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봉(1,212m), 북설악 주봉이다
깨끗한 돌은 누워 베개 삼을 만하고 白石臥可枕
푸른 담쟁이덩굴 붙잡을 만하다 靑蘿行可攀
마음 속에 득의함이 있어 意中如有得
종일토록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盡日不欲還
――― 백거이(白居易), 『가을 산(秋山)』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9월 20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버들, 자연, 모닥불, 다훤,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상고대,
사계, 백작, 승연,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7시간 40분
▶ 산행거리 : 도상 6.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20 –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桃院里) 도원저수지 위, 산행시작
10 : 27 – 630m봉, 암릉
11 : 28 – 점심
12 : 00 – 암릉
12 : 50 – 970m봉
13 : 50 – 안부, 하산
14 : 05 – 너덜지대
16 : 00 –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新坪里) 화암사(禾巖寺) 앞, 산행종료
1. 마가목, 신선봉 가는 도중의 암릉 주변에서
경춘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려 동홍천IC에서 빠져나오고 으레 화양강휴게소에 들린다. 화양
강 강줄기 멀리 산첩첩 골안개 휘도는 원경이렷다 이 가을날 설악산을 간다는 건 분명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신남 지나기 전부터던가, 국도변 양쪽에 만발한 코스모스는 가을의 정취를 느
끼기 보다는 계절이 또 바뀌어 가슴 한 켠 스산해짐을 느낀다.
한계리, 남교리, 용대리, 구만동, 미시령 ……. 조건반사적으로 설악산 헤집었던 들머리와 날
머리로만 낯익다. 미시령터널 빠져나오자 차창 밖 울산바위가 말쑥하면서도 준수하고 현란한
모습이다. 우리가 울산바위를 언제까지 저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좀처럼 생각하기 쉽지 않은
주걱봉 북릉도 오르지 않았던가? 울산바위 종주는 장비마련 등의 사유로 어렵다고 치더라도
환주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에 대한 진지한 공론이 있었다. 다만, 내실을 기하려니 시기의
선정이 문제로 남았다.
오지산행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산꾼이라면 오늘 우리의 산행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충분
히 예상하였으리라고 본다. 그렇다. 다목적산행이다. 송이나 능이, 개암버섯도 좋다, 그리고
마가목 열매 구경 겸한 수확이다. 설악경관은 오늘만큼은 부수다. 도원저수지 위쪽으로 간다.
향도원리 ┤자 갈림길에서 직진은 대간령으로 가고 우리는 왼쪽 옥계반석 가로지르는 다리 건
너 멈춘다.
등로는 잘 가꾼 참나무와 소나무 숲속 군인의 길이다. 타이어계단 통통 올라 참호 지나고 교통
호 넘는다. 버섯대형 펼쳐서 간다. 산구절초, 며느리밥풀꽃, 솔체꽃 눈 맞추다보니 아무 생각
없이 풀숲을 누비고 있다. 평탄하던 숲길 군인의 길이 끝나고 신선봉 도원능선 긴 오르막이 이
어진다. 이때는 가을 아닌 한여름이다.
땅 속 철하도록 안광을 쏟았으나 번번이 빈 눈이라 그만 거두고, 등로라고 희미한 인적 붙들어
오르는데 가은 님이 대물 송이를 캤다는 전언이 들리기에 어서 보자하고 그 먼 오르막을 대번
에 따라 붙어 현장에 송이를 원래대로 다시 심게 하여 이런 모양 이렇게 있구나 공부한다. 등
로 옆에 있었다. 아부라백작 님이 바로 발밑에 두고도 송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맞다. 애먼 사
면 풀숲을 뒤질 일이 아니다. 아부라백작 님 뒤를 쫓아 그의 발밑이나 살필 일이다. 수주대토
(守株待兎)일까?
노송 암릉 비집은 630m봉에 오르고 등로 상태는 일변한다. 암릉이거나 잡목숲이 우거졌다.
인적은 가려내지 못하겠다. 가슴께 크기의 잡목인데 그 가지는 가늘어도 엄청 억세다. 철사보
다 더 세다. 더구나 앞뒤 안전거리 유지해야 하니 잡목숲 뚫는 앞사람의 덕을 조금도 볼 수 없
다. 멀리서 볼 때는 한달음이면 다다를 것 같은 밋밋한 초원이 다가가면 무시무시한 잡목숲이
다.
