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절을 맞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도심은 노동자들의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노동자·장애인·이주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 종로3가 인근에서는 행진을 막기 위해 횡렬 주차된 경찰버스가 일부 파손되기도 했다. 이날 종각역 사거리 등 도로 곳곳은 노동절대회 참가자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노동시장 구조개악 멈춰라”고 요구했다.
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계노동절대회에는 5만여명이 참석했다. 기온은 섭씨 26도까지 올라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뜨거운 날씨 탓에 참가자들의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5월과 6월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며 “힘차게 진군하자”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힘들어 못살겠다 박근혜 정권 멈춰라”고 호응했다. “노동자 서민 다 죽이는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자”는 격한 구호도 등장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료 공공성 쟁취하자”
서비스연맹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정문 앞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신세계그룹의 인권침해와 노조 탄압을 규탄했다. 백화점·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노란 풍선을 연신 흔들며 이마트노조에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강규혁 연맹 위원장은 “이마트의 노조탄압이 끊이지 않아 지난해 노동절에 이어 올해도 또 오게 됐다”며 “이마트가 노조탄압과 인권침해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연맹의 모든 힘을 동원해 신세계그룹과 한판 전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는 직원 출퇴근시 몸이나 소지품을 수색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해 논란이 됐다. 연맹 소속 이마트노조는 기업별노조인 전국이마트노조가 노사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은 "이마트가 올해 1분기 동안 1천6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마트에서 근무하는 사원들은 10년 동안 고작 시급이 1천570원 올랐다"며 "노동자들이 행동하지 않으면 조금도 변하지 않는 만큼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파란 앞치마를 입은 서비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진숙 홈플러스노조 서울본부장을 응원했다. 김 본부장은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오르면 좋고 안 오르면 아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최저임금이 안 올라 대형마트에 일하면서도 투잡을 뛰거나 월세 부담으로 반지하방으로 이사가게 될 수도 있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실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지키자 공공성, 멈추자 박근혜 정권”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9일째 파업을 이어 가고 있는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의 박경득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의 성과급제가 의료공공성을 만신창이로 만들 것”이라며 “국립대병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하자”
이날 대회는 연대의 장이었다. 장애인·이주노동자는 물론 한국노총에서 이병균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이병균 사무총장은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의 연대 메시지를 담아 투쟁인사를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 총장은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함께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며 “그로 인한 혼란의 모든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양대노총이 두 손을 잡고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참가자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각종 지침과 매뉴얼·가이드라인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양대 노총은 총파업 투쟁으로 저지할 것”이라며 “정치권이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대한) 정부의 도발을 막지 못한다면 정치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공동결의문을 통해 밝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이날 대회에 참석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큰절도 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피해자 가족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고통을 함께 나눴다”며 “가족협의회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이고 민주노총도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16개 산별연맹 대표자들은 무대에 올라 투쟁결의를 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공무원연금 개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규칙과 시행령을 바꿔 개별 사업장 단체협약을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위원장은 “우리 회사 임단협을 지켜 냈다고 안도하고, 다른 회사 노조탄압에 눈을 감는다면 노동자들은 절대 박근혜 정부를 이길 수 없다”며 “5월과 6월 노동자 투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고, 부패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 힘차게 진군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