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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 지냈소?"
천호가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수줍게 미소지었다
"두령! 내상은?"
"모두 치료했소!"
"치료한것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충만해 지셨소!"
한영이 살수 특유의 감각을 발휘하며 소리쳤다
"오라버니!"
소혜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천호를 쳐다보았고 능소빈도 깊은 눈
빛으로 천호를 응시했다
"오라버니 저희들하고 얘기 좀 해요!"
표독스런 얼굴을 한 소헤가 능소빈의 손을 잡고 처소로 들어가
자 천호가 우두커니 섰다가 영문을 묻는 듯 사방을 두리번거렸
다. 그러나 천호의 시선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좀 전의 반가와
하던 기색들을 씻은 듯이 저버리고 천호의 시선을 외면하며 딴
청을 부렸다
"대체 왜 저러는 거요?"
"글쎄요 저희들도 모를 일입니다 두령!"
신도기문이 시침을 뚝 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럴 이유가 없을 텐데..."
천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혜와 능소빈이 들어간 방문만을 쳐
다보고 있었다
"어서 들어가 보시오 두령! 그동안 너무 그리워서 그러는 겁니
다. 여자들에겐 그리움이 지나치면 원한이 되지요!"
"우와 부두령! 병법에만 조예가 깊은 줄 알았더니 여자에 대해서
도 무불통지구랴. 아깝다 아까워 아무리 봐도 이런 산 속에서 썩
을 사람이 아닌데!"
화천옥이 애석해 죽겠다는 듯 넋두리했다
"같이 들어가서 설명을 좀 해주면 안되겠소?"
천호가 난처한 표정으로 임무열을 바라보았다
"푸하하 두령! 그 무슨 해괴망칙한 말씀이오? 신방에 들어가기
겁난다고 같이 들어가자는 신랑이나 진배없지 않소!"
정휴가 박장대소하며 소리를 질렀다
"야 중놈! 니가 무슨 남녀간의 이치를 안다고 떠드는 거냐! 너야
말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신도기문이 점잖게 나무라자 정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오라버니!"
소혜의 앙칼진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리자 찔끔한 천호가 엉거
주춤 방문을 향해 다가갔고 같이 있던 사람들이 재미있어 죽겠
다는 듯 눈빛을 빛내며 방문을 응시했다
"도대체 오라버니는 사람이 왜 그런가요?"
소헤가 속상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천호를 다그쳤다
"왜 그러는 것이오 소혜?"
천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혜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능소
빈을 쳐다보았다. 곤경에 처할 땐 언제나 자신의 편에서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능소빈 마저도 이번에는 소혜와 비슷한 얼굴로
눈을 내리고 천호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오라버닌 언제나 그러셨어요! 할 일만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자기 갈 길로 갔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근 보름 동안이나 어디로 떠나려면 얼굴 마주보고 말이나 하고
가야 할 것 아닌가요. 그럼 옷가지라도 챙겨주고 먹을 것도 챙겨
주었을 것 아니에요?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지내는지 그동안
걱정이 돼서 하루도 편하게 못 잤단 말이에요! 오라버니가 무슨
거지인가요? 화공자 같았으면 걱정도 안 하겠지만 오라버니는
그렇지 안잖아요?"
살금살금 다가와 문틈으로 방안을 엿보던 화천옥이 날벼락을 맞
은 듯 펄쩍 뛰어 무리들 곁으로 돌아왔고 그런 화천옥의 엉덩이
를 정휴가 걷어차자 다른 사람들은 소리는 내지 못하고 킥킥거
리며 배를 잡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우리 속을 끓일거면 애초에 끝장을 봐요!
나 이렇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요 앞 벼랑에서 뛰어 내리는게
훨씬 낫겠어요"
소혜가 눈물을 흘리며 방문으로 걸어가자 천호가 허둥대며 소혜
의 팔을 붙잡았다
"미안하게 됐소 소혜! 언제나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하며 지낸
것이 습관이 되어서... 다시는 안 그럴테니 진정하시오!"