잠깐 맨 땅 드러나 이만한 공터 놓칠세라 이르지만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고투는 계속된
다. 암릉이 지나기 훨씬 수월하다. 아울러 바위 매만지는 손맛 본다. ┤자 능선 분기봉인 960
m봉. 암봉이다. 비로소 신선봉 오르는 길이 풀리고 산행표지기가 보인다. 등로 살짝 벗어나 너
덜 가장자리를 기웃하면 마가목은 우리의 기대 그대로 풍성하다.
2. 설악 가는 길, 화양강휴게소에서
3. 설악 가는 길, 화양강휴게소에서
4. 미시령터널 지나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울산바위
5. 미시령터널 지나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울산바위
6. 송이, 소나무 숲길에서. 가은 님이 수확하였다
7. 솔체꽃(Scabiosa mansenensis), 산토끼꽃과의 두해살이풀. 잎은 마주나고 밑의 잎은 긴
잎자루를 가진 달걀 모양의 타원형이며, 경엽은 깃 모양으로 갈라진다. 8월에 보라색 꽃이 줄
기 끝에 피고, 열매는 긴 타원형의 수과(瘦果)이다. 깊은 산에 나는데 한국의 중부 이북, 중국
의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8. 산구절초(山九折草, Chrysanthemum zawadskii),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9. 운봉산(286.7m)
10. 신선봉 동릉
11. 멀리는 향로봉
12. 신선봉 가는 길
13. 신선봉 동릉
14. 신선봉 가는 중 휴식하다가 이 자리에서 점심까지 먹었다
국립수목원 원장인 이유미 박사의 마가목에 대한 설명이다.
“마가목을 보노라면 소나무와 대나무마저도 속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속인처럼 느껴진
다. 우거진 숲의 높디높은 산꼭대기에서 세상을 아래로 굽어보며 구름을 이고 사는 마가목은,
희고 풍성한 꽃으로 순결한 품성을 드러내다가도 잡다한 빛 한 점 뒤섞지 않고 오직 붉기만 한
열매로 불타는 열정과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며 가지런한 잎사귀는 마치 우주의 조화로움을 가
르치고 있는 듯하다.
세상사에 초연한 채 산 위에 올라서서 자리 잡고 산정을 정복한 이들에게 기쁨이 되어주고, 애
써 만든 열매를 선뜻 산새들의 먹이로 내놓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병들어 죽어가는 이들을 위
해 껍질을 벗어 주기도 한다. 세상의 도리를 깨우치고 초탈하여 산에 묻혀 사는 선인의 모습인
것이다.”
이유미 박사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에서 마가목을 특히 상찬하였다.
어찌 보면 상찬이랄 것도 없다. 사실이 그러하다. 늦은 봄날 하얗게 피었던 산방화서(繖房花
序) 소담스런 꽃이 한 송이 허실함이 없이 알알이 붉은 열매를 맺었다. 이렇게 총총 열매가 달
릴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가목(Sorbus commixta)은 명문인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수 교목이다. 이 나무가 높은 산에
서 사는 것은 다른 나무와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험준하고 척박한 너덜에 터전을
일구고 자라는 모습은 아닌 게 아니라 고고한 품성을 느끼게 한다. 너덜 주변 짙푸른 가을 하
늘을 배경한 마가목의 열매 달린 정경은 참으로 장관이다. 마가목이 해거리하는 것은 그만큼
기운을 다 했기에 이를 보충하려면 적어도 두 해는 필요해서이리라.
마가목은 한자 마아목(馬牙木)에서 유래했다. 마아목은 새싹이 마치 말 이빨과 닮아 붙여진 이
름이다. 마가목은 80여 종에 이르는데 우리가 구분 없이 마가목이라고 부르는 나무 상당수는
중부 이상 지역에서 자라는 당마가목이다. 또한 마가목 변종으로 잔털마가목, 흰털당마가목,
갈색 털이 있는 차빛당마가목, 잎이 넓은 넓은잎마가목 등이 있다. 원산지는 중국이다.
우리 땅에 자라는 마가목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구분하여 가꾸지 못하는 실정에서 한 해
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마가목 종자들이 수천만 개(오기가 아니다. 수천만 개다)에 이른다고 한
다. 서비스 트리(Service tree), 즉 ‘봉사하는 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유렵의 마가목이 있고,
열매가 유난히 붉고 무더기로 달려 오래가는 미국마가목이 있는가 하면, 열매에 흰빛이 나는
중국 원산의 호북마가목도 있다. 서양 마가목들은 대개 우리나라 마가목보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하다고 한다.
