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 sportsbb 게시판에 어느 중국인이 맨U 게시판에 올렸다는 아시아 베스트 14이 화제다. 중국은 프레미어리그에 3명이나 자국선수들을 보냈지만, 한국은 1명도 없기 때문에 중국 축구의 수준이 한국보다 우월하다는 거다.(에버튼에 임대되었던 리웨이펑이 중도하차하여 지금 프레미어리그에서 뛰는 차이니즈는 리톄와 순지하이 2명이다.)
베스트 14명 중 한국인은 안정환 1명, 일본인은 나카다 등 3명 나머지 9명은 중국선수들이다. 3백은 리웨이펑-두웨이-순지하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진용이 아시아 베스트 11이라는 거다.(이 부분이 제일 하품이 난다.)
나는 그 중국 축구팬의 시각이 중국의 축구인들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지라도, 일정 부분 중국의 축구계가 갖고 있는 한국 축구관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중국 축구를 형편없는 수준으로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금년 중에 A매치건 올림픽팀 간 경기건 중국과 한번 겨루어보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얼마 전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총회가 있었는데, AFC에서는 한국과 일본은 'BIG HOUSE'로 분류하고 사우디 이란 중국 등을 그 다음 수준으로 배정하려 하였다가 사우디측의 항의를 듣고 이를 철회하였다는 뉴스가 있다. 사우디 축구협회 관계자가, "우리는 한국 일본이 아시아 최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어째서 중국 따위가 감히 사우디와 동급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분류를 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사우디와 이란을 한국 일본에 이은 2그룹으로 하고, 중국은 UAE 이락 태국과 더불어 3그룹에 배정하였다는 것이다.(나는 태국이 과대평가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중국인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갖고있는 시각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중국의 대국주의(중화사상)이 큰 요인이라고 보며, 욱일승천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한국 축구에 대한 일종의 경멸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FIFA와 UAFA도 결론을 내렸지만, 차후 유럽축구가 뻗어가야 할 시장은 중국과 인도, 그리고 여자축구라고 한다. 특히 중국은 축구가 가장 인기 있고, 중국기업들도 축구 마케팅에 익숙한 편이라서, 유럽의 클럽들은 중국선수 영입에 혈안이 되어있다. 실력으로 보면 한국선수가 일본선수나 중국선수들보다 못할 것이 없고 냉정히 보자면 한국 선수가 낫다고 해도, 그 실력이 월등하지 않은 이상 같은 값이면 구단의 이익을 고려하여 중국 일본 선수를 영입하자는 것이 유럽 빅리그 클럽들의 장사속임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아 선수들을 영입함에 지극히 인색한 프레미어리그에 입성하려면 일단 월드컵 본선쯤 되는 대회에서 3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5게임 이상 주전으로 기용된 경력이 있되, 나이가 20대 초반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이랬을 때 TV 중계료니 스폰서니 하니 귀찮은 조건 없이 영국에 갈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22살이 될 정조국과 김동현이 한국 대표팀 멤버가 되어 대회 8강에 오르는 성적을 보여주고 3포인트 이상의 공격 공헌을 하게 된다면 제 아무리 콧대 높은 영국 구단들도 그들을 영입하려 동분서주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리톄는 분명 그 포지션(수비형 미들)에선 아시아 정상이지만, 순지하이가 아시아 최고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냉정하게 판정할 때, 그 중국 축구팬이 뽑았다는 아시아 베스트 11에서 중국 출신 선수는 리톄 한 명뿐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한반도를 중국문화의 역내권으로 인식한다. 일본만 해도 화외지지(化外之地: 중화의 문화가 닿지 않는 곳)로 여겨 독립된 문화권으로 여기지만, 한반도(조선)과 베트남(안남)은 중국문화권에 깊숙히 침윤된, 사실상의 중국땅이라는 생각이다. 그 근거로 조선과 안남은 고유의 문자보다 한문을 우선시하였고 중국의 과거제도를 비롯한 문물을 가져다가 자기들 사회를 세우는 데 요긴하게 활용했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극우파들이 조선을 일본의 영향력에 드는 대번(大藩) 정도로 여기듯이, 중국인들은 그들의 경제력이 커져 자신감이 높아질수록 한국을 중국의 속방(屬邦)으로 보고싶어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모든 면에서 한반도(특히 한국)는 자신들과 게임이 안되는 소국일뿐인데, 내셔녈리즘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축구에서만은 유독 한국 축구에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 중국 축구라니 이것이 화가 나고 참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반작용이 작년 한국팀의 월드컵 업적을 폄하하는데 광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를 보니, 중국청년보같은 관제 언론에서 당시의 한국 축구 깎아내리기를 반성해야 한다는 사설도 썼다는데, 아시아축구연맹의 홈페이지(WWW.FOOTBALL-ASIA.COM)에 가끔씩 올라오는 중국 축구인들의 한국축구에 대한 시각은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한 예로 부산 아시안게임을 며칠 앞둔 작년 10쯤에 중국의 올림픽팀 주장 두웨이가 한 말을 보자. "아시아의 진정한 강자는 사우디아라비아다. 한국이나 일본만 해도, 사우디를 맞으면 기를 펴지 못한다."(그런데 내가 알기로, 95년 이후 한국의 국가대표, 올림픽팀, 청소년팀 중 사우디에 패한 적은 2000년 아시안컵 준결승 때 이외엔 없는 것 같다.) 중국 올림픽팀은 부산에 입성하며 메달의 색깔이 문제일뿐 중국은 반드시 입상할 것이라고 큰 소리쳤지만 8강에서 물러나야 했다.