천호가 쩔쩔매며 소혜를 달랬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행동하며 얼마나 소빈언니 속을 썩혔을지
안 봐도 백 번 짐작이 가요! 소빈 언니에게도 사과하세요. 안 그
러면 같이 뛰어내릴 거예요!"
소혜가 능소빈에게로 천호를 끌었다
"소. 소혜!"
능소빈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비록 모든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소혜가 능소빈 자신과의 관계
를 공표했지만 정작 두령과는 심각하게 눈 한번 마주친 적이 없
었다
소혜의 그런 공표가 있은 뒤부터는 어색하여 오히려 더 멀찍이
떨어져 있게 되었다
"어서 사과하라니까요!"
소혜가 재촉하자 능소빈이 기겁을 하며 손을 내 저었다
"아니에요 두령! 소혜에게 했으면 됐어요!"
"무슨 소리예요 언니! 이참에 단단히 다짐을 받아야해요 안 그러
면 또 다시 '그만 가봐야겠소' 하면서 천리만리 떠날 거예요!"
소혜가 앙칼지게 고함을 질렀고 천호와 능소빈은 혹시라도 서로
눈이 마주칠까봐 외면하며 쩔쩔맸다
'둘 다 똑 같아 정말!'
소혜가 아무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휴- 하긴 이렇게 억지로 될 일이 아니지!'
"좋아요 오늘은 이만 하겠어요. 대신 오늘 저녁엔 오라버니께서
하산한 기념으로 밖에있는 모든 분들이 술을 마시자고 할테니
저번에 저 건너 청석(靑石)골 계곡 안에 담아 둔 술은 오라버니
가 직접 들고 오세요!"
소혜가 야멸차게 말을 맺었다
"한 두 통 가지고는 안될텐데 그걸 어떻게 두령 혼자...."
말을 하던 능소빈이 뭔가 깨달았는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 언니가 같이 가서 도와 주어야지요! 조금이라도 모자라
면 화공자님과 정휴스님이 난리가 날 테니 알아서 하세요!"
소혜가 천호와 능소빈의 등을 떠밀며 문을 열자 문 앞에서 엿듣
고 있던 사람들이 부리나케 줄행랑을 놓았다. 혹시라도 두령이
대신 갔다 오라고 하고 사라지면 두고두고 능소빈의 원망을 감
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흑수채에서 산 모퉁이 하나를 돌아 들어가면 청석골이라는 계곡
이 있다
한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좀 흘러 내리지만 그 시기 외는
굵은 물방울만이 규칙적으로 떨어질 정도로 언제나 습기를 머금
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바위 계곡이다.
그 습기와 일정한 온도는 과일과 꽃잎, 나뭇잎 등으로 담은 술이
익기에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술을 마시는데 뿐만 아니라 담는데도 이젠 귀신이 된 그들은 그
곳을 간과하지 않았다
흑수채내에 있는 항아리란 항아리는 다 찾아내어 한 여름동안
온 산을 돌아다니며 과일과 나무뿌리, 꽃잎 등을 채취해서 술을
담아 청석골 계곡에 묻어두었다
청석골이 가까워 질 때 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천호가 앞에서 묵묵히 걸었고 능소빈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천호
를 따랐다
앞서가던 천호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작은 바위 한
쪽에 앉았다. 능소빈도 걸음을 멈추고 섰다가 심호흡을 한 후 천
호가 마련해 놓은 옆자리에 말없이 앉았다
조심스레 무릎께를 매만지는 능소빈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소빈!"
천호가 입을 열었고 최초로 능소저란 말 대신 소빈이라 부르는
천호의 목소리를 들은 능소빈의 가슴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쿵쾅거렸다
"내가 자란곳은 연우촌이란 작은 마을이었소! 산골 중의 산골이
었지요!"
