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항아리에 거지가 들어있다. 채우고 채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빈 허공에 구멍이 뚫려 존재가 공허하다.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바라는가? 그래서 깨달음이 필요하고 그래서 기도가 필요한 것. 내 자리에 앉아 마음의 기도를 드린다. 무엇을 구하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를 버리는 기도. 내 항아리엔 무엇이 있는가? 빈 항아리가 놓여있다. 비어야 채울 수 있다고 매일 삶을 비워보지만 비우면 또 들어가는 욕망의 덩어리가 있다. 아늑한 탐닉에 빠져 삶을 던지고 싶은 소망. 그것이라도 있으니 삶을 살아간다. 매일 한 끼의 밥을 먹으며 남은 삶을 유지한다. 이것이라도 있으니 그저 감사하다. 이것까지 버리면 그나마 연기가 되어버릴 것. 마지막까지 잡고 있는 인연의 한 조각. 그것이 삶을 지탱한다. 그것으로 삶을 살아간다. 그것까지 놓아버릴 땐, 삶이 끝나는 것이다.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돌아갈 때 돌아가더라도 아직은 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