중국의 허장성세는 작년 아시아청소년대회 때 더 심해진 느낌이다. 중국은 2000년 아시아청소년대회 때, U-19팀은 한국을 1-0으로 누르고 U-16팀은 서울에서 벌어진 지역예선에서 한국을 득실차로 누르며 각각 아시아 본선에 나간 바 있고 특히 U-19팀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U-20 세계대회에서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음에 크게 고무되었던지 말 그대로 기고만장이었다.
중국 U-19팀의 감독은 "우리 중국은 이미 아시아 최강이다. 중동팀들이 도전하겠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4월에 한국에서 평가전을 하여 졌지만 그 때는 우리가 베스트가 아니었다. 한국쯤은 언제든지 꺾을 수 있다."며 기세 등등했지만 시리아에게 어이없이 2-4로 깨지고 간신히 조예선을 통과한 뒤에는 사우디에게 1-4로 무너지며 세계대회 티켓을 놓쳐야 했다. 그 사우디를 한국 청소년팀은 여유있게 이기고 결승에 올라 우승하였다.
중국 U-17팀의 감독도 오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조예선 3승의 성적으로 8강에 올랐는데, 유독 한국을 지목하여 "중국이 한국과 만난다면 나는 중국의 승리에 걸겠다"며 우승은 떼놓은 당상으로 여기더니 준결승에서 만난 UAE에게 패퇴하며 3-4위전으로 밀렸고, 한국은 UAE에 전반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가 승부차기로 우승컵을 쥐었다.
올해 러시아 국제청소년대회에서 중국은 18세 이하팀을 보내 한국과 결승에서 설욕할 것을 다짐했지만, 선수 전원이 17세 이하 그것도 상당수의 주전선수가 빠진 한국에 3-1로 끌려가다가 간신히 동점에 이렀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패한 것이 중국 축구의 처지다.
결과만 보면 한국과 중국 축구에는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한국이 작년 월드컵에서 조예선에서만 2승1무(득4,실1)의 성적을 거둔 데 반해 중국은 3패(득0,실9)의 초라한 전적임을 감출 수 없고, 이것이 현재 수준의 한국:중국 축구의 실력임을 가감없이 드러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청소년팀들이 중국팀들을 상대로 한 게임에서 작년에 보여준 결과는 그 격차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중국 축구는 여전히 큰소리친다. 우리하고는 달라도 아주 다른 심리상태인 것 같다. 애초 공한증(恐韓症)이란 말을 지어낸 것도 중국 언론이었고, 한국팀이라면 하다못해 프로팀 간의 연습게임에서도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릴 듯 달려드는 중국 선수들이지만, 윤덕여 감독이 러시아대회의 결승에서 만난 중국선수들은 여전히 다리가 굳어있더라는 것이다. 중국선수들은 이제 한국을 무시하고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면서 스스로 공한증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몸부림 치고 있는 것 같고, 중국팬들은 공한증을 한국에 대한 시기(시한증猜韓症) 내지는 경멸(모한증侮韓症)로 해소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게, 요즘 그들의 태도는 썩 비이성적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원래 이성보다 작용이 빠르고 전염되어 반작용을 강하게 일으키는 법이어서, 중국의 축구팬들이 한국축구를 시기할 수록 그 반사작용으로 한국 축구팬들은 중국축구를 같잖게 보고 '한중전 폐지하라!'는 식의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한반도가 어느날 갑자기 지각변동을 일으켜 땅덩어리가 유럽대륙에 가붙지 않는한, 우리가 원하듯이 유럽 축구선진국들과의 잦은 교류는 여의치 않다. 한국은 어쨌든 동북아에 자리잡은 나라고, 한국 축구는 여전히 주변국들과 경쟁하면서 세계 진출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이므로, 지금 중국에 쏠린 세계축구의 관심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실리적이라고 본다.