천호가 앞산 자락을 바라보며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
능소빈은 살며시 눈을 돌려 천호를 쳐다보다가 천호처럼 앞산자
락 한 곳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 마을에서도 우리집은 한참 더 외떨어진 곳에 자리했소. 어쩐
이유에서인지 우리 부모님은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
고 그래서 나도 마을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자랐
소. 그리고 열 두어 살 이후부터는 사막 깊은 곳에서 완전히 혼
자가 되었지요"
천호가 생각을 정리하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곳에서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으로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참으며 오늘에 이르렀소. 그러기에 난 보통 사람들처럼 같이 어
울리고 웃고 노는 그런 가장 일상적인 일 마저도 백치나 마찬가
지라오!"
천호가 긴 한숨을 쉬었고 능소빈도 따라 한숨을 조용히 내 쉬었
다
"어쩌다 소혜와 인연을 맺고 또 소빈 당신과 그리고 모두와 인
연을 맺게 되었지만 내 가슴속에는 언제나 내 갈길 만이 각인되
어 있었을 뿐, 정이니, 사랑이니, 백도니, 흑도니 하는 것들은 딴
세상 얘기였다오! 그래서 때가 되어 모든 것을 외면하고 내 갈
길을 훌쩍 떠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큰 상
처를 준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소. 아니, 어쩌면 상상도 못
한 일이었소!"
천호의 음성에 회한이 묻어 나왔다
"처음 소혜의 집에서 그렇게 떠나 올 때 소혜의 두 눈 가득한
눈물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몰랐소. 그리고 모두를 만나고 소
빈 당신에게서 똑 같은 눈빛을 마주하고 지내며 난 조금씩 인간
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가슴속에 담기 시작했소. 그리고 당
신이나 소혜의 눈빛에서 비쳐지는 그 마음은 그리움을 넘어 아
픔일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소!"
능소빈의 눈빛이 젖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깨달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었소.
소혜나 소빈 당신이나 나에겐 천상의 선녀처럼 고귀하고 먼 곳
에 있는 사람들이었소"
능소빈의 두 눈이 커지고 있었다. 두령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
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단지 소혜를 가슴에 두고 그래서
자신에게는 언제나 무심으로 일관 했었다고만 생각했다
"연우촌 촌부의 아들인 나에게는 소혜나 소빈 당신은 쳐다보지
도 못할 사람들이었소. 그런데 악마의 칼 한 자루를 얻었다고 해
서 그것이 달라진다고는 생각지 않았소. 당신의 눈빛이나 소혜의
눈빛 모두 방년의 나이에 접어든 소녀의 천진한 감정이겠거니
생각했소!"
"두령!"
능소빈이 천호를 바라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는 건..."
"잘 아오! 얼마 지나면 달라지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당신의 눈빛
은 이 년이 넘도록 조금도 변하지 않고 내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고 소혜 역시 병이 날 정도로 날 그리고 있었소"
"야속해요 두령! 그 모든 걸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 그
리 무심할 수 있는지요?"
능소빈이 마침내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애타는 심정을 토로했다
천호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앞산 자락에 시선을 고정시
켰다
"내가 무엇 때문에 칼을 들었는지 잘 알지 않소? 흑제 그는 무
림의 신이오! 쉽게 그를 이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
았고 그런 그에게서 내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려면 그의 칼에
죽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런 내가 소혜나 당신에게 어떻게 쉽
사리 마음을 줄 수 있었겠소?"
천호의 눈에 더할 수 없는 고독이 묻어 나왔다. 그런 천호의 얼
굴을 바라보며 능소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젠...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인간답게 살아가면 안되나요?"
한참동안 말이 없던 천호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의 장력에 격중되어 피떡이 된 채 즉사했소!"
