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아래 분당’. 과거 분당의 위상을 단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공원, 녹지비율이 높은데다 서울 강남과 가까운 덕분에 주거선호도가 치솟고 이에 따라 주택 등 부동산 시세도 급등한 덕분이다.
특히 서현역 주변, 정자동 카페거리 등 분당내 주요상권들은 수도권 남부의 쇼핑거점으로 수요층이 몰리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로 부동산 시장이 오랜 침체에 빠지면서 상권도 성장세를 멈췄다.
특히 랜드마크급 초대형 쇼핑몰인 알파돔시티와 에콘힐이 각각 인접한 판교, 광교 등지에 세워지기로 계획이 잡히면서 분당 상권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판교 알파돔시티 건립이 암초에 부딪히면서 분당 상권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 거기에 올 9월 서울과 분당을 잇는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이같은 관심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정자 카페거리, 신분당선 개통 따른 최대 수혜주 될 듯
최근 방문한 분당 정자동 소재한 중개업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마침 점포 매입 문의전화를 받는 중이었다. 분당 부동산 침체로 한동안 일감이 없다가 최근 오피스텔과 점포 투자문의가 늘어나면서 부쩍 바빠졌다고 했다.
그는 “요즘들어 점포 투자문의가 잦아졌다”며 “다음달 개통되는 신분당선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 상권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정자역 인근을 비롯해 서현, 야탑, 미금 등 분당내 주요 상권이 주목받고 있다.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판교와 광교 상권의 부진 영향이 크다.
판교는 당초 분당 쇼핑수요를 대거 흡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동판교역 주변에 지어지는 알파돔시티는 총 5조671억원의 자금이 투입돼 오는 2014년까지 연면적 122만㎡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백화점과 멀티플렉스, 레스토랑, 호텔 등 각종 시설이 거대한 돔으로 덮히는 보기드문 외양으로 디자인 구상이 잡혀 있어,수도권 남부의 최대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축에 따른 자금 문제가 불거지며 장기 표류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판교 일대 상권의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교 역시 상업지 비율이 전체 부지의 1.2%로 작은데다 복합쇼핑몰 에콘힐이 PF발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워낙 대형사업이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 강남과 분당을 잇는 신분당선 개통도 호재다. 이 노선이 열리면 강남에서 분당까지 거리가 20분대로 좁혀진다.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는 정자동이 손꼽히는 지역이다. 신분당선 종착역이 들어서고 카페거리로 대변되는 특화상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16년까지 신분당선이 광교로까지 연결되면 수요층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분당 상권은 탄천을 중심으로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탄천을 따라 북측에 한솔주공6단지, 라이프, 우성 등 20년 가량된 중층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탄천 남측으로는 파크뷰, 아이파크, 파라곤 등 초고층 주상복합과 오피스텔들이 자리잡고 있다. 까페거리가 속해 있어 우수상권으로 분류되는 곳이 이곳이다.
‘까페거리’라는 명칭도 일대에 고급스런 분위기의 카페와 브런치 레스토랑, 와인바들이 잇달아 들어서는 데서 유래됐다. 유럽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외관과 상점 구성이 어느덧 일대를 ‘어디에도 없고 정자동에만 있는 곳’으로 특화시켰다.
배후 수요도 탄탄한 편이다. 주변에 NHN과 SK C&C 등 대기업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고급 주상복합 등 주거지도 대규모로 형성돼 있다. 문제는 수익률. 카페거리 전면에 위치한 점포시세는 1층 기준 3.3㎡당 5000만~5500만원 정도다. 실평수 30㎡ 규모 점포가 10억원 선으로 임대료는 대략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00만원 선이다. 최상급 입지를 갖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 400만~500만원 선까지 나가기도 한다.
점포 시세가 높다보니 수익률은 평균 4% 전후에 머문다. 은행 금리 등을 감안하면 임대수익률만 갖고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기 어렵다.
백궁파라곤공인 관계자는 “시세가 높다보니 현재로서는 점포운영을 통해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다만 카페거리라는 희소성에 신분당선 호재 등이 겹쳐 향후 추가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 차원에서 투자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분당상권 1번지 서현역 주변 임대료 상승조짐
서현역 로데오거리
서현역 일대는 본래 분당을 대표하는 상권이다. 옛 삼성프라자를 중심으로 역 양쪽에 뻗어있는 로데오거리는 분당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꼽혔다.
현재는 삼성프라자 대신 AK프라자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여전히 분당 상권1번지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현 상권의 특징은 수요층이 폭넓다는 것이다. 서현역 3,4번 출구 쪽엔 증권, 은행 등 금융업체 지점들과 기업체 사무실이 몰려있어 직장인들이 많다. 반대로 1,5번 출구 쪽은 분식집과 카페, 베이커리 등이 많이 들어서 있어 주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서현역 주변이 분당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분당 각지로 가는 버스노선이 모이는 장소였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분당이 자리를 잡아가던 90년대 말 교통 인프라가 사통팔달로 갖춰지기 전 분당 내에서 이동하려면 서현역에서 지하철 하차 뒤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그러다보니 서현역 일대가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광장으로 활용됐다.
