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순의 술술 넘어가는 와인] 더운 여름엔 시원한 로제와인이 최고

[한병우2]

이젠 국내에서도 레드 와인에 대한 무작정 선호 보다는 차갑게 서빙 되는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을 더욱 선호한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텁텁한 느낌의 레드 와인 이라든가 무거운 느낌의 오크통 숙성된 고급 화이트 와인 보다는 아무래도 깔끔하고 상큼한 맛을 주는 가벼운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이 더욱 쉽게 와 닿는다.  

그 중에서도 로제 와인이 주는 매력은 남다르다.   아름다운 주홍 핑크 장미가 연상되기도 하고 해질녘의 아름다운 노을 색 로제 와인을 가지고 사람들은 가끔씩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로제 와인은 어떻게 만드나요?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섞는 것인가요?”

화이트 와인이 청포도를 가지고 만든다면, 로제 와인은 레드 품종을 가지고 화이트 와인 양조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  물론 청포도와 적 포도를 혼합하여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주로 샴페인을 만들 때 많이 적용된다.  로제 와인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들이라면 이들 대부분은 적 포도를 사용한다는 것과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알코올 도수도 비교적 낮은 편이며 차갑게 서빙해서 마시는 것이다.  

로제의 경우, 와인 양조 시 적 포도의 색상에 영향을 주는 포도 껍질을 살짝 담갔다가 재빨리 제거하여 아름다운 주홍빛을 띠고 있는 핑크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레드 품종을 가지고 화이트 와인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러한 스타일의 와인을 미국에서는 얼굴을 붉힌다는 의미의 '블러쉬(Blush) 와인'이라고도 부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다.

 미국산 선셋 크릭 진판델 로제(Sunset Creek, Zinfandel Rose)는 아름다운 붉은 노을 빛 색상을 잘 보여준다.  와인이 표현하는 선셋(Sunset – 황혼)이 이야기 해주듯 하루를 마감하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한 와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와인을 잘 모르는 와인 초보들과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와인이다.  약간 달콤한 맛의 이 와인은 저녁 돼지고기 바비큐나 닭구이와도 훌륭한 조화를 주는 와인이다.  그 외에도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Beringer White Zinfandel), 알마덴 화이트 진판델(Almaden White Zinfandel), 우드브릿지 화이트 진판델(Woodbridge White Zinfandel)들이 있다. 화이트 진판델은 1만~2만원대에서 좋은 와인들을 만날 수 있다.  

포르투갈산 마테우스 로제 (Mateus Rose)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포르투갈 와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기 있는 와인이다. 싱그러운 향미와 함께 적절한 단맛이 있어 한번 맛 본 사람들은 꽤 좋아하는 와인이다. 마테우스는 템프라니오 라든가 쉬라 품종과 같은 강인한 레드 품종을 가지고 3만원대의 맛있는 로제 와인을 만든다. 여름철 건강 보양식인 백숙이나 닭찜과 한번 맛볼 것을 권한다.  

이탈리아의 로제 와인들은 약간의 발포성이 느껴지는 10도 정도의 낮은 알코올과 함께 향긋하고 달콤한 맛을 주는 것이 많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로제타(Rosetta)란 이름의 장미꽃을 상징해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와인이다.  

만약에 달지 않고 드라이한 맛의 전통적인 로제 와인을 즐기고자 한다면 프랑스산 로제 와인들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앙주(Anjou)지방과 따벨(Tavel)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클래식하다. 이 와인들은 드라이 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내기에 그냥 마시기보다는 음식과 함께 했을 때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샤또 드 페슬레 로제 앙주(Chateau de Fesles Rose d'Anjou), 엠 샤푸티에 따벨 로제( M. Chapoutier Tavel Rose), 비달 플뢰리 따벨 로제(Vidal-Fleury Tavel Rose) 와 같은 로제 와인들이 국내에서는 꽤 알려져 있으며 시중에서 3만~4만원대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 2~3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로제 와인 열풍 때문인지,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보르도 와인 브랜드 무똥 까데(Mouton Cadet)에서는 로제 드 무똥 까데 (Le Rose de Mouton Cadet)란 로제 와인을 새로 출시하였다.  무똥 까데 로제는 꽃향기와 신선한 과일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며 알코올 도수도 높지 않아 시원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로제 와인들은 음식과 함께 했을 때 더욱 빛이 나는 와인들이 많다.  이들 로제 와인들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웬만한 음식들과도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구운 해산물이나 닭 혹은 오리 요리와도 훌륭했으며 돼지고기류와도 훌륭하다.  심지어 중식이나 볶음밥, 혹은 피자나 파스타와도 잘 어울릴 것이다.  차갑게 나온 로제 와인들은 충분히 우리의 더운 열기를 식혀줄 수 있을 것이다.  

■ 최성순은
한땐 와인은 폼만 잡는 술이라고 무시했다. 그러던 그녀가 우연히 알게 된 와인의 끌려 아예 직업까지 바꿔버렸다. 1998년부터 와인 포탈사이트인 와인21닷컴(wine21.com)을 운영하면서 와인전문 칼럼을 쓰고 있다. 와인과 친해진 지 10년을 훌쩍 넘은 지금. 그녀는 거의 매일 와인을 즐기는데 분위기가 좋은 날엔 심하게 즐기기도 한다.