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유등 불빛아래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두 사람의 기도가 범상해 보이지 않았고 자욱히 피어오르는 민감한 감각이 숨어서 지켜보던 화천옥 일행을 긴장 시켰다
"무슨 연락이라도 있었소?"
"조만간 남궁세가에서 첫 신호탄을 터뜨릴 모양이오!"
남궁세가라니! 하마터면 기색을 내비쳐 발각 될 뻔한 형일비가 다시 자신의 기운을 대기 속으로 흩어버렸다
"특별히 남궁세가를 지목한 이유는?"
"그곳의 총관 막염석이 제일 빨리 일을 진척시킨 모양이오!"
"똑똑한 가신을 두어서 오히려 제일 먼저 멸문을 당하겠군. 정말 인간사 세옹지마야!"
"여기 약속한 비급이오"
"흐흐...고맙소"
떨리는 손이 흑의인이 내민 한 권의 비급을 받아들고 이글거리 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들이었소?"
"아니오! 흑유부의 인물이 아니었소!"
은밀히 빠져나와 은신한 세 사람이 긴장된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 그곳이 부주의 처소라 하지 않았소?"
형일비가 한영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랬소! 그런데 그는 아버지가 아니었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었소"
한영이 답답한 심정을 나타내듯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말이나 행동이 꼭 이곳의 책임자 같던데...."
형일비가 계속 의문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해가 뜨고 있으니 저녁까지 이곳에 은신하며 상황을 파악하다 저녁에 다시 캐어 보기로 하지. 그동안 잠이나 좀 자둬!"
화천옥이 바위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자식아 지금 잠이 와? 아까 그 놈들이 하던 말 못 들었어. 제일 먼저 남궁세가를 멸문시킨다고 하지 않았어?"
형일비가 화천옥을 보며 씩씩거렸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냐? 지금 당장 뛰쳐나가 남궁세가는 내 친구 집이다 그러니 내 칼을 받아라 하며 한 바탕 하겠다는 거 냐?"
화천옥이 감았던 눈을 조금 뜨고 느긋이 대답했다
"우리가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가야 남궁우현 그놈 집도 구하고 술도 마실 수 있는거야. 지금 현재로서는 기력을 비축해 놓는게 최선의 방법이야. 재수 없으면 한 밤중에 칼춤 출지도 모르니 말 이다"
화천옥이 다시 눈을 감고 온 몸에 힘을 뺐다
'대체 이놈하고 신도기문 그놈 뱃속엔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군!'
형일비가 끄응 신음을 하며 곁에 기대고 누웠다. 한영도 천천히 바위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야! 저기 저놈들 좀 봐!"
한 나절을 그렇게 꼼짝 않고 눈을 붙이고 있다가 소란스런 기합 소리에 눈을 뜬 형일비가 화천옥을 흔들며 나직이 소리쳤다
"알고있어!"
화천옥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놈들 칼이 저번에 네가 보여준 양피지에 있던 검결과 비슷한 것 같은데!"
형일비의 지적에 화천옥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놈들이 얼마나 더 있을까? 백 명만 모인다면 한 문파는 봉문을 해야 되겠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넓은 연무장에서 수 십명의 흑의인들이 칼을 맞대고 비무를 하고 있었다 비록 화천옥이 들고있던 양피지에 그려진 악마적인 검결 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검로를 따라 말이 춤 을 추고 있었다
'무서운 일이군!'
화천옥이 서늘해져 오는 가슴을 달래며 눈빛을 빛냈다
제왕성에서 흘러나와 백도 무림의 가주들과 많은 장문인들을 꼼 짝 못하게 옭아맨 그 검결이 이 깊고 음습한 계곡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로선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결코 정의 로운 무리들 일리는 없다. 그런 무리들이라면 이런 깊고 비밀스 런 곳에서 은밀히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대체 제왕성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 백도의 태산북두인가 아 니면 복마전인가?'
화천옥의 가슴속에 불덩이가 타 올랐다
'어떤 곳이던 상관없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리들 이라 면 그들이 바로 마도이자 악마들이 아닌가!