일방적인 축구교류는 있을 수 없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이웃에 두고있는 이상, 한국 축구도 중국축구와 일본축구에 건전한 경쟁상대로서 자체의 역량강화에 그 경쟁관계를 적절히 이용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 한국축구와의 교류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 중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처지라면 그들이 우리에게 댓가를 적절히 지불할 때 친선전을 거절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주, 남해에서 한국 일본 중국의 프로축구 4개클럽이 친선평가전을 가져 부산아이콘스가 2승1패로 우승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 중위안이 나섰는데,(이 팀은 작년 중국프로축구 4위를 한 것으로 알고있음) 한국 최강 수원과 비기고 우승팀 부산에 이긴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는 뒷얘기다. 다음 주에는 A3챔피언전이 도쿄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는 우승상금이 40만달러나 되는 대형이벤트다.(참고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상금도 40만 달러)
한국에서는 2002 K리그 우승팀인 성남 일화가, 일본에서는 2002 J리그 우승클럽인 주빌로이와타와 일본FA컵 우승팀인 가시마앤틀러스, 중국에서는 갑A조 우승팀인 다렌완다가 참가한다. 참가팀 모두 아시아 톱클래스의 강호이며 성남,주빌로,가시마는 AFC가 주관하는 클럽대회를 제패한 경력이 있다. 이 대회에서 성남이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우승하는 것이 축구팬의 요구지만 나는 특히 중국의 콧대높은 다렌을 보기좋게 격파하는 실력을 보여줄 것을, 성남 선수단에게 주문하고자 한다. 그것이 엄연한 한중 축구간의 격차 확인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중일 축구의 경기력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고 한다.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중국에 무너질 때, 한국축구팬들이 겪어야 할 정신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한번 이겨놓고 보면 그 기세를 그대로 밀고나가려 할 것이고 이기면 자만하다가 한번 지기라도 하면 자학에 빠지는 경향이 세계 어느 나라 축구팬들보다 심한 한국 축구팬들에게, 중국전 패배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이전의 한일전이 민족감정을 불질러왔다면, 이제 한중전은 또 다른 측면에서 빅이벤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축구는 이런 점을 활용하여 중국 축구협회에서 교류를 원할 때 정당한 대전료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금년 5월 일본에서 열리게 되었다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주최 제 1회 동아시아 4개국대회에 우리 국가대표팀이 나가게 될지, 아니면 올림픽 예선전이 있는 관계로 참가국들이 A매치보다 올림픽팀 간 경기로 대체하게 될지 궁금하다. 신문보도를 보니 올해 A매치는 콜롬비아전, 한일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초청전 등 4차례로 확정되었다던데, 그렇다면 EAFF 대회는 A매치 일정에서 빠진다는 것인가? 기왕 A매치가 안된다면 각국 올림픽팀들의 전력확인도 하고 김호곤 감독의 분발을 촉구하는 뜻에서 22세 미만으로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대회로 열었으면 한다.
이 대회는 한국 일본 중국은 자동진출하고 EAFF의 나머지 6개국(북한 홍콩 대만 마카오 몽골 괌)이 예선을 통해 1개국이 나서는 형식이라는데, 북한축구협회에서는 그 특유의 자존심이 발동했음인지 2월에 홍콩서 열릴 것이라던 예선대회에 불참하고 태국 킹스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 다이너스티컵을 재현하게 된 EAFF 제1회 대회에 북한은 참가할 가능성이 없고, 한중일 3개국 대회로 축소되거나 홍콩이 참가하는 4개국 대회가 될 것같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