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는 태균이과 준이 모두 한달간 센터를 쉬기로 해서 어제부터 가지 않았습니다. 한달간의 휴원을 결정한 배경은 2월의 여러가지 바쁜 스켸쥴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는 영흥도도 다녀와야 하고 돌아오는 길이 작년이 왔던 진이가 또다시 제주도엘 온다하니 세 녀석데리고 신나고도 보람찬 특별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합니다.
어제는 준이의 장애등록 연장을 위한 제주대학 병원 정신과 진료가 있었습니다. 이미 등록연장 기간이 지나버려서 애태우던 차였는데 다행히 진료의사가 사안의 급박성을 인지해 주어서 바로 지적레벨 검사 배정을 해주었습니다. 진료와 1시간 정도 간격이 있기는 했지만 진료당일 임상심리사 검사까지 마쳤으니 제주도니까 가능한 일이겠지요.
일전에 태균이를 검사해주었던 바로 그 임상심리사가 또다시 준이를 하게되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둘째까지 지적장애? 아니 이럴 수가? 하는 표정입니다. 저번에 태균이 했던 것처럼 준이데리고 따로 검사하러 들어가고 저한테는 저번처럼 설문지가 주어집니다. 참으로 난감한 설문지 답변들... 준이의 9세 전의 상황과 교육내용을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준이 부모 그 누구도 준이에 대해 어떤 정보를 준 적은 없습니다.
준이가 2014년 1월에 제게 왔을 때 기억나는 두 가지. 아직도 자다가 소변을 지린다며 방수포를 보내왔고, 돌봐줄 사람이 없어 무턱대고 자란 머리카락이 거의 야생아동 수준인데 주변에 눈길 하나 안주고 앞만 보고 걷는지라 시크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집떠나 왔다는 것도,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도, 부모를 떠나왔다는 것도, 그 어떤 것에도 아무런 느낌없이 새롭고도 낯선 환경에 아무런 감정을 싣지않는 녀석의 무심함에 좀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준이와의 기억은 다 자란 9살 때부터 였으니 준이의 어릴 적 성장을 묻는 항목은 어떤 답변도 할 수가 없습니다.
태균이 검사할 때는 임상심리사가 그래도 30분 정도는 붙잡고 이것저것 수행을 했는데 준이는 10분도 안되서 임상심리사가 제게 달려왔습니다. 태균이를 빨리 끝내게 된 것은 임상심리사의 몇 가지 요구사항들을 이해할 수 없어 수행이 안되는 것이었다면, 준이는 무작정 거부를 하고 안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준이는 우리세상발달학교 다닐 때도 학습 좀 시키려고 하면 거부가 아주 심한 편이었습니다. 준이는 한글도 잘 쓰고, 읽고, 산수도 어느정도하지만 상당부분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준이정도의 감각문제라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몸쓰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주었다면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 경증이냐 중증이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발달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갔느냐만이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 아이가 경증이라고 판단되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님들이 중증아이 앞에서 우월감을 갖기도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인 것이 결국에는 다 똑같아지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종류만 조금 다를 뿐 각 문제의 깊이와 해결의 어려움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계에서는 모든 치료와 개선의 중점을 '문제행동 최소화하기' 그리고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기'에 두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와의 전쟁은 강도나 길이나 고난이란 면에서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준이는 '문제행동 최소화'하기는 어느정도 달성해 가고 있으나 '타인을 통해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기'는 잘 되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스스로 독학하는 기질이 강하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기 진료때문에 온양 진료실을 들어가려고 하기도 하고 준이의 진료를 일일이 참견하는 태균이가 우습기는 하지만, 두 녀석의 차후 서류를 위한 작업은 잘 마쳤습니다. 준이에 대한 평가도 결국 상당부분 저의 진술에 의존해서 작성되겠지요. 2년 전 장애등록 연장 때는 제가 병원예약만 해주고 준이아빠가 직접 진행했는데 이제는 저의 할당입니다.
오늘은 태균이 도예하는 날인데 제주도에는 엄청난 눈이 내려 도예선생이 출근을 못하는 바람에 생략되고, 덕분에 눈구경은 지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눈이 뿌려대니 풍경은 아주 좋습니다.
내일은 목포행 배를 타고 영흥도로 향합니다. 집관리가 하도 안되서 싸게 임대를 내놨더니 바로 계약자가 나타나서 이번 주말 정식계약차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진이까지 데리고 오려고 합니다. 세 녀석 끼니 해결해주는 것부터 제주도 이 곳 저 곳 끌고 다녀야 하니 2월은 엄청 바쁠 듯 합니다.
일주일간 집 비워야하니 제주민속촌 전 직장상사에게 사과 한박스 전할 겸 민속촌들렸더니 폭설의 흔적들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 와중에도 관광객들이 있으니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어떤 날씨라도 추억인 듯 합니다!
첫댓글 아, 바쁘십니다. 용인도 영흥도도 정리하시느라 고생하셨겠군요.
일정이 순조롭길 빕니다.🥀
제주 눈풍경 너무 좋으네요~
제주도서 살고픕니다^^
대표님 말씀에 깊은공감입니다 몸쓰는 활동 지금고1됐는데 보는사람마다 순하다 착하다 합니다
대표님 글보며 운동 많이 시켰었어요 현재도요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순 없지만 주위 아이들 10년째 알고 지내는데 운동 꾸준히 한 아이들은 다르더라고요 요즘은 제가 어린자녀 엄마들에게 운동 꼭 시키라고 전파하고 다녀요^^
추운날씨 건강 챙기며 잘 지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