서현역의 승하차 인원은 하루 5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분당내 지하철역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러다보니 서현역은 기업체들의 직영 안테나숍들이 많이 들어섰다. 일대 중개업소에 다르면 의류브랜드 자라나 외식업체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전체 점포의 30% 가량은 업체 직영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역시 시세가 높은 탓에 수익률은 높지 않다. 로데오거리 주변 1층 점포시세가 3.3㎡당 7000만원 선으로 분당 내에서도 가장 높다. 분양 당시인 90년대 하반기 3.3㎡당 200만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임대료 수준은 최고 입지에 위치한 실평수 40㎡ 규모 점포가 보증금 1억에 월 1000만원 선. 1년전 보증금 1억에 월 700만원 선에서 최소 30% 이상 증가했다.
시세가 높다보니 거래는 별로 없다. 매입수요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매물이 많지 않다보니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분당 상권1번지라는 프리미엄 덕분에 점포를 구하려는 매입,임차수요가 많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 설명이다.
점포가 귀하다보니 권리금은 요즘 최고조에 달해 있다. 1층 전면에 있는 점포는 최고 3억원까지 권리금이 붙어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요즘이 임차인이 들어오기 부담스러운 시기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3~5층으로 올라가면 시세는 크게 줄어든다. 120㎡ 전후 점포가 3.3㎡당 1000만원 선으로 1층과 비교해 확연히 저렴하다. 이 경우 임대료 수준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00만원 정도다.
이면도로로 들어가면 점포 구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하지만 서현역의 경우 중심상권인 로데오거리 일대와 비중심권역인 이면도로 주변 유동인구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같은 서현역 인근이라고 해도 동일 상권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분당 상권이 살아나면서 서현역 인근에서 임대료 상승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로데오거리 전면 소재한 계약 만료가 임박한 점포들 중 월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신 권리금 수준은 낮춰 전체적인 비용 밸런스를 맞춰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판교 부진에 성남신청사 가까운 야탑역 주목
야탑역과 미금역 주변은 전철역을 이용해 수도권 각지로 흩어지는 유동인구가 주요 수요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중 최근 판교 상권부진에 따른 후광효과를 거리상 가까운 야탑역 상권이 입고 있다.
이곳은 상권 집중도 측면에서는 서현역 상권에, 고급화 차원에서는 정자동 상권에 밀린다. 하지만 NC백화점, 홈플러스가 있고 CGV가 위치한데다 먹자골목 등 상권유형이 다양해 고객 유입도가 꾸준하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대형 나이트클럽 등 주점들이 많아 주·야간 할 것 없이 상권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다.
성남시청 신청사가 들어선 여수지구가 인접한 점도 호재다. 일대 상인들에 따르면 시청 공무원들이 퇴근 후 저녁을 먹거나 회식을 위해 야탑역 쪽으로 자주 온다고 한다.
또 용인 수지, 죽전 등 경기 남부로 가는 버스 정거장들이 있고 잠실 등 서울 방향으로 나가는 버스들도 야탑역 주변에서 정차한다.
성남 구시가지와 인접해 일대 거주민들도 야탑 상권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전반적인 시세는 서현역 주변 등지와 비교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1층 기준한 매매 시세는 3.3㎡당 4000만원선. 이와 관련 최영국 대지공인 부장은 “매도자들은 3.3㎡당 5000만원 정도 호가를 부르지만 실제 거래는 이보다 10~20% 낮춰진 수준에서 이뤄진다”고 전했다.
메인상권 이면의 먹자골목은 3.3㎡당 3000만~3500만원 정도로 거래된다.
임대료 수준은 서현역의 80~90% 선으로 알려졌다. 일대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미관광장 등 핵심상권 1층 점포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연 5% 전후, 비핵심상권 상층부 점포들의 임대수익률은 연 7~8% 정도에 형성됐다.
미금 역세권의 경우 신분당선 역이 들어설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미금역 상권은 오리 죽전 보정 등지로 나가는 버스를 타려는 유동인구가 모이면서 형성됐다. 특히 죽전 방향 버스를 타는 이들이 많아 일대 거주민들이 주요 수요처였지만 죽전에 이마트가 들어서는 등 자체적인 상권이 형성되면서 상권이 정체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최근 재조명을 받고있는 분당상권의 미래는 어떨까. 그에 대한 키는 아이러니하게도 판교 알파돔시티가 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알파돔시티 건립작업이 현재 자금문제로 지지부진하기는 하지만 워낙 다양한 시설과 기능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추후 건립되기만 하면 일대 수요층을 대거 흡수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분당 상권들도 어느 정도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분당 내 각 상권 별로 어떤 특화점을 갖게 될 지가 운명을 결정짓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중개업자는 “향후 알파돔시티가 세워지면 분당, 판교의 랜드마크로서 고객 유입도가 매우 클 것”이라며 “기존 분당상권들이 알파돔시티와 비교해 어떤 차별성을 가질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