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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보트송
“데이오 데이에이오 딜라이 콤앤 미 왕고오홈Day-o, Day-ay-ay-o Daylight come and me wan' go home.”
도치씨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쏟아져 내리는 경쾌한 음악은 헤리베라폰데의 바나나보트송이었다.
혜림이 도치씨의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체 말했다.
“모야? 헤리베라폰데 잖아? 저 사람 왜 저기서 소리 지른대?”
도치씨가 얼른 스마트폰을 내려 음악을 끄며 말했다.
“요즘 내 핸드폰 맛이 갔어요. 가끔 이래요.”
최신형으로 바꾼 지 일 년도 안됐는데 도치씨의 스마트폰 맛이 왜 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혜림은 도치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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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씨의 스마트폰에서 헤리베라폰데의 바나나보트송이 나오기까지의 경위는 이렇다.
실시간 함께 있는 여자 옆에서 들어 내놓고 다른 여자와 희희비비嬉嬉斐斐할 간 뒤집어 진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
도치씨도 그랬다.
혜림과 우아영 둘 다 막상막상莫上莫上의 가슴둘레와 미모장전한 흠 없고 틈새 없는 여자지만, 우아영은 발랄한 젊음이 있고 혜림은 혜림스타일의 완숙한 포용력이 추가되어있다.
게다가.
우아영은 도치씨보다 무려 9살이나 어리고 혜림은 도치씨보다 다섯 살이나 많지만, 두 여자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연륜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평적이고 수직적이며 적극성애정표현 능력이 있어,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기엔 한계가 있다.
마치 시소게임의 중심에 앉은 느낌이었다.
우아영을 만나면 도치씨는 언제나 성숙한 남자가 되었고 혜림을 만나면 항상 감성의 포만감을 느꼈다.
효과를 보증할 수 없지만, 처방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약국의 포장 약에 우아영을 비긴다면 혜림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 조제된 약과 같은 확실한 여자였다.
상황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때 그때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우아영의 발랄함은 맹목적인 애정이었고, 자신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내세우지만 항상 계산된 절제로 도치씨의 생태환경을 잘 정돈해주는 여자가 혜림이다.
한마디로 아주 단순한 여자가 우아영이고 반대로 복잡 미묘한 여자가 혜림이다.
한 번 더 표현하자면 쇼윈도 안의 루즈핏원피스 같은 여자가 우아영이고, 고객의 취향에 맞게 디자이너가 권장해주는 샤링원피스 같은 여자가 혜림이라는 뜻이다.
덜렁대며 속아지는 바늘구멍만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기꺼이 산화할 수 있는 사귈수록 통이 커져가는 여자 우아영.
속까지 비칠 것 같지만 깐깐하고 빈틈없어 깊이를 가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여자 성혜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두 여자 속에 함몰된 도치씨에겐 또 다른 여자가 있다.
두 여자에 비견하면 도치씨의 아내는 들판의 11월 김장무우다.
도치씨의 아내는 두 여자와 비견할 수 있는 특별한 재주도 없고, 몸매나 인물도 받쳐주지 못할뿐더러 도치씨를 유혹할 만한 애교나 재능은 물론 매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그저 평범한 동네아줌마다.
허지만 도치씨의 아내에겐 알 수 없는 마술이 있다.
이 마술에 도치씨는 단단히 걸려 지금까지 살아왔다.
가끔 아내의 마술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볼 때가 있지만 아직까지 근원이나 정체를 확실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다만 가끔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에게 의문을 가져 보긴 했다.
왜 내가 이런 여자와 함께 살게 됐지?
30대 초반에 결혼했을 때의 아내는 현재의 상태보다는 좀 나은 편이긴 했지만, 지금은 캄캄한 밤에 아내가 전봇대 옆을 지나가면 대형쓰레기 봉투를 누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오해할 만큼 사방면적이 확장됐고, 30대 후반까지 사근사근하던 성미가 성깔로 바뀌었지만 무슨 조화인지 도치씨는 아내가 없으면 하룻밤도 자신의 집에서 편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 도치씨는 사시사철 단 하루도 외박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아영과 혜림을 알고 난 후부터 도치씨의 생태환경에 많은 재개발이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현관문을 넘나들며 이중생활을 하는 문넘기사고방식이다.
도치씨만의 이 사고思考는 세 여자 속에서 언제나 도치씨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주는 비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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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치는 아주 꾼중에 꾼입니다.
총각이 양다리 치는줄 알았는데 아네까지 ~~ㅎㅎ
세명 정도는 새발의 피라잖아요? ..요즘 젠틀맨들요..저 빼곱니다...ㅋㅋㅋㅋ
도치가 대단한 인물입니다.
하나 관리 하기도 힘드는데 3명씩이나요~~
역시 악동클럽님도 영웅칭호 받아야 겠어요.
다음다음 편 쯤 정력의 영웅 이야기 나올건데...ㅋㅋㅋㅋ
보통 연하의 여인을 좋아하는디 혜림이가 얼마나 잘했길래
혜림도 사랑하는지 그이유가 짐작이 되어 집니다.
사랑하는데 아래위가 어디있겠어요?
사방팔방 닥치는대로 걸어 놓고 봐야죠...ㅋㅋㅋㅋ
도치의 그얼굴이 뻔뻔스럽슴니다
ㅋㅋㅋㅋ
여자들은 남자들의 딋거래를 알긴하겠지만 세세하게 잘모르실걸요.
저 빼고 이 세상에 뻔뻔하지 않은 남자 있을까 싶네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