천호의 목소리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능소빈이 긴장했지만 은의소소로부터 이미 들은 이야기였기에
더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사고였소. 흑제 그가 무슨 원한이 있어 우리 부
모님을 해친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건 우리에게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의 일이었소. 그 보다 더한 청천벽력도 있을 수 있는 것
이 인간사이니 모든 것이 그렇게 끝날 수도 있었소! 하지만... 하
지만 말이오....."
천호의 주먹이 불끈 쥐어진 채 부르르 떨렸다
질실 할 듯한 살기에 감싸인 능소빈이 숨을 쉬지 못하며 땀을
비 오듯 흘렸다
"피떡이 된 부모의 주검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는 날 흑
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소... 눈길 한 번..."
천호가 약령처럼 같은 말을 억양 없이 반복했다
"그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아시오? 같은 인간의 눈에 풀 포기나
돌멩이 조각보다 하찮게 여겨졌던 또 다른 인간의 심정이 어땠
는지 아시오?"
천호의 목소리에 핏덩이가 묻어 나오는 듯 했다
'그랬었구나! 두령의 한이 그것이었구나!'
능소빈의 눈에 굵은 눈물이 흘렀다
"시궁창에 죽어서 구더기가 이글거리는 썩은 쥐도 나보다는 존
귀하게 여겨졌소! 온 세상, 온 우주가 한꺼번에 폭발을 한다고
해도 그때의 그 처참했던 기분은 잊을 수가 없을 것이오... 너무
나 하찮은 나 자신이 저주스러워 미칠 지경까지 갔었소"
"두령 제발!"
능소빈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 후로부터 내 삶은 죽음보다 더한 지옥의 불구덩이였소. 수
만 번도 더 죽음을 의식했었고 죽음의 유혹을 받았소. 그 죽음의
유혹을 뿌리쳐 준 것은 우습게도 흑제의 모습이었고 악마의 유
혹에서 마성에 정복당하지 않게 지켜준 것은 오히려 마도의 후
예였던 은의소소의 눈빛이었소. 후후..."
천호의 공허한 웃음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마와 정, 흑과 백 모든 것은 무의미했소 나에게는.... 삶과 죽음
역시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죽음이 나에겐 훨씬 다정스러웠고
친근했었소. 삶이란 너무나 불공평하고 너무나 힘들었지만 죽음
은 언제나 포근한 휴식을 내포했었고 언제나 공평했었소. 부자도
가난뱅이도, 흑제에게도 나에게도 죽음은 똑 같이 한번 주어졌으
니까...."
천호가 잠시 말을 멈췄고 능소빈은 더 이상 고개를 들기도 힘들
다는 듯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흐느끼고 있었다
"그런 삭막한 내 삶에 소빈 당신이나 소혜를 끌어들인다는 것은
생각 할 수 없는 일이었소. 그래서 당신의 눈빛을 끝내 외면했고
소혜에게 서신 한 장 띄우지 않았소!"
천호가 살며시 능소빈의 손을 끌어와 두 손으로 잡았다
"미안하오 소빈! 하지만 이젠 그 어떤 삭막함도 사랑 앞에서는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소. 앞으론 당신을 더 이상 내
마음 밖에서 떨게 하진 않겠소! 날 용서해 주시오. 소빈!"
"아아....!"
벼락을 맞은 듯한 능소빈이 천호의 품속으로 쓰러졌고 천호가
능소빈을 힘주어 안았다
시간이 멈추고 온 우주의 운행이 멈추었다
숨도 쉬지 못하게 꼭 안긴 능소빈이 천호의 입술을 찾았고 천호
가 흠칫 놀라며 능소빈의 입술을 맞았다
"두령! 너무 미워요! 미워 죽겠어요!"
능소빈이 오열하며 외쳤고 천호가 능소빈의 등을 쓰다듬었다
"마음껏 미워하시오.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 할 지는 모르지만
그 모든 시간을 바쳐서 당신의 미움을 받아 주겠소!"
능소빈이 천호의 목을 더 힘껏 껴안았고 천호도 더욱 팔의 힘을
가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익었구나!"
