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강진구 기자 "3차영장은 윤 정권 명운 걸어야"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2023.02.23 08:01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및 차량 취재로 명예훼손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된 <시민언론 더탐사> 공동대표 강진구 기자에 대해 법원이 또다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경찰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강 기자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오후 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재청구에 추가된 혐의를 감안하더라도 피의자에 대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사과정을 통해 확보돼 있는 점,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 그동안의 수사절차 결과, 피의자의 직업이 기자인 점, 법원의 피의자에 대한 심문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 기자는 지난해 12월 27일 <더탐사> 공동대표 최영민 감독과 함께 한 장관 주거지 방문 취재에 대해 공동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법원은 당시에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었다.
검경은 이어 두 달도 되지 않아 강 기자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더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상 면담 강요 등의 혐의를 추가했다. 영장 분량도 12월(35쪽)보다 12쪽이 늘어난 총 47쪽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장 역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 무리하게 청구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검경은 영장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무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5개월 간 수사를 진행하고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번 구속영장의 핵심인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목격자인 첼리스트가 경찰 조사 전 "지금 준비해 놓은 게 A4 용지로 10장이 넘는다" "팩트(사실)마다 색칠해놨다" 등 술자리가 실재한다는 발언을 여러차례 했지만, 경찰 조사 이후 돌연 말을 바꾼 상황이라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첼리스트는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목격했는지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며, <더탐사> 기자에게 "한 장관이 두려워 진실을 말할 수 없으며, 정권이 끝난 뒤에 알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검경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핵심 당사자와 관련해 차량운행 일지나 블랙박스 영상, 휴대전화 발신 위치, 당일 경찰 경호라인 발동 여부 등에 대해 검증을 반드시 해야 하지만,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검경의 증거 제시 부족이 이번 영장 기각의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더탐사> 박대용 기자(시민방송 RTV 이사장)는 이날 오후 서초경찰서 앞에서 열린 강 기자 석방 촉구 집회에서 "검경이 피의자 심문에서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라는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변호인의 발언을 전했다.
아울러 시민들의 참여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더탐사>가 전날 오후 1시 30분쯤부터 접수를 시작한 '강진구 기자 구속 반대 1만 명 탄원 서명'은 이날 7시 30분까지 18시간 동안 4만 784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마감 뒤에도 서명이 이어져 오후 5만 명을 넘어섰다...
강 기자는 이날 오후 11시 37분쯤 석방된 뒤 서초서에서 나오며 "우리는 또 한번 승리했다"고 외쳤다. 강 기자의 석방을 기다리던 100여 명의 시민들이 "강진구" "강진구"를 연호하며 꽃다발을 선물했다.
이날 시민들은 오후 3시부터 서초서 앞에서 영장 기각 소식을 기다리며 "언론탄압 중단하라" "강진구를 석방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서초서 앞에서 오후 11시 10분쯤 강 기자의 영장 기각 소식이 들려오자 "기각" "기각"이라고 외치면서 서로 끌어안고 기뻐했다.
강 기자는 "시민 여러분들이 강진구와 <더탐사>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 독재 치하에 꺼져가던 언론의 '희망의 불씨'를 다시 한번 살려줬다"며 "이번 2차 구속시도는 사법부를 상대로 상상하기 힘든 부당한 외부압력이 행해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2차 영장 기각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본다"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이제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이 알리바이를 제시하지 않는 한 해소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경찰이 아무리 수사해도 이 구멍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고, 이들이 만든 구멍은 윤석열, 한동훈 검찰 독재의 균열을 가져오는 커다란 구멍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강 기자는 "단순히 강진구 개인의 구속 기각이 아니고, 저의 구속을 막는 것에 하루 만에 5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해서 얻어낸 쾌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에 2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저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3차 영장도 청구할지 모른다"며 "3차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순간 윤석열 정권은 3진 아웃이 될 것이다. 3차 영장은 한 장관의 직이 아니고 윤석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기자는 "청담동 술자리를 비롯해서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이 정권들의 실태를 계속해서 낱낱이 고발할 것"이라며 "시민의 편에서 윤석열과 김건희가 제대로 심판받을 수 있도록 언론이 할 역할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기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더펌 정철승 대표 변호사는 영장 기각에 대해 "강 기자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국가이고 최소한의 원칙이 무너진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우리 언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