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다리문학

들뢰즈에 대해 - 3. 존재론(보론 :3. 비교) by 메피스토 3.7.3. 존재론 측면에서 비교해볼만한 이론들 화이트헤드의 존재론은 관계론/전체론이고, 시간 과 변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들뢰즈와 거의 흡사 합니다. 다만 굳이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화이트 헤드의 방점은 조화 쪽에 조금 더 기울어 있고 들 뢰즈는 역동성 쪽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보입니 다. 화이트헤드는 자기 철학을 “유기체철학”이 라 부르고, 들뢰즈도 생기론자임을 자처하며 각 자 자기 철학을 대표할 이미지로 생명을 꼽지만, 화이트헤드의 유기체는 변화하면서도 조화로운 일체를 이룬다면, 들뢰즈의 유기체는 온갖 힘들 이 온 사방에서 충돌하고 결합하는 장이란 점에 서 다소 다르지 않나 합니다. 한편 화이트헤드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신”을 개념화하려고 시도하 는데 반해 니체주의자인 들뢰즈는 신이란 주제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로이 바스카의 비판적 실재론이 들뢰즈의 존재론 과 가장 유사한 측면은 여러 단계의 창발과 창발 한 전체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바스 카는 자율적인 전체를 “층위”로, 들뢰즈는 “차 원”으로 부를 뿐입니다. 데란다 또한 바스카와 들 뢰즈의 존재론이 거의 동일한데 다만 바스카는 스 스로 본질주의자라고 여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 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시몽동은 독자적인 개체화 이론을 제시한 철학자 입니다. 개체화 자체에 대한 설명에서 훨씬 더 충 실하고 상세한 편입니다. 퍼스는 함께 실용주의자로 꼽히는 제임스, 듀이 와 달리 일관되게 “실재론”을 취해왔습니다. 제 임스나 듀이도 자연주의자에 가깝지만, 인식과 독립한 실재에 대한 관점은 분명 좀 애매한데 말 이죠. 다만 시간을 창발하는 것으로 보는 듯한 들뢰즈와 달리, 퍼스는 시간이야말로 근본적인 실 재라고 봅니다. 참고로 앞에 나온 로벨리와 함께 고리양자중력 이론을 주창한 리 스몰린도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견해를 달리하며 퍼스의 시간론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하이데거는 제가 느끼기엔 우울한 들뢰즈 같은 느 낌입니다. 하이데거에서 현존재는 자신의 근거 를 묻는 존재이고, 현존재의 근거인 역사는 거대 한 관계망일 수밖에 없으므로, 전체와 연관해서 존재자를 보게 됩니다. 다만 현존재가 자신의 근 거를 찾는 계기 자체가 “죽음”과의 직면인데, 반 대로 말해 전체에 의탁하지 않으면 존재자는 죽음 의 불안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이에 따라 하이데 거는 전체의 중요성을 과장할 수밖에 없었습니 다. 전체주의 철학이라고 무작정 매도할 수는 없 겠지만, 이런 경향이 하이데거의 정치 행보와 무 관해보이진 않습니다. 철학자는 아니지만, 션 캐럴이 『빅픽쳐』에서 밝힌 “시적 자연주의”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 다. 창발과 창발한 것이 실재임을 인정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니클라스 루만입니다. 루만은 사회학 에 한해서지만 차이동일성을 통한 계의 자기생성 을 말한다는 점에서 들뢰즈와 매우 흡사하지만, 계의 분화를 사회적 기능 분화의 관점에서 본다 는 점에서, 전체론의 형이상학에서 구성요소들 은 상대적으로 더 유동적일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 고 접근하는 들뢰즈와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느껴 집니다. 들뢰즈에 대해 - 3. 존재론(일의성) by 메피스토 3.5. 일의성 3.5.1. 일의성 테제의 전개 들뢰즈의 존재론은 전체론의 일종으로서 무한히 많은 단계의 창발로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는 이론임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를 설명하기 위 해 가져온 수학적 은유인 미분에서 0차원은 상수 입니다. 실제로 “자연상수”라 불리는 것들이 있 습니다. 빛의 속도, 세슘원자의 진동수, 플랑크 상 수 등. 그럼 1이상의 차원과 차원의 존재는 다 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들뢰즈는 이를 부정합니다. 이것이 “존재의 일의 성”테제이고, “존재한다는 줄어는 언제나 같은 의미이다”라는 것입니다. 둔스 스코투스의 개념 인데, “존재의 유비성”에 대비되는 것입니다. 유 비성이란 “존재한다는 술어는 상대적인 의미(즉 정도의 문제)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는 “유출 설”과 쌍을 이루는 것으로, 존재는 “완전한 존재 인 신”, “조금 덜 존재하는 것들”과 “많이 덜 존재 하는 것들”,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나뉘 게 됩니다. 