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도 바로 동시에의 동한 제국처럼,
여기저기에서 황제 참칭자들이 늘어나고 수도를 군벌이 터는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나라가 세 조각으로 짜개긴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만 위촉오로 분립된 중국은 이게 말만 삼국 시대지 다들 아다시피 6:2:1 이런 구조라
결국 위를 이어받은 서진이 어렵지 않게 재통합했습니다만,
로마의 삼분 형태는 갈리아+이베리아+브리타니아 // 이탈리아 + 발칸 //
오리엔트 + 이집트 요렇게 꼭 거진 세력 배분이 외려 1:1:1 로 된 지경이었던데다,
그나마 위촉오는 주변 만족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분명한 군사적 우세기라도 했지,
로마판 삼국이 상대하는 게르만족과 사산조는 대단한 강적이었습니다.
물론 로마도 이들에 비하면 분명 우위에는 있었습니다만, 압도적이진 않았습니다.
동한 제국보다도 때문에 훨씬 상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런데도 로마판 삼국 시대가 그닥 유명하지 않은 건, 나관중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이 로마판 삼국이 정작 통일에 그닥 열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해서 지들끼리 싸우는 일이 적었고, 때문에 학자들한테나 재미있는 시대가 되었죠.
그렇다면 왜 이들은 서로 싸우는 걸 기피했던 걸까?
갈리아 제국과 정통 로마 제국은 모두 함께, 게르만 제부족들에게 심하게 압박받는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들은 위-오 혹은 위-촉과는 달리, 서로 싸움박질하면 방어선이 붕괴되어 둘 다 죽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서로 싸우지 않고 게르만족들하고만 싸웠습니다.
한편 팔미라 제국도 알려진 바와 달리 그닥 비로마적인 제국은 아니었고,
왠만하면 좀 협상을 통해 반쯤은 비합법적인 대지역 세력가로
온존하거나, 잘 되면 저 로마 황제 자리에 얼간이가 등장할 경우 여론몰이로
황제 자릴 접수하거나...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한편 정통 로마 제국 같은 경우, 사산조와의 골치아픈 싸움을 팔미라가 막아주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감히 이집트와 아나톨리아를 빼앗아건간 열받는 일이었지만...... 그건 그것 나름이었죠.
하지만 어쨌든 그런데도 통일에 대단히 불리한 상황인 건 확실했습니다.
위촉오는 그나마 6:2:1. 위가 심하게 뻘짓거리만 안 하면 삼국통일은 예견된 거였고, 결국 위의 후신인
진나라가 삼국통일합니다.
한편 훨씬 상황이 안 좋았던 1:1:1 로마 삼국지는?
그게, 게르만족 대연합이 알아서 자멸해준 데다가, 정통 로마 제국에 걸출한 장군 황제가 나타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게르만족 대연합이 로마 제국이 삼분된 틈을 타고 싶었는지 이탈리아에 자리를 둔
정통 로마 제국으로 대공세를 퍼부었는데, 당대 로마 제국은 군제 개편의 천재
갈리에누스에 이어, 역시 천재적 역량을 갖춘 장군들이 계속 황제 자리에 앉는
행운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삼국지로 따지면 조조 뒤에 조비, 조비 뒤에 제갈량, 제갈량 뒤엔 또 사마소 이런 사람들이
계속계속 바톤터치 해가며 황제가 된 경우라 보면 되겠습니다.
게르만족들이 괜히 오바하다가 싸그리 말아먹고나자, 갑자기 정통 로마 제국하고
갈리아 제국한테 여유가 생깁니다. 뭐 이 틈에 갈리아 VS 정통 로마 구도가
생겼다면 나름대로 좋은 얘기였지만, 갈리아 제국은 묘하게 정통 로마 측과
동지 의식이 있었던 데다, 갈리에누스-클라우디우스 2세 -아우렐리아누스
삼대를 거쳐 전쟁 기계로 단련된 로마군과 싸우는 모험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 팔미라 제국 같은 경우.....경제력이나 군사력은 그닥 나쁘진 않았는데,
이집트, 팔레스타인, 아나톨리아 이 지역이 영 팔미라 정부에게 충성심이 없었습니다.
