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걱정 마세요 어머니는 혼자서 도 죽을 잘 드십니다" 궁금해서 엄마가 계신 요양 병원에 전화하면 마치 녹음이나 된 듯 항상 듣는 멘트 이다 엄마가 걷기가 힘들고 화장실 출입을 혼자 하기가 어려워져서 내린 결론이 잠시만 요양 병원 에서 재활 운동 이나 하시면 좀 나을까.. 다리 힘 좀 올리시라고 가신지 그 길로 영영 못 돌아 오실 줄 은 그때는 정말 몰랐다 그리고 3년...이제는 더 기력이 없으셔 침대에 종일 누워 지내신다 다시는 우리 곁으로 오실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을 마주할 때 같이 다니던 길을 혼자서 걸을 때 기저귀에 용변 보기 가 힘들어 밤에 기어서 화장실 가더라는 전화를 받을 때 밤에는 묶어두어도 되겠냐는 소식이 올 때 다섯 명 딸 중에 그래도 코드가 잘 맞았던 나는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목이 메였다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은 나를 치유하였고 이제는 현실을 받아 들인다 누가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이제는 나도 간혹 지병이 없고 크게 걱정이 없는 지금 오늘 밤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엄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 하는 건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아직은 정신 줄 이 맑고 내 발로 걸을 수 있을 때 가야 하는 것 이 맞는다 아이들도 잠시 슬퍼할 뿐 여전히 각자의 가정에 충실할 것이고 옆 지기는 조금 불편해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지리라 네델란드 전 총리가 지난 5일 93세로 안락사 한 것이 뒤늦게 알려 졌단다 (신문에는 안락사-- 죽음의 선택권을 묻다 존엄한 죽음은 인간의 권리인가 아니면 생명과 신에 대한 불경인가) 라고 보도 되었다 특히 카톨릭 교인 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동갑 부인과 .동반 안락사. 했다는 데 더 주목 받는다 두 사람 모두가 건강 악화로 힘들고 고통 스런 날들을 보내고 상대를 남겨두고 먼저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부부가 동시에 지병에 시달릴 때 이들의 마지막 선택이었을까 두 사람 사망은 집에서 가족과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치뤄 졌다고 한다 안락사 허용은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수술 나을 가망이 없는 환자가 간절히 희망할 때만 하는 엄격한 기준이 있단다 불치병을 겪는 외국인들이 '자살관광'가는것으로 유명한 스위스도 조력 자살만 허용한다고 한다 옆 지기 에게 신문 기사를 읽어주며 나도 가능하다면 이런 선택을 하겠다니 '맞다 그래야지 ' 하고 우리는 말문을 닫는다 깊이 공감한다 엊그제 엄마 보러 갔을 때 다음에 올 때는 검정색 코트를 가져오라고 하신다 "집에 갈 때 입고 가야지" 당신은 언젠가 집으로 돌아오신다고 믿으신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언제나 "너무 오래 살아서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장수가 축복일까 나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나쁜 경험은 나쁘게 만 보지 않고 좋은 경험은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능력이 생긴다 어찌 일상이 한결같이 예술 이기를 바랄 수 있을까 만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삶은 작품처럼 다듬어 가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