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이면 멸치축제로 들썩이는 부산의 '기장'을 기억하는가. 세련된 해운대에서 차량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 기장 연화리를 찾았다. 바다를 앞에 두고 사이좋게 자리한 20여 개의 해물촌이 반긴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바다의 고장 부산. 기장 연화리로 향하기 전 여름 맞이 특집으로 부산을 한 바퀴 살펴보자.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던 낙동정맥은 부산 다대포 몰운대에 이르러 몸을 숨긴다. 부산 금정산(802m)도 낙동정맥을 잇는 산줄기. 한반도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해 동해와 남해 모두를 품은 부산에서 산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바다가 먼저다. 여름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름의 고장, 부산
그래서일까. 부산에서 내로라는 공간도 바다를 품은 곳이 많다. 해운대와 광안리, 남포동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깡통시장 모두 부산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운대는 부산 바다의 대표주자. 어떻게 그의 인기를 표현할 수 있을까. 파라솔과 사람들로 꽉 찬 피서철 해운대 모래사장을 한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으리라. 강력한 비키니 부대에 태닝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합세한 여름 해운대는 그야말로 '핫' 하다.
기장 연화리에서 바라본 대변항 등대
그렇다고 부산에 해운대만 있는 건 아니다. 낙동정맥의 종점, 다대포를 시작으로 송도·태종대·광안리·송정·일광·임랑 해수욕장이 남해에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동해로 이어진다. 해운대를 지나 북쪽으로 커브를 틀며 부산의 동해안이 시작된다. 부산의 바다가 남해에서 동해로 바뀌고 처음 닿는 곳이 송정 해수욕장이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함께 해운대구에 속해있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송정에서 계속 북쪽으로, 동해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일광 해수욕장과 임랑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모두 부산 소속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공간. 지난 1995년 부산광역시에 편입된 기장군에 속한다. 기장은 동해안을 따라 부산으로 내려올 때 만나는 첫 관문이다. 울산과 부산의 가운데 즈음이다. 매년 봄이면 멸치축제로 들썩이는 대변항이 기장에 있다. 멸치뿐이랴, 기장은 미역·다시마로도 유명하다. 미역은 물살이 거친 연안에서 더 잘 자란다고. 기장 앞바다가 그렇다. 또 봄과 가을이면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멸치가 몰려드는 이유다.
풋풋하고 소박한 어촌 마을, 기장 연화리
멸치로 유명한 기장에 멸치배가 들어왔다. 멸치털이 장면. 매년 봄이면 멸치축제가 펼쳐지는 기장. 멸치와 미역이 유명하다 기장 대변항 풍경. 바다를 따라 연화리로 이어진다
오늘의 목적지는 기장의 연화리 해물촌. 대변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어 대변항 구경까지 더할 수 있다. 해운대에서 181번 버스나 택시를 타면 된다. 40분 가량 걸린다. 택시비는 1만원이 넘지 않는다. 달맞이 고개를 지나 동해를 따라 기장으로 올라선다. 해동 용궁사를 지나 동해를 따라 올라가면 먼저 연화리와 닿는다.
자갈치 시장의 꼼장어 포장마차촌도 있고 해운대 근처의 청사포 회거리도 품은 바다의 고장에서 신선한 회를 실컷 맛볼 곳이란, 정말 많다. 그런데 왜 기장까지 왔느냐. 부산의 중심에서 떨어진 만큼 수수한 바닷가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찾는 이들이 많아 전 지역이 '관광화'된 해안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풋풋하고 수수하다. 날 것 그대로의 어촌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더해진다.
20여개의 포장마차가 모여있는 해물촌 풍경. 전직 해녀 손큰할매가 튼실한 홍삼을 자랑한다. 10명도 먹을 수 있는 홍삼 3만원
기장 연화리에 들어서면 대변항과 마주한 곳에 해안을 따라 23개(2012년 6월)의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다. 어린 시절 간이 욕조(?)로 쓰던 빨간 고무 대야에 낙지부터 성게, 멍게, 개불, 참소라, 뱃고동, 전복 등이 가득 들어 있다. 싱싱한 해산물에 절로 침이 고인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포장마차들이 제법 운치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갈까. 애주가라면 절대 그냥 지나가지 못하리라. 애주가는 아니라도 분위기에 취해 걸음을 멈추게 된다.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 한잔, 그리고 전복죽
기장 연화리 해물촌 풍경
"가격이 어떻게 해요?"