명망 높은 아우렐리아누스가 좀 멋진 모습을 몇 번 보여주니 주판 몇 번 튀겨대다
죄다 아우렐리아누스 밑에 붙어버렸죠. 그럭저럭 동오삘이 납니다만, 그나마 동오는 호족들이 아무리
손호한테서 맘이 떠났을 망정 서진 군대한테 어느 정도 반항은 한 것 같은데, 여긴 그렇지도 못했습니다.
여하튼 해서 팔미라 제국을 평정한 로마 제국 VS 갈리아 제국의 구도가 되자,
갈리아 제국이 싸우지도 않고 걍 항복해버립니다.
나중에 콘스탄티누스가 바로 이 갈리아 제국이 차지한 판도를 기반으로
제국 전체를 통일한다는 역사적 사실에 봤을 땐 영 재미 없는 구도긴 했는데.....
당대 로마인들은 야만족 문제가 가장 우선이었기에 그렇지 못했습니다.
한편 당대 동한-조위-서진 입장에선 오호는...... 여전히
다루기엔 그닥 어렵지 않은 상대 정도? 어쩌면 바로 그래서 방심했는 지도 모릅니다.
해서 결과만 말하면, 동시대 로마보다 훨씬 조건이 좋았던 서진은 결국 야만족한테 제국 절반을 횡 하니
빼앗기는 반면, 로마판 서진 제국이라 할, 즉 아우렐리아누스가 재통합한
로마 제국은 그 후에도 오래도록 체제를 유지하면서 야만족들을 밟아주며
그들에게 제국에 대한 외경심을 더욱 더 심어주는 데 성공합니다.
아우렐리아누스가 좀 우습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 후임자들인 타키투스, 프로부스, 카루스, 디오클레티아누스....
네 황제 모두 걸출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로마판 서진 제국에는 사마충이라든지 가남풍 이런 막장들이 아니 계셨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사마염 이후로 괜찮은 황제들이 적어도 너덧 정도는 줄줄이 나와준 상태.
타키투스는 그럭저럭 무난한 황제였고, 프로부스와 카루스는 몸소 지휘하는 장군 황제였으며,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체제 개편의 달인이었습니다.
물론 로마 제국은 서진과는 체제가 좀 달라서, 폭군은 참아도 암군은 못 참는다는
참으로 이상한 전통이 있는 제국이라서 그랬지만-계속 얘기합니다만 이런 체제도 문제는 있습니다;-
대강 비교하자면 그랬습니다.
첫댓글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마활님이 전에 이런 글은 반응이 좋은 편인데, 밑에 글 같은 종류는 신통치 않다고 푸념아닌 푸념을 하시던게 생각나서 좀 죄송스럽네요. ㅎㅎㅎ
근데 로마는 희한하게도 '내전'을 겪으면서도 팽창하는 희한한(?) 케이스더군요. 물론 '비슷한예'로 춘추전국시대(죽어라 서로싸우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중화'의 강역은 서/동주 시절보다 훨씬 넓어진다는 점에서;;)가 있기는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내전중에는 강역이 줄어드는것이 일반적인 케이스인데 말이죠~
경쟁 세력을 쓰러뜨리려면 덩치를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바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서 그랬던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이 경우 바깥 세력이 만만찮으면 얘기는 달리지만요.
하기사 게르만애들이 웃통까고 버서크 모드로 설치는 애들이 아니라 어느정도 무장을 갖추고 규모가 커지니 상대하기가 ㅡ;;
로마의 리즈 시절이라고 할 수 있는 5헌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절에도 게르만 떼거리에게 국경이 돌파당해서 이탈리아 북부 지역까지 게르만족이 출몰했던 적도 있습니다. ㅡ.ㅡ;;;;;;
그리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이미지와는 달리 로마가 병사 개개인 또는 조직의 전투력에서 딱히 게르만족에 우위도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주로 물량 빨로 때려 잡는 경우가 많은;;;
@델카이저 역시 서구권에서 총력전의 대명사가 로마식 전투법인게 아니죠
지도를보면 1:1:1 은 아닌거 같아요;
저거 좀 지도가 상당히 잘못되어 있습니다. 에스파냐 속주까지 갈리아 제국 영토였고, 노랑색은 제국 경제에서 알토란 같은 지역이었으며 아나톨리아하고 발칸은 인구 밀도가 정말이지 낮아 심각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중로마 제국 중 쓸모 있는 동네는 아프리카 이탈리아 일리리아 겨우 요 정도입니다.
@DSLKFJAODF 그 정도면 거의 다는 커녕 1/3에 겨우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