두령이 아니었더라면 비밀을 알고 있는 자신들 열 네 명을 하룻 밤 새 감쪽같이 없애고 양의 탈을 계속 쓴 채 양의 우리 속에서 한 마리 한 마리 양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풍림방과 은하전장의 사건이 그랬고 이제는 남궁세가에 마수를 뻗치려 하고있다
'모든 건 뿌린 대로 거두는 법 너희들이 뿌린 씨앗은 결국 너희 들이 거두게 될 것이다'
쉬익-
"으윽"
억눌린 신음과 함께 방뇨의 후련함을 만끽하고 바지춤을 추스르 던 흑의인이 순식간에 여러 군데의 혈도를 점령당하고는 뻣뻣한 자세로 쓰러졌다
쓰러지던 신형이 땅에 닿아 둔탁한 소음을 울리기 전에 가볍게 그를 받아든 화천옥이 수풀과 바위가 우거진 계곡 한쪽 구석으 로 사라졌다
'으악-'
겁에 질린 사내의 두 눈이 찢어 질 듯 커졌다 자신을 급습하여 잡아 온 사내의 하는 행동이 도저히 종잡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은밀히 이곳에 숨어들어 자신들의 목적이나 뭐 그딴 것을 캐내려는 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들은 그런 일에 대비 해서 철저히 훈련받지 않았던가? 혹시라도 감당 할 수 없는 최 악의 경우에는 입 속에 든 독단을 깨물어 자결을 하게끔 세뇌되 어 왔다
그런데 저자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닌 모양이다 납치해온 자신에게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한참동안 혼자의 일 에 열중했다
긴 두루마리 종이를 꺼내 펼쳐놓고 그 위에 숯으로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몇 가지 약초와 병들을 꺼냈다. 마지막으 로 칼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소도를 하나 꺼내 들었다
"간의 모양새를 정확히 보려면 이쯤을 절개하면 되겠고!"
사내가 중얼거리며 자신의 갈비뼈 아랫부분을 탐욕스런 눈으로 쓰다듬었다
"쓸개는 이쯤에서 꺼내면 되고!"
연신 중얼거리며 펼친 두루마리에서 자신의 상체를 그리기 시작 했다. 그리고 절개 할 부위도 그 곳에 그려 넣었다
'해부!'
정체불명의 사내가 자신의 상의를 한 겹 한 겹 벗겨 낼 때 쓰러 져 꼼짝 못하고 있는 흑의인의 뇌리에 번개같이 스쳐간 단어였 다. 뒤따라 많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이자는 날 해부하여 무엇인가 실험을 할 모양이다!'
미친놈! 왜 하필 이 곳에 와서 날 상대로 이런 해괴한 짓을 한 단 말인가!
사내의 두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뭐야 이놈! 무슨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좋아 죽기 전에 소원 한 가지 정도는 들어 줘야 나중에 원귀가 되어 돌아오지 않겠 지!"
화천옥이 소도를 목에 대고 흑의인의 아혈을 풀어주며 속삭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크게 냈다간 산채로 해부 할거야!"
"아. 아. 알겠소!"
사내가 다급성을 질렀다. 그리고 다시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당신 누구시오? 그리고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요?"
"나? 보시다시피 의생이야. 수많은 의서를 탐독하여 더 이상 읽 을 것이 없을 정도로 공부했지만 정작 산 사람의 내장들은 보지 못했거던! 그래서 궁리 끝에 깊은 산 속에서 죄를 짓고 숨어사 는 놈 하나 잡아 궁금증을 풀려 생각했지. 어차피 죄를 진 놈이 니 죽여도 큰 자책을 느낄 필요도 없고"
화천옥이 빙글거리며 누워있는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며칠을 찾아 다녔는데 이곳에 은밀히 활동하는 놈들이 많더란 말이야. 그렇게 은밀히 행동하는 걸 보면 분명히 나쁜 놈들 일거 야! 그러니 아까 얘기한 조건들과 딱 맞아떨어지지"
화천옥이 슬슬 사내의 상체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정말 건강한 상체야! 외형이 이렇게 건강하면 안에 있는 내용물 도 싱싱할 거야"
화천옥이 내용물을 꺼내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는 듯 쳐다보자 사내는 뱀이 지나가는 듯 화천옥의 손을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 거렸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런 미친 짓이냐?"
사내가 어서 이 미친놈에게 이곳의 무서움과 엄청난 힘을 알려 주어 미친놈이 도망가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어떤 곳인데?"
"이곳은 혈영이란 곳이다"
"혈영? 그게 뭔데?"
화천옥이 시큰둥하게 반응하자 사내가 답답한 듯 눈을 굴렸다
"혈영이란 앞으로 온 무림을 장악하기 위해 엄청난 계획을 꾸미 고 또 엄청난 무공으로 무장된 무서운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어 디라고 숨어들어 미친 짓이냐?"
사내가 숨도 쉬지 않고 비밀을 폭로했다
"우와- 정말 그런가? 그럼 내가 이거 호랑이 굴에 들어온 거 군!"
화천옥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짓자 사내가 더욱 조바심이 났다 자신들의 내막을 최대한 상세히 알려주어서 이놈이 겁을 집어먹 고 사라져야 자신의 목숨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네놈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 왔는지 모르지만 이곳은 호 랑이 굴이다. 마침 지금은 이곳이 제일 한가한 시간이다 그러니 어서 달아나거라"
화천옥이 잠시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다시 눈에 힘을 넣었다
"에이- 아무래도 못 믿겠는걸! 내 잘은 모르지만 무림에는 제왕 성이 있는데 어떻게 혈영이 무림을 장악한다는 거냐?"
첫댓글 즐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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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수로채의 등장!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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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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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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