해물 모듬 3만원, 전복죽은 1인분에 1만원이다. 둘이 왔다면 해물 모둠에 소주 한잔 하면서 전복죽을 기다리는 게 코스다.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탁자 몇 개가 놓여 있다. 비닐 창문으로 기장 앞바다가 펼쳐진다. 푸릇한 바다에 한번, 짭조름한 바다 냄새에 한번 싱싱한 해물 맛도 보기 전에 흥이 난다.
기장 연화리 해물촌의 투톱 중 하나, 성게알부터 멍게, 낙지, 개불 등의 싱싱한 해물
23개의 포장마차(막)에 2명의 주인장이 있다.
<오메가메>
주인장은 "여만 해도 해녀가 30명은 된다"며 "여름에는 낙지를 많이 찾더라고, 피조개도 별미지"라고 덧붙인다. 전직 해녀인 주인장은 물질해서 버는 돈을 '저승가서 벌어오는 돈'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고되다는 뜻이리라. 이 포장마차 주인장들 중에는 현역 해녀들도 제법 있다. 해물들은 자연산이 많지만 전복은 그 양을 다 감당할 수가 없어 양식을 주로 쓴단다. 그래도 내장까지 탈탈 털어넣은 녹색 전복죽은 고소하기만 하다.
바다를 뒤에 둔 해물촌 맞은편에는 가자미 등 말린 생선을 파는 전직 해녀 아지매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공동작업을 한다고 하면 전직 해녀 아지매들이 단체로 물질에 나선단다. 온몸 구석구석 깊게 자리한 해녀의 주름살 사이로 파고들 짠물은 얼마나 더 남았을까.
여름 피서철이 되면 찾는 이들이 많다. 부산 사람들이 조용히 한잔하고 싶을 때 찾는 연화리 해물촌. 워낙 구석구석 다니는 관광객들이 늘어난 덕분에 외지에서도 찾는 이들이 제법 있다. 7시 반에는 와야 입장 가능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도 사용할 수 없다. 현금만 가능하다.
기장 연화리 해물촌의 투톱, 해산물과 전복죽 싱싱한 해산물, 양념을 찍지 않아도 달다
둘이서 해물에 전복죽, 소주 한잔 더한다면 5~6만원 정도 필요하다. 문제는 눈앞에 펼쳐진 바다 때문인지, 달달한 해물 때문인지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는 점. 시원한 바닷바람에 한잔, 달달한 해물에 한잔 신선이 부럽지 않다.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은 휴무다. 30여 년 만에 처음 찾은 그 날이 연화리 해물촌 휴무였던 사람, 여기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해두자.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부산IC→구서IC에서 우측→번영로에서 우측→수영강변대로(석대사거리 좌회전)→반송로(기장방면 직진)→기장
남해고속도로→덕천IC→만덕로(만덕/미남/내성교차로)→충렬로(안락교차로에서 좌회전)→반송로(기장방면 직진)→기장
* 대중교통
부산역 앞에서 1003번 버스 승차→해운대 하차, 181번 승차→연화리(또는 대변항
하차)
2.숙소
기장 대변항과 연화리 근처에 숙소가 제법 있다. 피서철에는 7시반까지 해물촌에 입성만 하면 나가는 시간은 약간 여유가 있다하니 숙소를 잡고 마음 편히 한잔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기장
그랜드모텔 기장읍 대변리 051-724-9201
나포리비치모텔 기장읍 연화리 051-722-7727
조선모텔 기장읍 연화리 051-721-3700
신데렐라여관 기장읍 연화리 051-722-7141
**해운대
웨스틴 조선호텔 051-749-7000
파라다이스 호텔 051-743-2121
토요코인 부산 해운대 051-256-1045
송정관광호텔 051-702-7766
3.맛집
23개의 포장마차가 모여있는 기장 연화리 해물촌에서는 어느 집을 들어가도 좋다. 맘씨 좋아보이는 주인장에게 "많이 달라" 한마디 하고 들어서보자. 해물촌 앞 도로에는 번듯한 건물에 들어선 횟집들도 제법 있다. 연화리에서 도보로 20분 정도면 닿는 대변항에서 멸치회를 맛보는 것도 괜찮다. 보드라운 봄멸치 아니라고 괄시말자. 새콤매콤하게 무쳐낸 멸치회는 언제 맛보아도 별미다.
왕돼지국밥 돼지국밥, 순대, 밀면 051-742-1212
24시 부산왕돼지국밥 돼지국밥 051-746-6885
청사포 수민이네 회, 조개구이 051-701-7661
속시원한 대구탕 대구탕 대구탕 051-747-1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