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7월10일
가시연꽃이 왔어요
밤새 내린 비로 금호강 주변의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잠수교가 잠겨서 도로를 통제한다는 안전안내문자도 온다. 경산은 홍수 피해가 적은 고장인데 올해는 많이 내리고 있다. 밤새 동자못은 어떤지 걱정이 되어 아침마다 나가보고 있다. 가시연잎이 커다란 방석을 펼쳐놓고 연못 가장자리로 밀려와서 앉아 있다. 가시연잎이 동자못에 가득하다. 올해도 가시연꽃을 볼 수 있을까?
연잎이 물 아래 가라앉아 있다. 어릿어릿 비치는 연초록 연잎과 동그랗게 퍼지는 빗방울이 어우러진 비 내리는 연못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이 자식뿐일까? 자연이 빚어놓은 풍경 앞에서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숨이 멎고 가슴은 뛰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순간이 있다. 물론 눈에 담긴 풍경만큼은 못 하지만, 이미 내 마음에 들어온 단 하나의 풍경 사진이다. 카메라에 담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나의 마음인지 모른다.
늦은 저녁에 우산을 챙겨 들고 연지못으로 나갔다. 아파트 뒷문을 통해서 마을 쪽으로 가다가 전화를 받았다. ‘언니 운동가세요?’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에게 딱 걸렸다. 반가운 마음에 기다렸다가 함께 걸었다. 바람도 시원하고 연꽃도 빗물로 목욕해서 말갛다.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연지못을 두 바퀴를 걸었다. 얼마 전에 제초기로 풀을 베었는데 벌써 수북하게 자랐다. 시골집 텃밭의 풀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름은 모든 것이 성장하는 푸른 계절이다.
벌써 머리 염색할 때가 되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눈길이 간다. 지난달에는 너무 더워서 해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힘이 들 것 같아서 미용실에서 했다. 오늘은 바람도 시원하고 염색약도 사다 놓은 것이 서너 개 되어 남편에게 부탁했다. 여자인 나보다 더 섬세한 성격인 남편 덕분에 염색을 편안하게 한다. 긴 머리를 염색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닌데 말이다. 이제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