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의 57번째 생일 입니다.
어제는 월요일로 저에게는 일주일 중 가장 여유가 있는 날인데, 딱 날 잡아 온 종일 시간에 쫓겨 자정을 코앞에 두고 늦은 귀가를 하였습니다. 예년 같으면 늘 저 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 하는 아내가 볼 수 있도록 식탁위에 가만히 놓아두었던 예쁜 생일 카드 한 장, 축하 꽃 한 송이, 마음으로 고른 책 한 권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지인 결혼식장에서 답례품으로 받은 제주도 돌미역으로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6시 50분 예약 했습니다. 이렇게 끓인 미역국 이어서 인지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고향이 대한민국 최고 품질 미역 생산지 진도(珍島)라 늘 익숙한 맛과 너무 차이 났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좋아하는 치즈케잌 하나는 샀지만 냉장 보관이라 이마져 식탁위에 올려 둘 수 없어 생일날 첫 아침이 너무 썰렁 할 것 같아, 쓰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내 삶을 변명하는 글이 되어버린 생일 축하 편지 한통을 올려놓고, 생일 아침 밥상이라도 차려 주자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눈을 뜨자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목욕탕에서는 아내의 헤어드라이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침 식사시간이라, 이미 아침 식탁이 차려진 줄 알고 당황 한 채 부엌으로 나갔으나 다행히 빈 식탁이라 아내의 생일날 아침밥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치즈케잌에 촛불을 켜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 생일 축하 합니다 > 한마디 건네고 아내의 눈치를 보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집 떠나 사는 딸의 엄마 생신 축하 전화 이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함이 담긴 아내 생일 아침 식사를 끝내고, 치즈케잌을 잘라 한 조각씩 맛을 보며 아내가 ‘ 고맙다 ’ 말을 전했습니다.
아내의 바쁜 아침 탓에 늘 하는 아침 설거지를 하는데, 아내가 뒤에서 돌아보랍니다. 몸을 돌리자 다가서며 한번 안아 달라 했습니다. 평소에 아내답지 않은 행동이라 조금은 무안하며 쑥스러운 포옹을 한 아내의 57번째 생일 입니다.
제가 늘 달고 사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를 말하지 못한 채 < 생일을 축하 합니다 > 한마디로 끝낸 아내의 생일 입니다.
첫댓글 무상초님 멋진 남편이세요!! 사모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사모님의 생일을~~
오성히, 시골훈장(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