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업주 위에 나는 종업원”… 무차별 클레임 비일비재
▶ 노동법 해박 직원들에 한인 업주들 속수무책
▶ 부당해고·오버타임 집단소송에 $100만 손실도…“관련 규정 숙지하고 철저하게 기록 남겨야” 2022/11/08
LA다운타운에서 영업 중인 한 한인 의류업체는 최근 히스패닉 직원으로 부터 부당해고 소송을 당했다. 그 직원은 노동법 소송에서 “한인 업주로부터 지속적으로 언어적 폭력을 당해 여러 차례 항의했더니 근태 상태가 안좋고 업무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주 측은“팬데믹으로 장기 휴직하다 얼마 전 복귀한 직원이 결근을 수차례 반복하고 업무실적마저 나빠 몇차례 따끔하게 구두경고를 했는데 오히려 이 직원이 적대적인 태도로 맞서 해고했을 뿐”이라며 노동법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응 방법을 찾고 있다.
이처럼 한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나 업소를 상대로 부당해고나 차별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들이 계속되고 있다. 또 임금 미지불, 오버타임 미지급 등의 등의 이유로 전·현직 직원들이 노동청 클레임을 거는 사례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이같은 노동법 관련 소송이나 클레임들 중에는 억지 주장을 내세운 막무가내 내용도 상당수이지만, 직원들의 노동법 이해 정도가 전문가 수준으로 해박한 반면 업주들은 이같은 추세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 수가 1,000명 가까이 되는 한 공항 서비스 업체는 몇년 전 근무실적이 좋지 않은 타인종 직원 2명을 해고했는데 부당해고 소송과 함께 제기한 오버타임 미지급 소송이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까지 포함하는 집단소송으로 번지면서 무려 100만 달러 상당의 손실을 봤다. 더욱이 이 업체는 오버타임 관련 기록이 부실하게 작성돼 적지 않은 변호사 비용을 들여 대응했음에도 결국 합의금을 물어내야 했다.
한인 노동법 변호사들은 업무 중 실수가 많고 결근이 잦은 직원들에게 해고와 같은 징계조치를 취했다가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들이 문서화되지 않아 피해를 보는 한인 업체들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주찬호 변호사는 “경고 서한이나, 이메일, 냅킨에 메모한 기록까지도 직원의 업무실적이 저조해 해고 했다는 고용주측 입장을 반영하는 훌륭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구두 경고시에도 인사 당담자가 구체적인 내용을 해당 종업원에게 이메일로 보내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법인장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 매니저급 직원들의 딱딱한 업무지시로 인해 미국 생활이 오래된 한인 1세나 미국 문화에 익숙한 1.5~2세들과 법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주 변호사는 “나이 어린 직원들한테 ‘내가 법인장인데 그런 말도 못해’라고 호통을 치거나 나이 든 직원들에게 ‘연세도 많은 사람이 그런 것도 실수하냐’라고 핀잔을 주는 것은 한국에선 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절대 삼가해야 할 언행”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업주 측의 철저한 준비로 해고 종업원이 제기한 근거 없는 노동청 클레임에 승소한 사례도 있다. (본보 10월6일자 경제 1면 참조) 부에나팍 소재 한 식당에서 6일 동안 매니저로 근무했던 한인 직원이 유급병가, 체불임금, 대기시간 벌금 등을 합쳐 총 3만6,000달러가 넘은 금액을 요구하는 클레임을 노동청에 제기했으나 노동청 재판관(hearing officer)은 이 직원이 오버타임이 면제되는 매니저 직책을 수행했으며, 실제로 근무한 6일간의 임금이 지불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임금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결해 업주측의 손을 들어 줬다.
당시 한인 업주를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 낸 김해원 변호사는 “노동법에 해박한 종업원들이 막상 클레임이 제기되기 전까지는 노동법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용주들을 상대로 허위 클레임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관련 노동법을 숙지하고 각종 기록들을 잘 보관해 혹시라도 발생하지 모르는 소송이나 클레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당해고 소송 방지하려면
캘리포니아 주법은 직원이 특별한 고용계약이 없는 임의 고용관계(At-will)일 경우 회사 규정을 약간 위반했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해고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고에 따른 고용주의 책임을 100%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회사측은 직원 인사 파일에 경고나 징계사유에 대한 문서를 잘 보관해야 한다. 관련 이메일도 해고 관련 소송이 발생했을 때 훌륭한 타임스탬프 기록(time-stamped record)이 된다.
서면 경고나 징계서류에 반드시 직원이 서명해야 유효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징계사유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서명을 거부한다. 이 경우 고용주는 해당 문서에 ‘징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수령을 확인했다“는 내용에 직원이 서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좋다.
구두나 서면 경고시에 이러한 경고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피하는 방법은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고용주는 구두 경고로 시작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서면 경고 순서로 진행하는 점진적 징계규정(progressive discipline)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점진적 징계 시스템 역시 모든 직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며 가능한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직원의 근무태도가 좋지 않다고 하는 대신 특정 업무성과에 대한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 [도움말=주찬호 변호사]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