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춘천 고은리 부지에 사재로 '강원팜산업교육원' 설립 기숙사 제공해 경영·교육진 영입…수료생 400여명 대다수 취업 삼성 교육담당부장 역임 노하우로 최상위 직업교육원 세우기도 "강원도 농업·산림·환경산업 강점…'평생학습 1번지' 도약 기여"
중고령층 직업훈련 기관은 '2020년대의 야학(夜學)'과 같다. 직업교육을 다시 받아 노후에 일하고 싶은 퇴직자는 넘쳐나지만 배움의 공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중고령층을 위해 배움의 불을 밝힌 교육 사업가가 있다. 홍천 동면 출신의 남궁효선(69) 엠아이티 능력개발원 대표가 그 주인공.
그는 선친께 물려받은 춘천 동내면 고은리 부지에 사재를 출연해 강원팜산업교육원을 설립했다. 2019년부터 조경기능사, 드론(농업·산림·병충해 방제용), 전기기능사 과정 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400명 이상 수료생을 배출해 대다수가 취업에 성공했다. 강원팜산업교육원은 중고령층끼리 일자리 정보도 공유하며 사회와 연결되는 '끈' 구실도 하고 있다.
국비 지원 직업훈련기관은 수익 사업과는 애당초 거리가 멀다. 정부 인가 기준도 엄격하고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해 적자도 감수해야 한다. 남궁 대표는 춘천에 기숙사까지 제공하며 전국 최고 수준의 경영 및 교수진 5명을 영입했다. 최고 수준은 남궁 대표가 이전 직장(삼성)에서 배운 덕목이다.
강원고 출신으로 1978년 무렵 삼성에 입사한 그는 인사팀에서 인사카드를 작성하는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학벌 없이 성실함 하나로 인정받아 교육담당 부장으로 퇴직했고, 직업교육 분야 노하우를 살려 2000년대 초 경기도 수원에 직업교육원을 설립했다. 대·중소기업 직무교육을 맡으며 최상위 기관으로 성장시켰다. 강원팜산업교육원은 남궁 대표가 고향에서 펼친 오래된 뜻이다.
남궁효선 대표는 춘천시청 공무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설립 당시 국토교통부 규제에 막혀 교육시설 용도 전환이 수년째 제자리였지만 2017년 1월 '민원소통의 날'에 참여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수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아는 이도 없었고 땅을 정리하느라 남루한 행색으로 민원실을 찾았는데도 적극 상담을 해주고 대안을 찾아줬다”고 기억했다.
남궁효선 대표는 “직업훈련은 지역 산업 여건과 발맞춰 가야 하는데 강원도는 농업, 산림, 환경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강원도가 평생학습 1번지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신하림기자pe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