정휴가 달려나오며 능소빈의 손에서 빼앗다시피 받아 든 술독을
들여다보며 고함을 질렀다
정휴의 뒤를 따라 화천옥, 신도기문, 유자추, 모진성등도 따라와
천호와 능소빈이 들고 오는 술독을 받아 들었다
"술은 역시 청석골에서 익은 술이 최고야. 이 술맛을 못 잊어 난
흑수채를 평생 떠날 수 없을 거야 아마!"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술독에 모든 관심을 집중한 듯 했지만 실
상 모두의 관심은 능소빈의 기색을 살피는 데 있었다
소혜의 속 깊음과 영리함에 또 한 번 감탄한 그들은 두령과 능
소빈 단 둘이서 청석골을 향했을 때 그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능
소빈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랬다
"못 말리는 술 벌레들!"
자신의 얼굴을 끊임없이 힐끗거리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는지
능소빈이 괜한 푸념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안채로 들어갔고 천
호도 무심한 표정으로 능소빈의 뒤를 따라갔다
"뭐야 이거! 둘 다 말 한마디 않고 술만 들고 온 거야?"
모진성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러기엔 시간이 좀 더 걸린 것 같은데!"
화천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후!"
신도기문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자식아 넌 뭐가 좋다고 실실거리는 거냐?"
모진성이 기대 섞인 눈빛으로 신도기문을 바라보았다
"네 놈들이 마치 종마꾼 같아 보여서 그런다!"
"조. 종마꾼! 이런 저속하기 짝이 없는 놈! 두어 달 철도정 그놈
과 함께 하더니 생각 하는것 하고는..."
"나무관세음보살!"
정휴가 불호를 읊조렸고 형일비와 모진성이 사생결단을 내겠다
는 듯 신도기문을 쫓았다
"자식들아! 두령과 능소빈이 술통만 들고 오던 만리장성을 쌓고
오던 이젠 당사자들간의 일이다 네놈들이 옆에서 얼쩡거려 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야!"
신도기문이 형일비와 모진성의 발길질을 피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눈은 뒀다 어디에 쓰는 거냐? 네놈들은 정말 능소빈의
발갛게 부은 눈 주위를 보지도 못했단 말이냐?"
신도기문이 다시 한 마디 하자 형일비가 발길질을 멈추고 걱정
스런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럼? 두령이 이별이라도 선언했다는 거냐?"
정휴가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다그쳤다
"중놈 넌 빠져라 네가 낄 곳이 아니다!"
"어허 이놈이! 중생의 아픈 마음을 구석구석 쓰다듬는 게 부처님
의 자비이거늘!"
"쓸데없는 소리들말고 시원스럽게 말해봐라! 정말 두령이 능소빈
에게 이별 선언을 하고 그래서 능소빈이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
단 말이냐?"
모진성이 답답한 듯 외쳤다
"그렇게들 상황파악이 안되냐? 정말 그랬다면 능소빈 그 계집
애 성격에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던지 절벽에서 뛰어내리던지
하지 뭘 얻어먹겠다고 술통을 들고 두령 뒤를 졸졸 따라 온단
말이냐?"
"그럼 눈이 퉁퉁 붓도록 울긴 왜 울어?"
이번에는 유자추가 나섰다
"휴우- 이놈들하고 말을 하고있는 내가 바보지! 사람이라는 게
꼭 슬퍼야만 우는 존재가 아닌 것이야!"
"그럼?"
"희열에 온 몸을 떨며 울 수도 있는 것이지!"
신도기문이 그 말을 끝으로 술독을 들고 휘적휘적 안으로 들어
갔다
"우와!"
뒤늦게 상황판단이 된 무리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술독을 들고
안채로 달려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 ㄳ
감사합니다
즐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너~~어무!!! 재미나게 보고있슴다.^^ 그리고 감사...ㅎㅎㅎ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즐독.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즐독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