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공원의 외진 곳에 놓여있는 낡고 버석거리는 오래된 골판지 박스 하나.
몇번이나 물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고 여름에는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손만대도 바스라질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군데군데 실장석의 초록색 똥이 암녹색으로 변해 말라붙어 있어서 지독한 실장취가 나는데다 안에서 데스데스, 테치테치 하고 실장석 짖는 소리가 나고 있어서 누가 보아도 실장석이 사는 골판지집이다.
저렇게 얇고 허술해진 종이상자로 이 영하 10도 이하가 계속되는 강추위를 버틸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골판지집 내부는 실제로도 바깥과 다를바 없이 추워서 친실장이 열심히 자들을 딱딱하게 운치가 굳어서 덩어리진 팬티속에 넣고 그 위를 때와 오염물질이 쌓여 두꺼워진 초록색 원피스로 덮어 자들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노력도 덧없이 자들은 장녀 하나만을 남기고 전멸해버렸다.
설상가상, 모아두었던 보존식마저 바닥나서 죽은 자들의 꽁꽁 언 사체를 뜯어먹으며 버텼지만 이제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라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지막 남은 자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친실장은 탁아를 결심했다.
친실장은 제법 현명한 개체였기 때문에 닝겐 중에서는 학대파라고 하는 귀엽고 예쁜 실장석을 괴롭혀서 죽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주 무섭고 잔인하며 사악한 닝겐들도 있고, 애호파라고 하는 공원의 착한 실장석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가끔 정말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실장석에게는 스스로 굴복하여 노예가 되어 스테이크와 콘페이토를 바치고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는 좋은 닝겐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학대파 닝겐은 언제 어디서고 햣하-!하고 빠루같이 생긴 것을 들고 나타나서 친실장처럼 죄없고 선량한 실장석들을 괴롭히지만 애호파 닝겐은 주로 봄이나 가을에 공원에 나타나 맛있는 밥을 뿌린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라 애호파 닝겐이 공원에 오지 않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실장샵이라고 하는 실장석들을 사육실장으로 만들어 준다는 가게에 애호파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했다.
지금은 일가실각한 옆집 실장석이 키우던 전 사육실장 출신 자판기의 말에 따르면, 그 실장샵이라는 곳은 수십마리의 실장석들이 유리상자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닝겐들이 차례로 데려가서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고 온갖 맛있는 실장푸드와 실장석용 간식들, 예쁜 옷과 장난감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했다.
다만 점장과 점원이라고 하는 사악한 학대파 닝겐들이 있어서 가끔씩 유리상자 안의 실장석들을 가는 막대기로 딱딱 때리기도 하고 오랫동안 닝겐이 데려가지 않은 실장석을 꺼내서 실장석 가는 기계에 넣고 갈아 푸드로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실장샵안에 들어가서 무시무시한 점장과 점원을 마주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애호파 닝겐에게 바로 자를 탁아하면 될 일이 아닌가.
친실장은 마지막 남은 자인 장녀를 살펴보았다.
비록 뽀글뽀글하게 엉킨 갈색 곱슬머리는 친실장이 열심히 침을 묻혀가며 핥아주어도 잘 정리되지 않고 머리카락 사이에 톡톡 튀어다니는 벌레씨나 낙엽 조각, 뭔지 알수 없는 작은 알갱이들이 끼어있었고, 초록색 원피스는 중간중간 진한 얼룩이 생겨서 잘 보면 고춧가루가 말라붙어 있었으며, 본래 하얬을 턱받이는 누렇게 변하고 김치국물이 벌겋게 묻어 그다지 청결해보이는 모습은 아니었으나 그런 건 어차피 닝겐이 아와어와한 목욕을 시켜주고 예쁜 세레브 드레스를 입혀주면 해결될 일이다.
