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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은 1981년 6월 5일 제정된 법률이다. 그동안 몇 번이나 개정이 되었지만, 이 법의 의거하여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장애 유형은 현재 15가지 유형이다.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지적, 정신, 자폐성,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안면, 장루·요루, 뇌전증 등이다.
유형별로 자신들의 권익과 복지사업을 위한 단체들이 있다. 어떤 유형에서는 단체가 2~3개 있기도 하다. 또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없어 부모 또는 지원자(비장애인)들이 설립한 단체도 있다.
이 가운데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은 본인들이 아니라 가족이나 지원자들이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삶의 질 향상 및 사회통합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지적이나 자폐성 그리고 정신장애인도 가족이나 지원자(비장애인)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돈수 대표. ⓒ이복남
정신장애인 강돈수 씨를 만났다. 강돈수(1980년생) 씨는 현재 부산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부산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관에 의하면 “본 단체의 설립목적은 부산지역 장애인 및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소통하며 소수자 및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정신장애와 정신장애인을 이해하며 사회통합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함에 그 목적이 있다.”라고 한다.
부산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부정자)는 현재 정신장애인, 가족, 비장애인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애인 그리고 비장애인 모두 소통하며 편견을 없애고 정신장애를 이해하고자 설립한 단체이다.
부정자를 설립한 강돈수 대표는 1980년 부산진구 초읍(연지동)에서 태어났다.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아래로 여동생이 한 명 있었다.
불교에서 돈오돈수(頓悟頓修)라는 말이 있는데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돈오돈수는 중국 선종(禪宗)의 육조(六祖) 혜능(慧能)의 가르침에서 시작되어 고려시대 지눌(知訥) 이래 한국불교 수행법의 주류로 이어져 왔다.
강돈수 씨가 본래 이름은 아니고 아들이 심약한 것 같아서 어머니가 불교적인 이름인 강돈수(姜墩受)로 개명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강돈수 씨는 천주교인이다.
강돈수 대표는 어릴 때는 내성적이라 다른 아이들에게 자기의 소신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만한지 강돈수를 때리고 놀렸다. 매일 얻어맞고 오는 손자를 보고 할머니께서 학교에 항의했다.
“담임선생이 제발 말썽을 일으키지 마시라고 할머니를 달래셔서 할머니도 할 수 없이 참았답니다.”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얘기지만 그때는 그랬던 모양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학교 폭력도 그냥 참고 견디었다. 고등학교는 야간학교를 다녔기에 주간에는 제과점에서 빵을 배웠다.
세계 조현병의 날. ⓒ강돈수 제공
군대 갈 나이가 되었다.
“징병검사를 받고 군대에 안 갈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며 억지로 보내셨습니다.”
학교에서의 폭력이 군대라고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25사단에서 훈련을 받고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이등병 시절 참 많이 맞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맞았을까?
“별다른 이유도 없었습니다. 제가 자기들 맘에 안 들었던 게지요.”
말하면 죽인다고 했으나 하도 폭력에 시달려서 일기장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에 폭력 사실을 그대로 다 썼다.
“중대장님이 불러서 이런 거 쓰면 안 된다고 그 일기장을 빡빡 찍었습니다.”
그 후에는 그런 일기장을 썼다고 더 많이 얻어맞았으나 그럭저럭 만기 제대를 했다. 부모님에게 말씀도 드렸지만, 부모님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2002년에 만기 제대를 하고 배운 기술이 있어 제과점에 취업을 했습니다.”
제과점에서 빵을 만들었는데 한 달쯤 되었을 무렵부터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리였을까?
“세상에 알리라는 신의 계시 같았습니다.”
무엇을 알리라는 말일까?
“군대에서 당한 일을 세상에 알리라는 신의 목소리였습니다.”
정신장애인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환청 환각 환시 망상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부모님은 그제야 군에서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시며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 시켰다.
“그 무렵 저를 예뻐하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처음 입원했던 병원에서 주는 약이 저하고 맞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폭발했다. 약물부작용에다 할머니의 죽음까지 악재가 겹쳤다. 그런데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 증세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2006년에 장애인등록을 하고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조현병의 날에. ⓒ강돈수 제공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병원 식당에 조리원으로 취업했다. 말은 조리원이지만 하는 일은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 등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다.
“**병원은 300병상 이상이라 쓰레기양도 엄청났습니다.”
월급도 그런대로 괜찮아서 8년 동안 근무했다.
그런데 왜 그만두었을까?
“음식물 쓰레기양이 엄청나서 쓰레기통을 어깨로 메고 다녔는데 8년쯤 지나니까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을 그만두고 어깨를 치료한 후 2015년부터 직업재활로 동료지원 상담 교육을 받았다. 2016년부터 ‘희망바라기’를 시작했다. ‘희망바라기’는 정신장애인 작가분이 그린 일러스트 굿즈제품을 제작·판매하며, 『찾아가는 동료 지원 상담』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곳이다.
