긴장한 심리상태입니다. 예컨대 갑자기 굉음을 들었다든가, 우연히 이상한 물건을 보았다든가, 갑자기 위기에 처했을 경우 등입니다. 갑자기 놀라는 경우, 심장은 두근거리고 신경이 정착할 곳이 없으며 의심이나 걱정 또는 불안과 같은 기가 흐트러지는 상태가 됩니다.
이상과 같이 칠정이 너무 지나치거나 편협한 감정의 지속 또는 빈번한 충격 등 모든 정서의 불안정은 일차적으로 각기 소속된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되며, 오장 기능의 이상항진이나 저하 등 육체적인 이변은 그것이 곧 감정상의 불안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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