정말로 닝겐을 메로메로 시키기 위해 중요한 장녀의 얼굴은 매일 친실장이 혀로 구석구석 핥아주었고 또 어제 차녀의 고기를 배부르게 먹었기 때문인지 뽀얗고 토실토실하게 귀여웠다. 그런 장녀가 오른쪽 앞발을 뺨에 대고 테츙~하고 아첨을 하면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장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운치를 싸는 건강한 아이였고 일가실각때 도망쳐온 옆집 자실장을 한주먹에 때려 독라로 만들 정도로 강하고 튼튼한 아이였으며, 먹을 것이 풍부한 가을에도 단 한번도 더이상은 배불러서 못먹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복스러운 아이였으니 분명 학대파 닝겐을 빼고는 모두 장녀를 보면 메로메로되어 키우게 될 것이다.
친실장은 장녀를 탁아하러 가기 전, 혹시라도 장녀가 추울까봐 장녀를 밥봉투에 들어가게 하여 들고 장녀에게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장녀, 이제부터 장녀는 닝겐에게 탁아되어 키워지는 데스.
하지만 닝겐은 크고 강하며 변덕스러운 데스. 지금은 애호파 닝겐이라도 언제 돌변하여 학대파 닝겐이 될지 모르는데스... 그러니 장녀 혼자 탁아되면 힘든 일이 많을지도 모르는 데스... 마마는 걱정인데스...
그러니 닝겐에게 키워지게 되면 반드시 닝겐을 설득하여 마마도 키우게 하는 데슷! 마마와 장녀가 힘을 합치면 무적인 데슷. 닝겐을 굴복시키고 세상을 와타시타치의 자로 가득 채우는 뎃승~]
[알겠는테츄 마마~ 그 정도는 낙승인 테츄, 테프프프.]
친실장은 편의점의 위치는 동료들이 탁아하러 가는 것을 봐서 알고 있었지만 실장샵의 위치는 몰랐기 때문에 데슷데슷, 하고 지나가던 닝겐에게 물어봤다.
뭐야, 탁아냐, 하고 짜증을 내며 친실장을 차버리려던 닝겐은 친실장이 필사적으로 아닌데슷, 아닌데슷, 하고 팔을 내젓자 귀찮은 듯이 링갈을 켜고
"...들실장이 실장샵을 왜 찾아...? 뭐, 저기 보이는 저 건물이 실장샵이긴 하다만..."
하고 가르쳐주었다.
친실장이 혹시나 싶어서 비닐봉투 안에 담아서 들고가던 장녀를 들어보이며
[닝겐상, 혹시 와타시의 귀여운 장녀를 키울 생각...데갹!]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걷어차여 그대로 데굴데굴 몇바퀴 굴렀다. 다행히 소중한 장녀는 필사적으로 보듬어안아 지켰기 때문에 무사했다.
[테에엥, 마마 괜찮은테츄카? 나쁜 닝겐테치! 와타치가 가서 때려주는테치!]
하고 비닐봉투 속에서 바스락바스락 날뛰는 효심깊은 장녀를 친실장이 열심히 달래며
[마마는 괜찮은 데스우~ 오마에는 착한 아이 데스우~ 오마에같이 착한 아이는 저런 천한 똥닝겐보다 훨씬 친절하고 상냥한 닝겐에게 키워져 행복해지는 데스우~ 걱정하지 마는 데스우~]
하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실장샵 앞에 도착했다.
닝겐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걱정도 무색하게 곧 닝겐이 나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갈 때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종종걸음으로 들어간 닝겐이 나올 때는 커다란 비닐봉투를 들고나온 것을 보고 친실장은 지금이 탁아 타이밍이라고 느꼈다.
[지금데스우... 장녀, 이 보검을 가지고 있다가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라도 저 닝겐이 사악한 학대파 닝겐이라면 해치우고 탈출하는 데스. 하지만 키워지게 되면 마마를 데리러 오는 걸 잊지마는 데스우...]
[걱정 말라는 테츙!]
친실장은 자실장을 몰래 닝겐의 비닐봉투 안으로 밀어넣었다. 자실장의 탁아에 성공한 친실장은 긴장이 풀리자 동그스름한 앞발이 칼바람에 얼어 터질듯이 아프다는 것이 그제서야 느껴졌다.
[데...데힛! 추...추운 데스우...!]
