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슬픔을 삼키며
소생은 53기 해사생도와 3척의 승조원 600여 명과 함께 동남아 9개국을 순항훈련한 명예 해군으로서,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북받치는 분노와 슬픔과 가슴을 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순항훈련분대는 모함인 4천톤급의 대청함과 1천2백톤급의 서울함, 인천함이었는데, 민간인으로 훈련에 참가한 소설가인 소생과 방송작가, 국방일보 기자와 사진기자 등 4명은 주로 모함에서 근무했지만, 서울함과 인천함에도 2주일간씩 승함하여 근무했었습니다. 이번에 침몰한 천안함 역시 같은 톤급의 초계함으로 그 구조도 같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생은 더 안타깝습니다.
작전 중인 해군은 하루 4끼의 식사를 합니다. 아침은 7시, 점심은 12시, 저녁은 17시인데, 돌을 먹어도 삭힐 한창 젊은이들이 다음날 7시까지 빈속으로 근무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밤 9시에 야식을 먹습니다. 함상근무는 가만 앉아 있어도 롤링과 피칭으로 몸을 흔들어 주기 때문에 소화가 더욱 잘 된답니다.
천안함 승조원들이 그날 밤 9시에 먹은 야식은 구수한 국물에 쫄깃한 수제비였다고 합니다. 야식을 먹고 마-악 휴식을 취하려던 순간에 경천동지할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샤워장과 화장실에서 많은 시신이 발견된 것이 이해가 됩니다.
우리는, 특히 문학을 추구하는 문인이라면 이번 사변(事變)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됩니다. 저들의 고귀한 희생을 문학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무언의 책임이 우리 문인에게 있다고 소생은 생각합니다.
소생이 순항훈련분대에 종군작가로 참관했을 때, 사관생도들과 승조원 장병들이 9개국의 기항지마다 탐방한 경험과 소감을 시와 산문으로 받아 심사하여, <바다와 함께한88일>이라는 책으로 엮어 냈습니다. 그 책에 소생이 ‘권두시’를 썼습니다.
나이 53세에 3개월간 해군생활을 했던 그 때를 회상하며 졸작 권두시 <태초의 바다>를 영원한 해군인 47위의 호국 영령들에게 바칩니다.
태초의 바다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바다가 있었다.
바다는
영원한 태초이다.
바다는 정복되지 않는다.
오로지 무한한 품을 열어
우주 만물을
받아 안을 뿐이다.
바다는 꿈을 가진 자만을
위하여 품을 연다.
대한의 해군은 가이없는
바다의 품에서
무한의 꿈을 이룬다.
대한의 해군이여!
나가자
오대양 육대주로!
첫댓글 태초의 바다

멋집니다 
이런 슬픈 일이 없었다면 망망대해에서 꿈을 꾸고 한참 미래설계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젊은이들이었겠지요.
가슴이 아픕니다. 이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용맹스러운 해군이셨군요. 그시절 육군으로서 해군만 보면 도망 치려는 그세월이 기억납니다.
소생은 오늘 아침에 나름대로 각 부처에 바라는 당부의 전화를 했습니다. 모두가 우리일이니까요.
선배님이 씩씩한 해군 용사 인지는 이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태초의 바다 잘감상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