‘희망바라기’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과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질 향상 및 경제적 자립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2018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그러나 동료지원상담 등 직업을 가지면서 월급을 받게 되자 이름은 기초생활수급자지만 지원받는 서비스는 월 6만 원의 장애인수당 외에는 국가로부터 지원 받는 것은 없다고 한다.
동료지원 상담 교육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정신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전략 직무, ‘동료지원가’ 양성” 프로그램인데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에 있는 직업능력개발원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활동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전략 직무로 개발된 ‘동료지원가’란 정신장애인 중 치료와 재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회복을 돕는 사람을 의미한다. 동료 상담, 프로그램 운영, 교육 강사 활동 등을 통해 정신장애인 동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돕고 생활 전반에 도움을 제공하게 된다.
처음에는 10여 명이 집단동료상담을 했으나 집단상담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 현재 집단 상담 프로그램은 시행하지 않고 개별 동료상담 프로그램만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동료상담에서 동료지원가는 객관적인 판단보다 경험에 비춰 조언하는 것이 ‘동료지원가’라고 했다.
부산장애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심볼. ⓒ페이스북에서
동료지원가로 동료 상담을 하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혼자서 어려움을 겪는 정신장애인이 많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2019년 ‘부산정신장애인자립셍활센터’를 설립했다. 스토리공작소 박은희 대표가 운영위원장으로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를 지원하고 있다. 스토리공작소는 문화 콘텐츠를 제작 기획 연출하는 곳으로 주로 인형극을 하고 있다. 박은희 대표는 스토리공작소뿐 아니라 희망바라기 등을 통해서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장자의 강돈수 대표를 비롯하여 박은희 운영위원 등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아직 부산시로부터 비영리민간단체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4월에 서류가 반려되었는데 다시 한 일 년은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비영리민간단체는 기다리면 될 것 같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신장애인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예전의 정신분열병을 현재는 조현병이라고 한다. 조현병(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뇌의 신경 구조의 이상으로 마치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것처럼 혼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는 것이다.
처음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병명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가족들에게서 나왔는데 2011년 3월 대한의사협회가 정신분열병을 조현병(調絃病)으로 개정하기로 하여 「장애인복지법」에서도 개정되었다.
일본에서는 2002년부터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이란 병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홍콩과 대만에서는 `사각실조증(思覺失調症)`이라는 병명을 사용한다고 한다.
조현병이란 우리나라 용어인데 프랑스에서도 한 의사가 한국의 조현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데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
정신분열병이라는 용어가 마땅치 않다고 해서 조현병이라고 바꾸었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조현병의 증상으로는 환각 환청 환시 망상 등인데 약을 먹는 동안에는 그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약은 당사자나 의사에 따라서 하루에 1~3번 복용하는데 강돈수 대표는 하루에 한 번 잠자기 전에만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언론은 물론이고 사회적 인식이 정신장애인은 무서운 사람, 인격이 파탄 난 사람, 나를 해칠 것 같은 사람 등 위험인물로 묘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설사 위험인물이라고 해도 약을 먹는 동안에는 공격성이나 폭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약을 안 먹게 되면 어찌 될까? 거기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강돈수 대표와 박은희 운영위원장. ⓒ강돈수 제공
결혼은 안 했지만 같은 조현병 여자 친구는 있다고 했다. 나이도 있는데 왜 결혼은 안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걸린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여부, 약을 먹고 있어 출산 여부 등등으로 결혼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한 장애인 단체연합회에 가입하려 했으나 정신장애인은 함께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장애인 단체에서도 정신장애는 다른 장애와 차별하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안타까움이자 씁쓸함이다.
강돈수 대표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일본 ‘베델의 집’ 같은 공동체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베델의 집(Bethel`s house)은 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우라카와(浦河)에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작업장, 사무실, 몇몇 자조활동 단체, 카페, 그룹홈, peer consulting 등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일들을 스스로 자기 페이스에 맞춰 진행하며 생활하는 공동체마을이다.
1978년 봄.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갓 졸업한 23살의 사회복지사 무카이야치 이쿠요시(向谷地生良·61)씨가 낡은 교회당에 알코올중독자 자녀들을 위한 토요 학교를 열었는데, 인근 종합병원 정신과에 장기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들이 하나둘 흘러들어 함께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조현병은 하루 아침에 간단히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어쩌면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며 자신의 병을 인정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 놓고 사랑하고 다독이면서 함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가족이나 지역 사회도 그렇게 인정하면서.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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