하지만 들뢰즈는 스코투스에서 시작 한 일의성을 옹호하며, 스피노자와 니체를 거쳐 일의성 테제를 완성합니다. 스피노자에게서 신 즉 자연의 변용인 양태, 특히 물리적 “연장”은 복합체로서 구성요소의 운동과 정지의 비율로 정해집니다. 복합체가 구성요소 의 운동/정지 비율을 유지하는 힘(항상성)과 최 소 구성요소의 “관성”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러 나 코나투스로 유지되는 복합체와 관성운동을 하 는 최소단위체가 똑같은 의미에서 “존재한다”라 는 술어로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즉, 여전히 가장 근본적인 차원의 "능산적 자연”과 “소산적 자연”의 구분이 남습니다. 능산적 자연 인 실체가 더 근본적이지 않은가요? 즉 스피노자 는 1차원부터 N차원까지를 묶는 데는 성공했지 만 0차원은 풀지 못했습니다. 들뢰즈의 일의성 테제는 니체에게서 완성됩니 다. 차이와 반복에서는 니체의 영원회귀 개념을 가져오는데, 차이와 반복에 나온 설명으로는 0차 원과 나머지 차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습니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재선별”로 말해서 사실 구성 요소가 없는 0차원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거 든요. 다만, 들뢰즈에게서 영원회귀는 언제나 “힘 에의 의지” 개념과 한 쌍을 이룹니다. 그러니 니 체에 대한 텍스트에서 “힘”을 설명한 내용을 통 해 보완해보죠. “대상 자체는 힘이고 한 힘의 표현이다. (중략) 오 직 힘만이 다른 힘과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니체와 철학, pp.25~26 종합하면 존재는 곧 힘입니다. 즉 “어떤 존재”라 는 주어는 “어떤 힘”으로 치환할 수 있고, 존재한 다는 술어는 어떤 작용을 표현하는 술어로 치환 할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에서 “최소 구성요소의 관성과 복합체의 항상성”이 구분되는 이유는 근 본적으로 “대상”과 “대상이 발휘하는 힘”이 구분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니체에게서 그런 구분 은 없습니다. 대상은 곧 힘이며, 따라서 힘이 곧 존재입니다. 스피노자의 신 즉 자연과 대구를 맞 추면, “힘 즉 존재”가 됩니다. 3.5.2. 일의성 테제에 대한 평가 그럼 일의성 테제, 즉 힘 즉 존재라는 명제를 평가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그게 곧 힘과 같 은 말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존재의 정의라는 선결문제를 요구하게 되므로 쉽지 않습 니다. 따라서 우회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 고실험을 해보죠. 세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 고, 세계의 그 어떤 구성요소와도 어떤 상호작용 도 하지 않았고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무언가는 “존재한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는 “인과적 폐쇄성 바깥에 있는 존재를 인정할 수 있 는가”로 귀결되므로, 인과적 폐쇄성을 전제로 한 자연주의를 전제로 할 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진 술입니다. 다시 말해 존재는 힘을 함축합니다. 그렇다면 존 재는 힘 그 자체이거나, 힘을 포함한 그 이상의 무 언가일 것입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것 은 어떤 방식이 됐든 “상호작용”입니다. 그렇다 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힘이 있다”까지 입 니다. 여기서 힘보다 더 큰 “존재”를 가정할 근거 가 있을까요? 체험 수준에서는 힘과 별개의 존재 가 있음이 명백하지만, 체험 수준을 벗어나서도 그럴지는 확답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대 상”이라고 부르는, “물리적 연장”으로서 기본 입 자 자체가 “더 나누려는 힘에 저항하는 힘”입니 다. 들뢰즈는 힘보다 큰 존재를 인정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들뢰즈에게서 힘은 존재이고, 존재는 힘입니다. 세상의 만물은 “힘”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며, 그러므로 “존 재”는 어디에 쓰든 같은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힘은 어떤 식으로든 발휘되어야만 합니다. 그리 고 힘은 발산됨으로써 자신을 생성합니다. 따라 서 존재=힘=발휘=생성이란 도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존재의 일의성이 곧 “존재 즉 힘”이란 테제라면, 통상 어떤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례에 대 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바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