마가목은 오래전부터 약용식물로 이용되어 왔다. 종자를 마가자라 하여 처방하는데 익은 열매
를 볕에 말렸다가 물에 달여 복용한다. 볕에 말리지 않고 달이면 풀 냄새가 난다. 이뇨, 진해,
거담, 강장, 지갈 등의 효능이 있어, 신체 허약증을 비롯하여 기침이나 기관지염, 폐결핵, 위염
등에 쓴다. 장기간 복용해야 할 경우, 열매를 술에 담가 반 년 이상 두었다가 매일 아침저녁으
로 조금씩 마시면 피로를 회복시켜 주고, 강정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고 보니 용대리 백담사 셔틀버스 승강장에 이르는 도로변과 서울 여의도 공원에 줄줄이
심은 마가목은 아마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닐 거라는 의심이 부쩍 든다. 그나저나 낮술에 취하
면 제 애비도 몰라본다고 하는데 마가목주 효능 믿어-나에게는 쓸 데 없는 일이기는 하나-아
침으로 마셔도 괜찮을는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15. 신선봉 가는 길, 잡목 숲 뚫기보다는 암릉이 기어 오르내리는 편이 나았다.
16. 신선봉 가는 길, 앞은 모닥불 님
17. 신선봉 정상 주변
18. 신선봉, 오르지도 못하는 판에 안개에 가리기 덜 서운하다
19. 마가목 열매
20. 마가목 열매
21. 마가목
22. 마가목 열매, 술 담그려고 물에 씻어 물기를 빼는 중이다
23. 하산 길 너덜지대
24. 정면의 울산바위가 흐릿하게 보인다
마가목의 열매는 볼수록 탐스럽다. 너덜 높다란 암반에 올라 먼저 관상하고 나서 낭창하게 휘
어진 가지 붙들어 한 번에 한 움큼씩 훑는다. 얼굴도 웃음소리도 온통 붉다. 1시간이 금방 간
다. 신선봉을 오르기에는 이미 늦었다. 하산한다. 신선봉이 구름에 가리기 서운함 던다. 야트
막한 안부로 내리고 지도 자세히 읽어 왼쪽 잡석 깔린 생사면을 지친다. 개척산행이다. 너덜지
대 나오고 암릉 타듯 더러 기어오르고 기어 내린다.
너덜지대 주위 풍경이 가경이다. 천천히 내린다. 신선봉 정상은 점점 먹구름 드리워 내 속을
달랜다. 긴 너덜지대 벗어나자 잡목의 서슬은 눅어졌다. 계류 물소리 들리고 나무숲 그늘에 둘
러앉아 하산시간 조절을 위해 휴식한다. 상고대 님에게 이 빵이 맛있다 저 빵이 더 맛있다 자
꾸 권하는 건 배부르게 하여 이따 삼척 봉포항 회집에서 회를 덜 먹게 하려는 수작이다.
사면 휘저어 그예 인적을 찾아내고 인적 쫓다 산자락 도는 임도와 만나고 활개 펴고 간다. 임
도가 꽤 길다. 계류 교각가설공사장 지나고 둔덕 오르면 화암사 일주문 옆이다. 서둘러 봉포항
으로 간다.
25. 뒤돌아본 신선봉 정상 주변
26. 너덜지대에서 기념사진, 왼쪽부터 대간거사, 아부라백작, 가은, 메아리 대장 ….
27. 뒤돌아본 신선봉 정상 주변
28. 뒤돌아본 신선봉 정상 주변
29. 너덜지대 내리는 중
30. 멀리 뒤는 상봉
31. 뒤돌아본 신선봉 정상 주변
32. 멀리 뒤는 울산바위
33. 하산시간 조절용 휴식
34. 버섯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와 그 주변
첫댓글 설악의 절경과 멋진 미소가 어우러지니 한 폭의 그림입니다
16번 사진 얼굴은 안보이지만 그래도 영희언니인게 확실한 듯 합니다^^
모닥불 님이 맞는데...
@악수 영희 언니가 맞슴돠0
년식이 눈과 지혜를 어둡게도 하지요
지가 요즈음 그리되는 것 같아 걱정임다.
글구 마가목 따 온것을 보란 듯이 자랑하듯이
나열하시면.. 안되지여 도덕군자께서 ㅎ
다시봐도 사진이 실물보다 훨씬 멋집니다.
기술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