덜덜 떨며 바람이 덜한 건물 사이의 공간에 기어 들어가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얼어붙은 손을 뜨뜻한 혀로 핥아가며 녹인다. 혀끝에 닿는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감각에 순간 멈칫했으나 다시 동그란 손을 골고루 핥아 미지근한 침을 듬뿍 묻혀서 녹이며 효심 깊은 장녀가 상냥하고 듬직한 주인님을 데리고 와서 자신을 따뜻한 닝겐의 집으로 데려가길 기다린다...
장녀가 비닐봉투 속으로 들어올 때 빠스락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났으나 본래 비닐봉투는 걸을 때마다 흔들려서 빠스락 소리가 났고, 친실장과 장녀가 데스데스, 테치테치 하고 내는 소리는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나는 노랫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무사히 비닐봉투 안에 안착한 장녀는 닝겐이 가지고 가던 물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닐봉투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투명하고 질긴 봉투 안에 가득 담긴 하양, 노랑, 분홍, 주황, 파랑 등등의 알록달록한 색의 동그랗고 작은 돌기가 오돌토돌 달린 알갱이.
[이...이것은...코...콘페이토테츄아!]
지난 가을 애호파가 주고 간 콘페이토를 먹어본 적 있는 장녀는 잔뜩 흥분해서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운치를 뷔르륵 싸며 투명한 봉투를 향해 달려들어서 물어뜯었다. 그러나 질긴 벌크포장용 봉투는 고작 자실장의 연약한 이빨로는 찢어지지 않았다.
[오마에 건방진테챳! 빨리 고귀한 와타시에게 먹히란 테츄앗!]
한잠 봉투를 물어뜯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하다가 장녀는 친실장이 준 보검을 떠올렸다. 대못의 뾰족한 끝을 이용하자 두껍고 질긴 봉투는 자실장의 힘으로도 쉽게 찢어졌다.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달콤달콤한 알갱이들을 정신없이 입안으로 밀어넣는 자실장.
[텟츙♡ 아마아마한 텟츙~ 빵콘해버릴 것 같은 테치이~]
녹아버릴 듯이 달콤한 목소리로 짖으며 정신없이 먹고 또 먹어서 배가 만화처럼 빵빵해져도 열심히 먹는다.
그렇게 먹기 삼매경에 빠진 자실장을 집에 도착해서 비닐봉투를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서야 눈치잰 인간.
벌써 1kg 벌크포장 제품의 2/3 정도가 사라지고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자실장 한마리가 닝겐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오른손을 뺨에 대고 비장의 아첨을 선보인다.
[테츄웅~닝겐, 공물은 잘 받은테치~ 이제 마마를 데리러 가는 테츙~ 그 전에 와타시 아와아와가 필요한 텟츙♡]
그 꼴을 보고 닝겐의 얼굴이 더 파랗게 질려간다.
자실장이 먹어치운 것은 닝겐이 큰맘 먹고 그달 용돈을 대부분 쏟아부어 구매한 엄청나게 비싼, 내일 공원에 나가 들실장 골판지마다 나눠주고 다니려고 했던 <한알만 먹여도 10m는 기본! 실장폭죽! 초강력 지효성 도돈파! 신발매!(기존 자사제품 대비 200% 향상된 효과)> 였던 것이다.
겨울이라 찬바람 들어올 틈없이 단단히 잠그고 외풍차단용 비닐까지 붙여놓은 창문.
그리고 마치 시한폭탄처럼 시시각각 부풀어오르는 자실장의 배...
닝겐의 표정이 영화속 연쇄살인마와 마주친 조연배우처럼 겁에 질려 일그러져간다...
첫댓글 빨리 변기로
오바상 머리 좋은 레훙
다음편을 내놓는데샥!
단편인 레훙ㅡㅜ
@세레브사육우지레후 당장 다음편을 내놓지 않으면 오마에도 저 도돈파를 먹게 될 줄 알란 뎃샤!
도돈파인거보니 학대파가 분명하군 학대파와 분충이 사이좋게 주옥되는 뒷이야기가있으면 좋겠네.
젊은날의과오 엔딩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